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3-04 : production sketch -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TV-CF - 동화책에는 없는 동화 , 케이크 가게에는 없는 케이크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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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곤 차장/ CW I 허유근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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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 빌어 온 플롯

소설, 희곡, 시나리오의 뼈대가 되는 플롯의 수는 몇 가지나 될까?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단 두 가지(희극의 플롯과 비극의 플롯), 18세기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고찌의 주장대로라면 서른 여섯 가지, 루드야드 키플링의 말을 따르더라도 고작 예순 아홉 가지에 불과하다.

플롯(plot)이란 이미지, 사건, 등장인물을 서로 연결시키는 개연성으로, 구성의 뼈대이다. ‘왕이 죽고 나서 왕비가 죽었다’는, 스토리이다.
그러나 ‘왕이 죽자 슬픔에 못 이겨 왕비도 죽었다’는, 플롯이다. 왕이 죽은 것과 왕비가 죽은 사건 사이에 ‘슬픔에 못 이겨’라는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또는 성인이 되어 접한 소설, 희곡, 영화 등의 플롯의 초기 모델은 동화 속에서 발견된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나 영원한 생명을 찾아 떠나는 저 위대한 바빌로니아의 대 서사시 <길가메시>나 따뜻한 가정을 찾아 떠나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나 그 플롯은 동일하며 동화 <파랑새>에서도 그 유사한 플롯이 발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30초 CF에서도 플롯은 필요한 것일까?
이미지 광고라 불리는 것들과 센세이셔널과 파격 지향의 광고는 예외로 하더라도 플롯은 30초 CF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구연동화와 같은 스토리텔링식 광고가 장기 캠페인이 되려면 형식의 패턴보다 내용의 패턴, 즉 플롯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동화풍의 광고 또는 동화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광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광고가 단순히 동화라는 ‘겉옷 입기’에만 머물지 않고, 수많은 동화 속에서 가장 적절한 플롯들을 빌어 오려는 것은 마케팅 전략 아래 장기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려 하기 때문이다.

케이크의 새로운 트렌드로 포지셔닝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마케팅 전략은 빵 케이크와의 차별화를 통해 케이크의 새로운 트렌드로 포지셔닝시키는 것이다.
1편의 케이크 팔이 소녀는 빵과 다른 케이크가 나왔다는 메시지의 전달을 목표로 한다.
2편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공주에서는 빵 케이크와 은근 슬쩍 비교하여 우리의 마케팅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1편의 광고는 성냥팔이 소녀의 플롯을 변형시켰다. 빵 케이크를 팔던 소녀가 빵이 없어도 맛있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발견하고 품목 전환하였다는 플롯인 것이다.
2편의 광고는 백설공주의 플롯을 빌어 왔다. 빵 케이크만 알고 있던 마녀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케이크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라고 알려주자 마녀는 너무나 맛있게 먹은 나머지 마음씨까지 부드러워졌다는 플롯이다.
1편과 2편의 광고는 동일한 전략 하에 서로 다른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며, 1편보다 2편의 플롯 속에서 전략의 날은 더욱 날카롭게 서 있다. 앞으로 전개될 3, 4편의 광고 역시 광고 메시지에 가장 적절한 동화 플롯을 빌어 오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몇 년을 지속해도 일관성이 유지되면서도 늘 새롭고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화 속에서 막 나온 듯한 꼬마 모델

구연동화 캠페인의 성공 요인으로 여섯 살 모델, ‘아진이’를 빼놓을 수 없다.
커다란 눈망울, 티 없는 웃음... 동화 속에서 막 나온 듯한 핑크빛 의상. 광고 마지막에 ‘“아이스크림 케이크 드세요”하며 환하게 웃는 꼬마 모델은 그 자체가 동화였다.

1편 광고가 아진이의 천진무구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2편 광고는 아진이의 발람함에 포커스를 맞췄다.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 씨가 그녀의 세 번째 저서에 <밤마다 훌쩍 크는 아이들>이라고 제목을 붙였던가.
1편 촬영 이후 4개월 만에 만난 아진이는 정말이지 훌쩍 커버린 어엿한 숙녀였고, 이미 초보 모델 딱지를 뗀 지 옛날이었다. 제법 카메라를 의식했고 연기력도 일취월장(?)하여 감독의 요구에 맞춰 포즈와 표정을 척척 잡았다.
그런데 2편 광고 도입부에서 메롱 메롱~ 혀를 내밀고 사라진 꼬마 모델은 틈만 나면 장난끼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스태프의 애를 먹였다.
또한 1편이 거리와 매장에서만 이루어진 반면 2편은 마녀의 방, 마을, 빗자루를 타고 지붕 위를 나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무대장치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감독과 스태프는 더욱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세팅을 계획했고, 촬영일정은 이틀로 잡았다. 마녀 역은 “코스닥이 뭐예요”하며 능청스러운 연기로 주목받았던 최 선 씨가 맡았고, 마녀 분장은 국내 최고의 분장사에게 의뢰하여 특수 분장했다.

동화는 계속된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광고 캠페인의 성공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었다.
겨울철에는 일시적으로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아이스크림까지 함께 매출이 오르고 있으며,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말할 것도 없이 전년 대비 괄목할 만한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캠페인의 첫 단추는 확실히 성공적으로 꿰어진 것 같다.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겠지만 전편의 성공은 때로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전편보다 나은 광고를 만들겠다는 과욕과,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한편 한편 광고마다 마케팅 목표에 가장 적절한 크리에이티브-플롯을 포함한-를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래 동화풍의 단발 광고와는 확연히 다른 구연동화 광고 캠페인을 만들기 위하여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
겨울보다 먼저 올 따뜻한 동화 한 편, 그 새롭고 흥미로운 세 번째 이야기를 위해 우리는 이제 아이데이션의 먼 여행을 떠나려 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