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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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S는 렌터카 업계에서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AVIS is only No. 2. So, we try harder”). 유명한 사례로 남아있는 AVIS의 2등 캠페인입니다. 2등이 1등을 이기려면,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카피가 신뢰감을 줍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늘 2등이던 펩시콜라도 다양하고 기지 넘치는 재미있는 캠페인들로 유명합니다. 콜라 시장에서는 여전히 2등이지만, 펩시가 다양한 식품 분야로 확장하며 전체 회사 규모에서 1등을 차지한 후 콜라 광고 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펩시콜라에 못지않게 재미있는 2등 전략을 보여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패스트푸드 햄버거 시장에서의 버거킹입니다. 부동의 1등인 맥도널드를 넘어서기 위한 버거킹의 노력은 대단합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크리에이티브에 접목하다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대표되는 IT기술은 광고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주로 미디어 타겟팅(예를 들면 Programmatic buying) 영역에서의 문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최근 버거킹 캠페인은 인공지능이 미디어 영역에서의 역할을 넘어, AI와 가장 멀게 여겨지던 크리에이티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기 시작한 사례, 바로 버거킹의 로봇 에이전시(AOR: Agency of Robot)입니다.


▲ 버거킹AOR 캠페인(출처: Adage.com)

기존 사례들과는 달리AOR은 그야말로 인공지능, 딥러닝, 머신러닝이라는 기술을 본격적으로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이용한 미국 최초의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거킹은 데이비드 마이애미(David Miami)라는 대행사와 함께 진행한 AOR에서 최신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수백만 개에 달하는 패스트푸드 광고와 마케팅 보고서를 분석하고, 여기에서 발견된 패턴을 기반으로 여러 개의 버거킹 광고를 만들어냈습니다.


▲ 버거킹AOR 캠페인 광고(출처: 버거킹 공식 유튜브 채널)

즉, 기존 패스트푸드 광고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머신러닝의 학습기법을 통해 분석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여러 개의 베타 버전 텔레비전 광고들을 만든 것입니다. 지난 10월 1일에 런칭된 이 시리즈 광고는 “This ad was cre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메시지로 시작하는데, 시즐이나 다양한 신선한 재료를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장면이 기존에 가장 성공적인 패스트푸드 광고에서 하나의 성공 패턴으로 분석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쯤 되면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광고 크리에이터들의 일자리가 심각하게 위협받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도 Ad Age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에서 “인공지능은 아직 크리에이터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평하고 있습니다(“Creatives, take note: Artificial intelligence isn't ready to take your job just yet.”).  

사실 버거킹은 AOR 이전부터 꾸준히 인공지능 기술을 광고에 접목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몇 년 전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구글 홈 와퍼(Google home Whopper) 캠페인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음성인식 기술(Google Home)을 절묘하게 이용한 이 캠페인은, 음성인식 기술이 가진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광고였는데, 무려 130만 달러에 달하는 자발적인 참여(Earned media)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 버거킹Google home Whopper사례 분석(출처: David The Agency 유튜브 채널)

텔레비전 광고와 음성인식 기술(그리고 위키피디아)을 간단하지만 기발하게 연결한 이 캠페인은 ‘광고가 음성인식 기기를 이용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실제 이 캠페인에 대하여 구글은 전혀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구글 홈이 어떻게 오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기에, 광고가 런칭되자마자 구글은 버거킹에 대한 내용을 구글 홈에서 삭제했는데요. 버거킹은 이에 대한 백업 플랜으로 다른 음성 검색을 이용한 시리즈 광고까지 준비해서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갔다고 하니, 그 세밀한 광고 기획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바이럴 마케팅의 원조, 버거킹

인공지능 이전부터 버거킹은 바이럴 마케팅의 교과서로 불려 왔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용어가 2004년 버거킹의 ‘복종하는 닭(Subservient Chicken)’ 캠페인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버거킹 Subservient Chicken 사례 분석(출처: Coloribus.com)

와퍼 (Whopper)는 버거킹의 아이콘과 같은 제품입니다. 그럼 혹시 맥와퍼(McWhopper)는 아시나요? 세계 평화의 날(Peace one day)을 맞아 버거킹이 맥도널드에 공개적으로 제안한 제품인 맥와퍼는 물론 실제로 판매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엄청난 주의를 끌어모으고 칸 페스티벌에서 수상까지 한 성공 캠페인입니다.


▲ 맥와퍼(McWhopper) 제품 이미지(출처: adweek.com)

많은 미국인에게 ‘빅맥이냐 와퍼냐’의 선택은 마치 자장면이냐 짬뽕이냐의 선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 되는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버거킹은 두 햄버거를 하나로 합치자는 제안을 신문 전면 광고에서 공식적으로 맥도널드에 전달합니다. 시장 선두주자를 도발하는 전형적인 전략입니다. 물론 맥도널드는 정중히 거절하며 다음번엔 조용히 전화로 이야기하자고 공개적으로 응답하기도 했는데요. 블룸버그 통신이 ‘가장 완벽한 게릴라 마케팅’이라고 평했듯이, 이 캠페인은 정말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버거킹은 어떻게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맥와퍼 홈페이지(바로가기)

이러한 주의 끌기는 1등인 맥도널드에게만 집중된 것은 아닙니다. 업계 3위인 웬디스에게도 재미있는 제안으로 또 한 번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심지어 버거킹의 이 캠페인은 유료 미디어(Paid media)의 손을 빌리지 않은 순수한 게릴라 마케팅입니다.


▲버거킹의 프롬(졸업파티) 초대 사진 이미지(출처: 버거킹 공식 트위터)

미국 고교생에게 봄학기 마지막은 프롬(졸업파티)에 대한 끝없는 고민에 빠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누구를 초대할까, 혹은 누구에게 초대받을까 하는 고민으로 잠을 설치곤 하는데요. 버거킹은 이 시기에 위 사진을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게재함으로써 또 한번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맥도널드와 달리 웬디스는 적극적으로 이 초대에 응함으로써 일반 소비자들의 다양한 트윗과 함께 아주 즐거운 게릴라 마케팅 사례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버거킹이 “우리는 프롬의 왕과 왕비가 될 거야”(버거킹은 ‘왕, 웬디스는 여성이니 ‘여왕’이라는 의미)라고 하자, 한 소비자가 “너희들은 프롬에 가기엔 좀 많이 늙은 거 아냐? 참고로 웬디는 48세, 버거킹은 64세잖아?” 라고 트윗했고, 이에 웬디스가 “감히 그런 말을?” 이라는 응답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핼러윈은 2등에게 절호의 기회

위 사례는 그래도 점잖은 도발에 속합니다. 작년에 전개한 핼러윈의 버거킹 캠페인(무서운 광대의 밤, ScaryClownNight)은 훨씬 더 도발적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섬뜩한 핼러윈 밤에 광대 복장 (맥도날드의 로널드 캐릭터와 유사)을 하고 버거킹 매장에 오면 공짜로 와퍼를 준다는 캠페인입니다. 정면으로 맥도널드를 도발하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 버거킹의 ScaryClownNight 캠페인(출처: 버거킹 공식 유튜브 채널)

2016년의 캠페인은 좀 더 도발적이었습니다. 핼러윈에 모두 귀신 복장을 한다는 데에서 착안한 ‘레스토랑 핼러윈 복장’ 캠페인인데요. ‘맥도널드’ 핼러윈 복장을 한 버거킹 매장의 광고판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놀랐지? 농담이야. 우리는 여전히 버거를 그릴에 굽고 있어(버거킹 와퍼의 컨셉) 해피 핼러윈(Booooooo! Just kidding, we still flame grill our burgers. Happy Halloween)”


▲뉴욕 퀸스에 있는 버거킹 매장이 맥도널드 핼러윈 복장을 한 모습(출처: Adweek.com)


핼러윈 기념 와퍼

버거킹이 핼러윈 마케팅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의 메인 타겟인 밀레니얼 세대(20대~ 30대 초반)가 가장 즐기는 연중행사라는 시장 분석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시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게임 마케팅을 전개했는데요. 그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우선 핼러윈 용으로 빨간색과 검은색 와퍼(드라큘라를 상징)를 따로 출시했습니다. ‘BK.com’에서 다운로드한 버거킹 모바일 앱에서 고객들은 재미있는 핼러윈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요. 1단계는 누구나 접속할 수 있지만, 재미가 더해지는 2~3단계 게임을 하려면 빨간색, 초록색 와퍼의 포장지에 있는 QR코드가 필요합니다.


▲핼러윈에 즐기는 버거킹 게임 행사 광고(출처: gamewheel.com)

올해 2018년에는 좀 더 엽기적인 핼러윈 캠페인을 런칭했네요. 일명 ‘악몽 와퍼 (Nightmare Whopper)’ 캠페인인데요. 아래에 보이는 것처럼 식욕이 떨어지는 초록색 와퍼를 실제로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와퍼는 단지 색깔만 초록색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특수한 성분이 사람들의 렘수면(REM sleeping)을 방해해 악몽을 꾸도록 한다고 합니다. 


▲악몽 와퍼, Nightmare Whopper(출처: usatoday.com)

이 제품을 위해 버거킹은 실제 플로리다에 있는 수면 연구소와 협업해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평균에 비해 3.5 배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악몽을 꾼 결과를 바탕으로 이 특별한 와퍼를 출시했다고 합니다.  핼러윈 직전인 10월 26일부터 판매했는데, 참고로 악몽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경고 문구가 붙는다고 합니다.


▲ 악몽 와퍼 캠페인(출처: 버거킹 공식 유튜브 채널)

지면 관계상 일부 기발한 사례만 소개했지만, 이렇게 쌓여온 버거킹의 사례들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로 남는 것 같습니다. 와퍼의 맛에만 집중했던 과거 캠페인보다 버거킹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선호도, 매출 등)도 좋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예전 AVIS나 펩시의 사례처럼, 버거킹도 재치있는 밀레니얼의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패스트푸드 시장 자체의 파이가 더 이상 늘지 않는 것은 버거킹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와는 별개로 또 어떤 기발한 광고 캠페인들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