2015/09-10 : ‘10초 만에 사라진다’, 소셜미디어 ‘스냅챗(Snapchat)’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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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만에 사라진다’, 소셜미디어 ‘스냅챗(Snapchat)’


함 창 대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 조교수 / cdham317@illinois.edu

HS애드에서 10년간 온오프라인 AE로서 다양한 어카운트를 담당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광고학 석사,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광고학

전공) 박사학위 후 현재 일리노이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에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광고 미디어의 변화대에해 연구하고 있다.


스냅챗, 무엇이 다른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한국계 미국 배우가 사용해 유명해진 새로운 소셜미디어 앱이 있다. 방한 기간 한순간 한순간을 그야말로 정제되지 않은 사진들로 공유해 화제가 됐는데, 그때 이용한 소셜미디어 앱이 바로‘ 스냅챗(Snapchat)’이다<그림 1>.

2011년에 런칭한 스냅챗은 페이스북으로부터의 2억 달러 인수 제안을 뿌리친 것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그 CEO인 에반 스피겔과 배우 미란다커와의 열애설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제2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가장 무서운 대항마’로 일컬어지는 스냅챗은 대체 왜 인기일까?

스냅챗의 기본 기능은 여느 SNS 메신저와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이라면 문자보다는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으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유된 사진과 동영상이 미리 설정된 제한시간(주로 10초 이내)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점이 독특하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이 기본적인 기능의 차이가 스냅챗을 가장 뜨거운 소셜미디어로 떠오르게 했다. 이미 1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엄청난 이용량을 보이는 충성고객이라고 하니 스냅챗의 이‘ 사라지는’ 기능의 힘이 실로 대단하다.

이는 이용자의 과거를 기억하게 해주는 페이스북의 타임라인과는 반대되는 기능이며,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인스타그램과 비슷하기도 하다. 소셜미디어의 초기 성장에 이용자들이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자기과시 욕구’가 크게 작용했음을 상기해볼 때 오히려‘ 10초 안에 사라진다’는 특징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건 아이러니이다.

이러한 기능 때문에‘ 자기파괴 앱(Self Destruction App)’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스냅챗은 특히 부모나 선생님에게 자신이 공유한 이미지나 메시지가 보이는 것을 꺼려하는 10대를 중심으로 이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연령에 따라 소셜미디어 이용동기와 태도가 다르며, 또한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개인 사생활 보호 문제, 그리고 ‘좋은 면만 보여주는’ 소셜미디어에의 피로감과 맞물려 이러한 ‘사라지는’기능이 큰 호응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능은 공유하는 콘텐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신경 쓰느라 정제된 이미지만 공유하는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와 는 달리 스냅챗에서는 정말 보잘 것 없는, 하지만 웃기거나 주목을 끌만한 이미지가 쉽게 생산·공유된다. 문자보다는 짧은 동영상이나 이미지로 소통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 타깃

그렇다면‘ 10초 만에 사라지는’ 이 단순한 기능이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에서 힘을 발휘할 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스냅챗 이용자층이 10대~20대 중반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떤 브랜드가 스냅챗을 활용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브랜드를 지지한다. 자신들만의 문화를 공유한다는 데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10대들은 스냅챗을 자신들만의 미디어로 여기며, 가장 사적인 이미지의 공유는 주로 스냅챗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공유되는 브랜드들은 자신들만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실제 스냅챗을 처음 마케팅에 이용한 브랜드인 타코벨은 스냅챗을 통한 바이럴 메시지가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해 훨씬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없어지는 메시지’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용자들이 지체하지 않고 바로 바로 응답을 보였기때문이라고 한다. 콜투액션(Call to Action)에 있어 가장 강력한 효과를 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하이네켄의 ‘스냅 후(Snap Who)’ 캠페인은 스냅챗 이용자의 특성을 잘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그림 2>. 매년 열리는 코첼라 밸리 뮤직&아트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의 공식 스폰서인 하이네켄은 축제에 참여한 하이네켄 팔로워들에게 갑작스레 한 장의 사진을 전송했다. 사진에는 축제기간중 열리는 다양한 콘서트들의 뮤지션을 알아 맞힐 수 있는 힌트가 들어 있었다. 그 힌트를 보고 뮤지션이 누구인지 바로 응답한 참여자들에게 콘서트 입장권을 주었는데, 입장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난 참여율을 보였다고 한다. 축제기간 내내 참여자들이 스냅 후를 통해 그들의 순간순간을 서로 공유한 것도 물론이다.




다양한 마케팅 성공사례

야생동물협회(WWF)의‘ 마지막 셀피(#thelastselfie)’ 캠페인은 스냅챗의 ‘사라지는’ 특성을 멸종위기 동물들의 이미지와 잘 결합한 사례이다. 스냅챗을 이용해 멸종위기 동물들의 사진을 공개, 스냅챗의 이용자들이 셀피를 찍어 올리면 10초 뒤에 사라지듯이 그 동물들은 이제 영원히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공감을 얻었고 많은 기부자들을 불러모으는데 성공했다<그림 3>.

아우디는 스냅챗을 가장 먼저 마케팅에 이용한 자동차 브랜드이다. 수퍼볼 광고에 참여하기로 이미 결정한 아우디는 수많은 경쟁자들 역시 수퍼볼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연계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무언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찾던중 스냅챗을 발견했다.

당시 아우디는 가장 작은 세그멘트의 하나인 A3의 프로모션을 위한 소비자 미디어 이용행태 조사를 통해 수퍼볼 시청자들이 매순간 경기에 집중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파악했다. 무려 60%가 넘는 시청자들이 경기 도중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경기에 관련되지도 않은 대화를 더 많이 하고 있었으며,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매우 짧은 시간동안 반복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했다. 이에 아우디는 스냅챗을 활용해 수퍼볼 경기 내내 한 장의 재미있는 사진을 전송했다.

경기와 관련된 유머(예를 들면‘ 이 개는 경기결과에 관심이 없어요’) 같은 것들이었다<그림 4>. 스냅챗 이용자들은 경기가 잠깐 중단된 틈에 사진을 보고 공유하거나 메시지를 남기는 형태로 참여했다. 캠페인 후 이들의 반응은‘ 경기 내내 이 사진들 때문에 계속 웃을 수 있었다’ 같은 것들이었다.

미국인들에게 수퍼볼은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경기 자체가 하나의 큰 이벤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경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테일게이팅’이라 부르는 소셜 미팅을 하면서 그냥 즐긴다. 아우디는 이러한 문화에 맞춰 A3의 주 타깃인 젊은 층을 적절히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를 즐기는 데 방해되지 않는 순간순간을 파고들며 스냅챗을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로 활용한 것이다.

혼다의 최상급 스포츠카인 NSX 런칭 캠페인도 스냅챗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NSX의 모습을 잠시라도 볼 수 있다는 게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었는데,‘ 바로 사라지는’ 스냅챗의 가능을 활용, 단 6초간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마니아들이 자발적으로 스냅챗을 공유하도록 했다.

영국의 패션 브랜드인 버버리도 2016년 컬렉션 비디오를 스냅챗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특이한 점은 패션쇼 1시간 전에 러허설을 공개한다는 것인데, 젊은 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스냅챗을 활용해 타깃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그림 5>.






무궁무진한 가능성

스냅챗에는 앞서 소개한 자연발생적 마케팅 이외에‘ 브랜드 디스커버리 피처(Brand Discovery Feature)’·‘라이브 스토리(Live Story)’ 등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하위 플랫폼이 있다. 최근에는 10대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은 ‘스냅챗 렌즈’가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플랫폼으로 런칭돼 큰 이슈가 됐다. 스냅챗 렌즈는 카메라의 얼굴인식 기능을 이용해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을 스냅챗에 인식하도록 한 뒤 특정한 렌즈 메뉴를 적용하면 재미있는 혹은 엽기적인 모습을 연출해 보여주는 기능이다. 요즘 가장 인기를 끈 렌즈는 이용자 사진의 눈동자가 외계인처럼 커지면서 입으로는 무지개를 토하는 모습을 연출한‘ 무지개 토하기(Vomiting Rainbow)’인데, 미국의 10대 치고 이걸 안 해본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그림6>.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할로윈을 위한 무지개 토하기 메이크업 방법을 설명한 동영상 또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스냅챗은 조만간‘ 스폰서드 렌즈(Sponsored Lens)’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렌즈 기능을 기업 브랜드 마케팅에 오픈할 예정인데, 무지개 토하기의 인기를 감안할 때 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의 카카오톡’이라 할 만한 스냅챗은 카카오톡과는 기능적으로 많이 다르다. 그러나 비주얼로 소통하는 10대~20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파급력으로 본다면 이미 트위터나 인스터그램의 영향력은 넘어섰고, 조만간 페이스북마저 위협할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잠시 후 사라진다”는 단순한 발상의 차이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에도 새로운 접근법을 시사해주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