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광고 아티스트가 되다 - CD열전 #15 김진원 CD 인터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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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브제’와 ‘LG 시그니처’. 둘 다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입니다. 두 브랜드 모두 광고에서 각 제품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담아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또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HS애드 OTR 사업부 김진원 CD의 손을 거쳤다는 사실이죠. 

오늘 만날 15번째 CD열전의 주인공이 바로 김진원 CD입니다. 브랜드 기획에서 광고 온에어에 이르기까지, 끊김 없이 리드미컬한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하는 이 사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즐거운 광고를 만드는 김진원 CD를 소개합니다.


18년 차 광고인의 지향점을 찾아서

진지한 눈빛이 인상적인 김진원 CD는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18년차 광고인입니다. 카피라이터로서도 굵직한 업적을 많이 남겼지만, 지금은 HS애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수많은 광고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저는 계속 글을 쓰는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한때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시나리오도 끄적이곤 했죠. 전공 중에서는 소비자 심리나 소비자 행동론 같은 마케팅 과목이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마케팅과 글을 모두 할 수 있는 직업인 카피라이터를 지망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입문해야 할지 몰라 카피라이터 양성기관에 등록해 교육을 받았는데, 이때 같이 공모전을 준비하거나 하는 작업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카피라이터야말로 내 천직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카피라이터로 광고 인생을 시작한 김진원 CD. ‘직선은 슬퍼, 안아줄 수 없잖아’라는 SKY 휴대폰 카피, '뜨거운 젊음에겐, 차가운 머신을'로 깊은 인상을 준 벤츠 광고 카피 등 대중에게 친숙한 카피들이 바로 김진원 CD의 작품이죠. 김진원 CD는 HS애드에 입사한 첫해에 벤츠 광고 카피로 ‘올해의 카피라이터 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요. LG 오브제, 신한카드 등 CD가 되어 작업하는 광고에서 직접 카피를 쓰는 일도 많습니다.


현재 김진원 CD는 OTR사업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LG 오브제와 LG 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가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OTR사업부가 대체 뭐죠? 

“OTR은 Over The Rainbow라는 의미인데요. 이름 그대로 ‘무지개 너머의’ 광고에 접근하는 컨설팅 전문가들의 집단입니다. OTR사업부는 ‘진짜 승부는 광고 이전에 끝난다’는 슬로건으로 브랜딩 단계부터 광고주와 함께 제품을 구상하죠. 아예 재미없는 제품에서는 차이를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소통하는 관점에서 먼저 브랜딩하고 제품을 구상하면 광고가 오히려 쉬워집니다. 

저희 OTR사업부의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인 LG 시그니처인데요. 저는 OTR사업부에 속하기 전부터 브랜드 컨셉, 아이덴티티 작업과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LG 시그니처는 기존 가전과 ‘격’이 다른 프리미엄 라인이다 보니 ‘어떻게 예술적으로 차이를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LG 시그니처 아이데이션에 참여하면서 영감을 얻기 위해 다양한 해외 프리미엄 사례와 예술을 살펴봤다는 김진원 CD. 자연스럽게 예술적 소양이 늘어나 광고를 보는 안목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프리미엄 가전 프로젝트는 물론,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에도 스스로의 잣대를 만족시키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요. 


그 결과 김진원 CD는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금상’, ‘대한민국광고대상 은상’, ‘TVCF 어워드 은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게 되었는데요. 광고를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노하우를 들어볼까요?

“아이디어는 객관적으로 재미있어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이게 참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광고주의 기대치를 객관화시키고, 저 스스로의 잣대까지 함께 만족시키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Over The Rainbow, 무지개 너머에 있는 지향점에 작품이 도달하기를 바라며 아이디어를 내고 광고를 만드는 거죠. 아직 좋은 광고를 만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동기부여가 됩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김진원 CD. 하지만 그가 참여한 광고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각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oint)를 콕 집어 예술적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 세계를 함께 만나보시죠.


그만의 안목으로 담아낸 ‘예술적 광고’

김진원 CD는 HS애드에서 정말 많은 광고에 참여했지만, 수많은 그의 포트폴리오 중 LG 시그니처와 LG 오브제, LG 휘센 등 프리미엄 가전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프리미엄 가전’을 재정의한 LG 오브제 광고 (출처: LG전자 공식 유튜브)

가장 최근에 출시된 LG 오브제 광고 먼저 만나볼까요? LG 오브제는 가구에 가전을 접목해 독특한 컨버전스를 완성한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 브랜드입니다. LG 오브제를 처음 접한 김진원 CD는 애니타 오데이의 음악을 떠올렸고, 고급스러운 음악에 맞춰 박자감 있는 화면 전환을 구상해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광고와 BGM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매력적인 광고에 힘입어 LG 오브제에도 문의가 쇄도했고, 벌써 완판을 앞둔 제품도 있다고 하네요.


▲LG 시그니처 광고 ‘미니멀리즘’ 편 (출처: LG전자 공식 유튜브)

김진원 CD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은 브랜드가 바로 LG 시그니처입니다. 본격적으로 CD가 되면서 함께 성장한 브랜드로, LG전자의 위상 전체를 올리는 브랜딩 상승 프로젝트였다고 해요. CES 2014 런칭 영상부터 참여했으니, 광고 인생 18년 중 5년을 LG 시그니처와 함께한 셈입니다. 

김진원 CD가 참여한 LG 시그니처 광고는 독특한 컨셉과 구성으로 ‘LG 가전 광고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구하는 김진원 CD로서는 이 말이 칭찬으로 들린다고 하는데요. 요즘 작업 중인 LG 시그니처 신제품 프로젝트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를 고객 사랑으로 전환해 좋은 반응을 얻은 신한카드 광고 (출처: 신한카드 공식 유튜브)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프로젝트는 김진원 CD가 아끼는 광고이자,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신한카드의 ‘고객 사랑법’입니다. 이 광고는 신한카드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드9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빅데이터에서 시작되는 이 내용은 자칫 지루할 수 있었고, 김진원 CD는 ‘70억 인구 중에 1명’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랑이 넘치는 광고를 완성했습니다. 

김진원 CD의 높은 안목이 반영된 광고들, 어떻게 보셨나요? 여기에서 김진원 CD가 직접 작성한 카피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랍니다. 그럼 이번에는 김 CD와 함께 최고의 광고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볼까요?


함께 ‘광고 인생’을 살아가는 김진원 CD 팀

김진원 CD는 팀원들을 ‘광고가 인생에서 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만큼 광고에 대한 애정과 광고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남다르기 때문인데요. 김 CD만큼이나 웃음과 재치가 넘치는 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왼쪽부터) 최호진CW, 김진원CD, 정우석 선임AD, 김민정 선임CW 초상화, 이준석 책임AD

“저희 팀은 두 명의 카피라이터와 두 명의 아트디렉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팀원 하나하나가 모두 센스쟁이인 데다, 늘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해 저로서는 고마운 마음이 크죠. 오늘만 해도 연수를 간 김민정 선임CW의 초상화를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려 왔잖아요(웃음).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점이 매력적인 팀원들이랍니다."


OTR사업부 내에 위치한 김진원 CD 팀의 보금자리는 아기자기한 상상력이 넘치는 공간입니다. 기존에 OTR사업부가 참여한 제작물과 그날그날의 아이디어가 장식된 벽면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예술적 감각으로 광고를 만드는 ‘광고 아티스트’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살짝 엿본 시간이었습니다. 


광고를 즐기는 낙관론자, 김진원 CD

글을 쓰고 싶어서 카피라이터가 되었고, 카피라이터를 넘어 광고를 만드는 CD의 자리에 서게 된 김진원 CD. 수많은 광고에 참여하면서 힘든 일도, 어려운 문제도 많았을 겁니다. 지금의 그를 만든 광고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들었습니다.

“제가 ACD로 광고를 만들기 시작한 초기의 일입니다. 당시 의뢰받은 광고를 만들었는데, 광고주로부터 재촬영 지시가 온 거예요. 수정사항을 여러 가지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 자리에서 멘붕이 왔고 ‘다 끝난 거야’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죠.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하나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데 갑자기 선배 CD가 ‘정신 차려’라고 화를 내시는 거예요. 그 순간 다시 현실로 돌아왔죠. 선배 CD는 재촬영 지시에 화가 난 게 아니었어요.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보완하면 되는데, 그 순간에 넋이 나간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혼낸 거였죠. 저도 그 이후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달았고, 이젠 어떤 피드백에도 쫄지 않는답니다(웃음)."


김 CD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광고를 계속하는 이유는 ‘광고가 재미있어서’라고 말합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처음 알고 가슴이 뛰었던 순간, 자신의 작품을 보며 자신감이 붙은 순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실감한 순간… 이 모든 순간은 김진원 CD가 광고에서 재미를 느낀 때입니다. 

“모든 건 한순간인 것 같아요. PT 성공해서 좋아하는 순간 빼고는 다 힘들죠. 인생에서 행복과 노력의 대차대조표를 짠다면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일 거예요. 그런데도 광고를 통해 성취하는 것이 있기에 계속할 수 있습니다. 팀원들에게도 많이 하는 말이지만, 인생은 기니까 너무 조급해하거나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 쓸데없는 걸 배우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그것도 다 양식이 됩니다. 의미없는 배움이나 일은 하나도 없고, 언젠가는 다 쓰일 날이 올 거예요."

본인부터가 ‘늦깎이 광고인’이라 말하며 예비 광고인들에게 든든한 응원을 전한 김진원 CD. 뭐든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광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광고인’입니다. 광고주가 내준 숙제가 아닌 만든 사람 모두의 영혼이 최소 1g씩 들어간 광고. 그의 흔적이 듬뿍 담긴 광고를 또 만날 날을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