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2 : 최신 해외 명작 광고 - 모두 내 손 안에 있소이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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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재 용 부장 CW I 김창호 CD
jychoi@lgad.lg.co.kr


"폴라로이드 1200FF, 너무 섹시해"
 
요즘 새로운 취미를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입니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사물을 들여다보며, 이리 저리 구도를 맞추고, 피사체의 어떤 순간을 잡아낼까 하며 생각하는 그 순간은 머리 속에 아무런 잡념도 없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광고를 만드는 일과 아주 비슷합니다. 소비자의 눈을 통해 광고할 제품을 바라보고,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고, 번득이며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잡아내는 일이 말입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도, 광고를 만드는 일도 생각보다는 그렇게 쉽지가 않더군요. 카메라 파인더 속의 피사체를 노려보다 ‘이만하면 멋지겠는데’ 하며 셔터를 누르지만 막상 인화를 해보면 어딘가 모르게 만족스럽지 못합니다.‘구도를 이렇게 잡아볼 걸...’, ‘피사체의 이쪽을 강조할 걸...’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광고를 만들 때도 ‘그래 이 정도 아이디어면 괜찮을 거야’ 하면서 자신과 ‘합의 아닌 합의’를 합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막상 그 광고가 소비자와 만나게 된 뒤에는 ‘그때 이 아이디어를 이렇게 발전시켰어야 했는데...’하고 후회하는 일이 생깁니다.

시간이 지나면 왜 그렇게 아쉬운 게 많은지... 카메라를 통해 찍은 사진도, 완성된 광고도 어쨌든 내가 만든 것인데 말입니다.

이번 광고는 취미 덕분에 뒤적이게 된 사진 관련 잡지에 실린 새로운 폴라로이드 카메라 광고입니다.

카메라란, 본질로 본다면 좋은 사진을 만들어주는 기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카메라 광고는 그 카메라로 찍었다고 주장(?)하는 아주 멋진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도 이 카메라를 사면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그 카메라 브랜드에 대한 오랜 기계적인 신뢰도가 뒤따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카메라의 디자인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이상한 논리가 여기에도 여지없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그 카메라가 사진의 질을 중시하지 않는 카메라라면 그것은 더욱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됩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디테일한 묘사를 포기하는 대신에 즉석에서 사진을 뽑아볼 수 있다는 즐거움을 주는 카메라입니다. 디테일과 색 재현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것을 카메라로 여기지도 않지요. 하지만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하나 갖고 있지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대변되는 지금까지의 즉석 카메라들의 광고는 그런 즐거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인스턴트(instant) 요소, 그리고 즐거움(fun) 등을 그 내용으로 담고 있었습니다. 보통 카메라 광고들이 멋진 사진과 카메라를 함께 보여주듯이 즉석 카메라 광고들 또한 대부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광고는 제품의 디자인을 강조했습니다. 재미있는 카메라라는 것 때문에 투박함을 감수해야 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컴팩트하고 멋진 디자인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분명 매력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디자인을 그냥 보여주고 “멋있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카메라의 스트랩을 가지고 멋진 각선미의 여자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헤드라인은 제품명과 함께 “So Sexy”...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도 내 손 안에 있듯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도 그 제품 안에 있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