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8 : ‘길어지는 광고’의 시대, 새로운 매체 방법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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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광고’의 시대, 새로운 매체 방법론

 


 

박 두 현

글로벌미디어팀 차장 / doo.park@hsad.co.kr


광고가‘ 15초의 미학’이라고 불렸던 시절이 있다. 광고는 15초라는 한계를 전제로,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시청자가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게 만드느냐가 중요했다.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니다. 지금도 구글에서 ‘15초’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광고와 연관된 내용들이다. 광고는 15초 안에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치열했고, 치열한 만큼 업무의 전문영역을 나눠 누구는 영상을, 누구는 메시지를, 누구는 소리를 책임지고 담당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15초의 마스터피스를 널리 알리기 위해 TV매체를 확보하고, 또 연관되는 참여형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으로 뻗어 나가는 게 일반적인 광고 정파의 초식이었다. 이런 정파들의 싸움은 곧 제작물의 화제성, 매체 노출을 극대화하는 방식들에 의해 힘과 힘의 대결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까지도 이런 초식들은 광고의 주류를 이룬다.


심지어 60초!

한데 15초로만 고집하던 정파의 싸움이 최근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과 귀를 강하게 자극하는 15초 광고들의 경쟁에서 한발 비껴가 기존 대비 2배나 되는 시간을 조바심 내지 않고 서정적으로 다가가는 30초 광고가 등장한 것이다. 처음에는 15초보다 2배나 되는 가격으로 인한 횟수 감소를 우려하며 꺼리던 광고주들도 15초가 두 번 노출되는 것보다 30초 한 번으로 집중됐을 때의 임팩트와 차별성의 탁월함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30초는 분명 시청자에게나 광고주 모두에게 새로운 자극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서 물량이 어느 정도 된다면 30초를 선택하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심지어 올해 들어서는 30초도 부족해 45초나 60초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는 15초에서 30초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효과가 간접적으로 증명되면서 그 이상의 초수에 대한 효과 기대성이 커진, 단순한 논리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은 분명 골리앗들만의 싸움임을 명심해야 한다. 15초가 45초나 60초가 될 경우 예산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간다.

보통 지상파 1개 채널에서 간판 프로그램 15초 1개를 얻기 위해 필요한 패키지 예산을 2억~2.5억 정도로 본다면, 간판 프로그램 60초 1개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은 많게는 10억까지 필요하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케이블에서는 대체로 채널 충성도가 낮아 프로그램

이탈이 잦은 편으로 중CM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60초는커녕 30초도 이 중CM 재원 안에 포함하기에는 좀 버겁다. 실제로는 매체 협의를 통해 어렵사리 풀어나갈 부분일 수 있겠지만, 협상의 핵심은 비용의 크기가 되게 마련이다.


SMR 활용 방법

 그렇기 때문에 장초수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추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이 선택되는 방식은 콘텐츠와 플랫폼의 분리가 확연해지면서 각광받는 매체인 TV의 사촌 격, SMR을 활용하는 것이다. SMR은 TV 콘텐츠에 충성도 있던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면서도, 이미 디지털 전용 바이럴이나 홍보영상 등을 통해 장초수에 대한 접근이 많이 이루어졌던 플랫폼이다. 따라서 장초수를 활용하는 경우 TV에 비해 상당히 용이하다. 특히 TV를 통해 맛보기 식으로 보여준 소재를 SMR을 통해 풀영상으로 노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다른 디지털 매체 대비 SMR이 지닌 TV와의 콘텐츠 친화력 때문일 것이다.

단, SMR도 장초수를 소화할 수 있는 완벽한 매체는 아니다. 최근 SMR을 보면 특정 콘텐츠를 타깃팅하여 TV에 익숙한 광고주에게‘ 보고 싶을때 만족스럽게 볼 수 있다’는 편의성을 이야기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슈 콘텐츠에 집중 노출되면서 시청자에게 반복 전달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신중히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SMR이 TV 콘텐츠처럼 1시간 이상의 풀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3분~5분 내외 하이라이트 중심의 콘텐츠 클립들의 시청 종료 후 다음 클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특정 광고를 반복 시청하게 만드는 패턴이 생기는데, 최초에 시청자가 시청 저항의 의사로 스킵을 눌렀던 광고가 동일한 콘텐츠 그룹안에서 반복 노출된다면 좋은 경험으로 남긴 어려울 것이다. 그것도 15초씩을 매번 기다리면서 말이다. 유튜브와 달리 핵심 콘텐츠가 TV 연동형 중심으로 운영되어 재원의 한계가 분명한 SMR은 집행 그 자체로 이슈 콘텐츠 노출 비중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 있다. SMR은 그냥 타깃팅이 없는 채로 집행하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이슈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초수는 단순하게 긴 시간의 광고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다양한 광고의 형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장초수 광고는 기존의 15초 메시지에서 담지 못하던 디테일한 콘텐츠의 힘, 마치 영화처럼 슬프거나 무섭거나 하는 식으로 구분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과거 한 문장의‘ 텍스트’로 그쳤던 광고는 한정된 속성에서 벗어나 ‘콘텍스트’로서의 효과가 더 주목 받게 될 것이다.

이런‘ 긴 광고’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기존처럼 툴이 정해져 있던 광고의 시대와는 달리 따로 떨어진 영역들의 종합적 사고이다. 이를 IMC로 부르든 뭐로 부르든 상관은 없다. 큰 전환이 필요한 새로운 용어일 수도 있다.

기존의 광고를 만드는 방식은, 비유컨대 하나의 공산품을 제작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광고를 위해 컨베이어 벨트에 앉아 일하는 형태에 가까웠다. 물론 디테일한 차별점을 논할 수 있겠지만, 솔루션을 위한 프로세스가 항상 같기 때문에 자동차라고 하면 겨우 모양만 다른 자동차들을 만드는 일이 차별적 방식의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 광고에 요구하는 건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다. 때론 비행기일 수도 있고, 때론 배가 만들어질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컨베이어 벨트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듯한 지금의 생산 방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번 캠페인을 하며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전체적인 설계도가 필요하고, 그 설계도에 맞춘 다양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 첨병으로 미디어가 지니는 역할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미디어의 변화를 읽고, 그 상황에 맞는 미디어의 콘텍스트를 확보하고, 그것을 캠페인에 적용하는 일은 미디어가 새롭게 부여받은 업무영역일 것이다.

오래된 광고의 시대는 변화하는 중이다. 캠페인 시작부터 모두가 함께 뛰어야만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