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을 말해드릴게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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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이름이…베엔~ 그래 벤! 아버지는 러시아계 독일인이고 모친은 남미 어디라고 했는데… 맞다! 우루과이..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는 늘 헷갈린단 말이야. 현실과 꿈 속이 헷갈리는 것처럼 말이야. 어쨌든 둘 다 축구에 미친 사람들이 많은 건 분명하니까… 그래 그래 미안하네. 그리고 벤이 아니면 또 어떤가. 중요한 건 자네가 벤처럼 생겼다는 거지. 방금 태어난 애도 자네를 보면, 보자마자 벤이라고 부를 걸세. 난 이렇게 이름과 얼굴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좋단 말이야. 그런 사람은 믿을 수가 있거든! 그래서 얘기해주는 건데… 이리 가까이 와보게.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얘기해서는.. 얘기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자네가 더 잘 알 테니까 또 떠들지 않겠네. 아~그런데 원통하구만 이 꿈을 녹화해 뒀어야 하는데.., 드림티비 개발을 빨리 서둘러야 되겠어. 도대체 누가 52시간 근무제 같은 걸 만들었단 말이야.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어. 그것만 있다면 어젯밤 꿈을 제대로 녹화해 놓을 수 있었을 거 아닌가. 그렇지~자네도 분한 눈치구만. 역시 자넨 믿을 수 있어. 그래도 걱정하지 말게. 사진 찍듯이 머릿속에 잘 저장해 놓았으니까. 내가 누군가! 자, 잘 듣게. 이건 인류를 구할 마지막 장치가 될 거야. 왜 이 간단한 원리를 그동안 몰랐는지 아침에 깨어나서도 황당함이 가시질 않더군. 신기한 건 꿈속에서도 난 자고 있었다는 거야. 그때 토끼처럼 생긴- 내 말은 그 친구의 귀가 그렇게 생겼다는 거야- 어쨌든 변태처럼 생긴 것보단 낫지 않은가. 하하하~ 요즘 변태들이 그렇게 생겼다고? 자네도 그런 편견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어! 자, 자~집중하게….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친구가 날 깨우고 놓고 간 상자야… 받는 사람도 보낸 사람도 그냥 둘 다 M이라고만 쓰여있었는데.. Mother, Man, 미친놈, 멍청이…머릿속으론 계속 M이 뭘까를 생각하며 내 손은 잽싸게 그 상자를 열어젖혔어. 그러자 붉은 쪽지와 함께 입술 모양의 시계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지 뭔가. 입술 모양의 시계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그렇지 나도 처음엔 그게 시계인 줄 몰랐으니까… 그냥 입술 모양의 무슨 케이스 정도로 생각했으니까. 쪽지를 펴 보고서야 알았지. 방석 모양으로 접힌 그 쪽지- 모양 안 나지? 내 말이! 방석 모양이 뭐야 유치하게… 꿈속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더군-그런데 그 쪽지를 펼쳐보자 ‘태우시오’라는 단 네 글자만 적혀 있지 뭐야. 좀 황당했지만 궁금한 걸 못 참는 내 성격 알잖아~ 팬티 바람으로 라이터를 찾으러 부엌으로 뛰어갔어. 내가 왜 팬티 바람인지 궁금했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더군. 어쨌든 난 잽싸게 라이터를 가져와 그 붉은 종이에 불을 붙였어. 아 숨이 차기 시작하는 구만. 커피 한잔 해야 되겠어~ 잠깐 기다리게. 자네도 커피 괜찮지… 현실로 돌아오는 덴 커피만 한 게 없으니까… 자~ 벤! 어디까지 얘기했지. 그렇지 불장난까지 말했나. 그렇게 라이터로 붙인 불은 순식간에 종이를 태우더니 허무하게 재만 남기더군. 그런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나? 그 재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거야. 그러더니 내 눈앞에서 글자를 만들기 시작하는 거야. 벤~ 지금부터 그걸 해독 해주겠네! 왜냐하면 그 글자들은 쐐기문자였어. 그렇지 수메르어 말이야. 인류 최초의 문자. 그걸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래서 그 편지가 나한테 온 거야. 그 첫 구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네. 숨겨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렇지, 마가복음 4장 22절. 교회를 열심히 다녔구만. 글자는 계속해서 만들어졌고 나는 그 글자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간단히 말하자면, 모든 인간은 자기의 수명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그 원리는 이미 우리의 뇌 속에 심어 놓았다는 거야. 오케이! 좀 더 쉽게 얘기해주겠네. 가령 내일 자네와 내가 아침 6시에 만나기로 했어. 아주 중요한 실험이 있기 때문이지. 그럴 때 이런 경험 안 해봤나? 알람이 없어도 저절로 6시 즈음해서 일어나지는 경험 말일세. 자기 전에 6시라는 시간을 입력하면 사실 생체는 저절로 그 시간에 일어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거야. 물론 깨워도 안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안됐지만 버림받은 자들이지! 잘 만들어진 인간은 시간과 소통할 수 있게 되어 있대.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하고도 신의 싸인을 알아채지 못했던 거야. 무슨 얘기냐고? 강력하게 시간을 뇌에 주입하면 그 시간에 깨어날 수도 있지만, 역으로 눈을 감을 수 있는 시간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지. 죽음의 시간 말일세. 예를 들어 내가 2072년 3월 3일 새벽 2시에 눈을 감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 시간을 계속 뇌 속에 주입하면 바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얘길세. 알람 없이 6시에 깰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그것이 신의 설계였다는 거야. 그렇다면 영생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그건 불가능하네… 안됐지만 인간의 한계는 150살까지야. 그것이 신이 정해 놓은 시간이지. 그걸 알려주기 위해 상자를 보내왔다는 거야. 그럼 누구나 150살까지 살 수 있지 않겠냐고… 하하하 맞는 말이야.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지. 알람 없이도 저절로 깨어나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말일세. 그러나 단, 이 입술이 있어야 한다네. 그때 알았어. 그 입술이 시계라는 것을. 수메르어는 먼저 입술의 설계도를 보여주더니 나에게 그 살아있는 입술에 키스를 할 것을 명령했어. 난 무엇에 홀린 듯, 그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댔지. 그러자 입술은 입을 열고 시간을 말하기 시작했어, 5분에 한번씩 입술을 벌려 현재 시각을 말하는 거야. 수메르어는 이번엔 그 시계에 자기가 죽고 싶은 날과 시간을 이야기하라고 주문했어…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지. 몇 살로 해야 되지 도대체…난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 숨이 가빠오고, 맥이 풀려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는데, 입술이 갑자기 실룩거리며 눈앞으로 다가오더니, 기어이 괴기스런 웃음까지 흘리는 거야. 더러운 침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난 침을 피하려고 허우적대다 이렇게 눈을 뜬 거지… 그런데 벤! 더 놀라운 일이 생겼어. 내가 아까 커피 가지러 키친 쪽으로 갔었잖아? 가다 뭘 봤는지 아나? 이리 와 보게… 그래 저 시계, 저 시계 밑에 뭐가 보이나? 그렇지, 상자지! 분명히 상자란 말일세. 아니 자넨 여기 있어. 내가 가져올게…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자 보게나~ 봤지? 수신인과 발신인란에.. M! 분명히 보이지 이 M자 말일세. 아! 벤~…이걸 열어봐야 할까?”

추석 연휴에 주구장창 사이버 펑크 계열의 SF에 빠졌다가 겨우 나왔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이 어떻게 됐나 보다. 기계인간이 되든, 육체전이를 하든, 차원이동을 하든 불사의 인간이 되면 좋을까, 재미 있을까. 세상에서 제일 큰 형벌은 죽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원한 삶이란 또한 영원한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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