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8 : 예술작품, 어떻게 감상할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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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어떻게 감상할까?

 


 

송 한 나

스페이스커뮤니케이션팀 차장 / hannasong@hsad.co.kr



‘좋은 작품’이란?

큐레이터 출신이다 보니‘ 좋은 작품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어떻게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다. 마치 수많은 종류의 과일 중에 어떤 과일이 최고인지, 그 과일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한 가지 정답을 말해야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개개인의 취향이 모두 다른 만큼 작품도 과일과 같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다르다. 피카소·모네·샤갈처럼 세계적 거장의 작품이 좋은 작품임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유명한 작품이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절대적인 판단은 위험하다.

작품의 가치는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적 언어를 통해 얼마나 감상자만의 독특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가에서부터 비롯된다. 동일한 작품이라도 감상자의 관점에 따라 아름다움·슬픔·공포·애틋함·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좋은 작품’이란 누군가가 정의한 기준이 아니라‘ 나를 감동시키는 작품’,‘ 나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나를 감동시키는 작품을 찾자!

뉴욕과 LA의 현대미술관·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 뮤지엄·오르세 뮤지엄 등 세계적인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대형 미술관을 많이 관람해보았지만, 현재까지 나에게 가장‘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는 것은 프라고나르의 <강아지와 함께인 여성(A woman with a dog)>과 베르메르의 <젊은 여성에 대한 연구(Study of a young woman)>이다. 두 작품의 작가 모두 세계적 작가로 알려졌기 때문이 아니다. 프라고나르의 작품은 15년을 함께하고 세상을 떠난 나의 반려견과의 시간을 떠오르게하기 때문에, 왠지 외로워 보이는 듯한 베르메르의 작품은 가족과 떨어져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해야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반영하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수천 점의 세계적인 작품을 관람했지만, 내 기억 속에는 이 두 작품이 강렬하게 새겨져 있다. 작품을 통해 나만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고 작품에 이입할 수 있기 때문에 내게는 가장 좋은 작품인 것이다.


작품을 ‘읽지’ 말고 ‘상상’하자!

나는 작품을 관람할 때 일부러 작가와 작품의 제목이 적힌 설명문을 보지 않는다. 작가의 명성에 따라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선입견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내가 추천하는 작품의 감상방법은 먼저‘ 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림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 작가는 왜 이것을 그렸는지, 작가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후 전시설명문이나 도록을 통해 작가의의도 및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접하고 자신의 상상과 비교하며 작품을 해석해본다면 작품의 가치를 가장 폭넓은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작품을 들여다봐도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다. 팝아트나 추상화가

그 대표적인 장르라 할 수 있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시리즈 작품은 단순히 작가가 즐겨먹던 통조림 수프를 표현한 것이 아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과학과 산업의 붐으로 대량생산이 넘쳐났던 당시의 시대를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작품은 작가의 기억과 경험을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작품이 제작된 당시의 시대적, 문화적, 정치적 현상과 개념을 내포하기도 한다. 작품 속에 나타난 외형적

요소나 작업기법보다 내포하는 개념에 무게가 있는 작품이라면 관람에 앞서 작품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과연 모든 사람들이 그 작가와 작품의 세계를 이해하기에 전시를 찾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단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기에, 작가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면 씁쓸할 뿐이다. 좋은 작품이란 다른

사람들이 이미 좋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 나를 감동시키고 움직이는 작품이다. 공감 없는 이해로는 예술을 향유할 수 없다. 나의 감정을 흔드는 작품, 작품을 통해 나만의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보길 바라본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