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화법으로 만든 성공 방정식, 중국 마케팅 핫 키워드 ‘고궁(故宫)’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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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은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을 말합니다. 우리에 비유하자면 ‘경복궁’과 비슷하지요. 간단히 고궁 마케팅의 내용을 소개하면, 자금성 상징 컬러와 문양 그리고 스토리를 이용해 다양한 콜라보 제품과 라이프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타깃 소비자들이 40대 이상의 중 장년층은 아닙니다. 의외로 디지털 세대인 20~30대 초반까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제품 역시 화장품, 문구류,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2018년 그 인기가 대단해, 작년에 기획된 고궁의 굿즈(goods) 상품 중 하나인 스마트폰 거치대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淘宝)에서 하루에 평균 1.6만 개씩 팔리기도 했습니다.


2014년 8월, SNS 콘텐츠에서 시작 

과거 중국 고궁 관련 상품은 조악한(?) 기념품이 전부였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열쇠고리, 사진엽서 등이었죠. 이후, 2013년 중국 고궁박물원(故宫博物院)은 중국 대표 SNS인 위챗(微信)과 온라인 플랫폼 타오바오(淘宝)에 각각 공식 계정을 오픈하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8월 1일, 우연히 발행한 온라인 콘텐츠 <雍正:感觉自己萌萌哒>–번역하자면, <옹정: 스스로 귀엽다고 생각해>-하나로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됩니다. 여기에서 ‘옹정’은 중국 청나라 성조 때의 연호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강희제의 아들입니다. 옹정이 선정된 배경에는 중국 인기 사극인 <옹정황제의 여인(后宫甄嬛传)>의 영향도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 2014년 고궁박물원이 발행한 온라인 콘텐츠 <雍正:感觉自己萌萌哒>의 화면. 기존의 엄숙함을 깨고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와 디자인으로 소통했다. 이후 다양한 패러디 콘텐츠와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진 출처: 바이두 百度)

이후 중국 온라인 포털 ‘소후(搜狐)’(2018년 12월 12일 기사)는 그때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고궁박물원은 어깨에 힘을 완전히 뺐다.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SNS에서 젊은 소비자들이 쓰는 화법으로 그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해 나갔다.” 

2014년 8월 1일 발행된 포스팅은 하루 구독(Read) 10만 회를 넘기며 금방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폐쇄적 SNS인 위챗에서 10만 구독(Read)은 웬만한 SNS보다 파급력이 큰 숫자입니다. 

그 이후로 같은 테마의 시리즈 콘텐츠와 굿즈(goods)를 만들면서, 판매에서도 히트작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2015年,고궁 타오바오 플래그쉽에서 테마 <朕有个好爸爸>-번역 <짐은 좋은 아빠이니라>-와 옹정제의 <윤기경직도, 胤禛耕织图> 를 디자인한 노트가 초두 물량 1만개 전량 완판이라는 히트를 기록한 것이죠.


프리미엄 상품과 ‘문화 트렌드’로 거듭나 

처음에는 문구류와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판매 위주였으나, 지금은 화장품이나 보석 장신구, 의류, 그리고 카페까지 중국 젊은 층의 트렌드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공식 발표로 고궁박물원이 개발한 굿즈만 1만여 개에 달합니다. 작년 판매 매출만 10억 위안(약 166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고궁 IP(지적재산권)를 제공해 얻은 수익은 제외한 규모입니다. 


화장품과 장신구 콜라보 제품

중국 대표 화장품 브랜드 바이췌링(百雀羚)과 콜라보를 통해 고궁박물원이 내놓은 화장품과 장신구 상품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고궁 립스틱의 성공 이후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콜라보, 패러디가 줄을 이었다. (사진 출처: 고궁박물원 문화창의관 위챗 공식계정)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와는 현대와 전통을 콜라보 한다는 목표로 ‘한 걸음 더 가까이’라는 콘셉트 화장품 테마 상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립스틱 컬러와 용기 디자인에는 고궁과 황제를 상징하는 컬러와 자수를 적용했습니다. ‘고궁 립스틱’ 6종은 12월 9일 출시와 함께 품절됐습니다. 이외에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콜라보 또는 유사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카페 지아오로우카페이(角樓咖啡) 

실제 베이징 자금성 북문에 위치한 커피숍입니다. 카페에서 판매되는 음료는 모두 역사적 고증을 거쳤다고 하네요. 실제 강희(성조 때의 연호)는 코코아 음료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 카페 지아오로우카페이(角樓咖啡)에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사진 출처: 바이두 百度)

여기에 단순히 코코아로 판매한 것이 아니라, 20~30대를 겨냥해 음료의 이름을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가령, 커피는 ‘정신 수양 커피’, 밀크티는 ‘3천 궁녀 밀크티’라고 지어 SNS에 이슈가 되기도 했죠. 

여기에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거품 위에 ‘황제가 직접 출정한다’는 뜻의 위자친정(禦駕親征)부터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라는 뜻의 중칭핑선(眾卿平身)까지 총 8개 단어를 선택해 데커레이션 해 줍니다. 이 덕분에 평소 고궁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10~20대의 방문도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하면 제일 먼저 ‘판매’를 떠올립니다. 이를 ‘판매 지향적 사고’라고 하죠. 우리 제품의 특장점을 늘어놓거나, 유통 채널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 방법입니다. 고궁 역시 오랫동안 고궁의 역사를 소개하거나, 전시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2014년을 기점으로 ‘소비자 지향적 사고’로 전환하게 됩니다. 목표 소비자를 정확히 설정하고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SNS와 온라인 쇼핑몰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또한 철저히 그들만의 화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의 소비자’가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탈 엄숙성과 다양화

소비자들은 익숙한 것은 신뢰하지만, 새로운 것에는 마음을 잡히곤 합니다. 고궁 역시 스스로 지킨 브랜드의 전통성을 변경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 흐름과 젊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기존 고궁의 엄숙성을 과감히 걷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 위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시도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 2014년 8월 히트를 친 옹정 시리즈 포스팅(Posting) 역시 여러 시도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것이 성공하자 고궁박물원은 그 결과에 집중, 또 다른 성공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번 히트로 인해 고궁이 단지 노화된 유물 전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지요. 오히려 소비자들이 역사적인 스토리와 황실 문화에 새롭게 눈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이화원(颐和园)을 테마로 한 디자인의 중국 전통차 세트

중국 대표 유적지 중 하나인 이화원(颐和园)도 올해 들어 IP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중국 마케팅에 이 고궁(故宫)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