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그 음악 #14. 신한 페이판 광고음악! 잊히고 싶었던 뮤지션 시아(Sia)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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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결핍을 노래하는 뮤지션들은 상반된 감정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신의 음악이 사랑받는 것은 큰 위로가 되지만, 상처받은 자신의 모습이 만천하에 알려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아(Sia)’ 역시 자신의 아픔을 노래로 승화해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입니다.


좌절 속 음악 활동으로 완성된 시아(Sia)

▲ 시아의 ‘Ho Ho Ho’를 광고음악으로 활용한 신한 페이판 광고(출처: 신한카드 공식 유튜브)

자신이 사용한 내역을 타임라인 베이스로 확인할 수 있는 신한카드의 새로운 서비스 ‘페이판’ 광고의 BGM은 2017년에 공개한 시아의 크리스마스 앨범 타이틀 곡 ‘Ho Ho Ho’입니다. 페이판의 슬로건 ‘How To Live’에 착 붙는 이 노래를 얼핏 들으면 화목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실상은 외로움에 지쳐 술에 기대는 허무한 삶을 노래하는 울적한 내용이에요. 이는 독특한 퍼포먼스와 패션으로 주목받는 동시에 익명성 뒤에 숨어있는 그의 음악적 태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1975년 예술 강사 어머니와 기타리스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시아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인 기운을 흠뻑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다중인격 증상을 보이던 아버지에게 받은 정신적 충격과 부모님의 이혼 등으로 힘든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해요. 이러한 상황에 그를 지탱해 주던 것은 음악과 남자친구뿐이었습니다. 

 

▲ 가발로 얼굴을 가리고 활동하는 시아(출처: Sia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펑크 밴드 보컬로 활동하던 중 시아는 1997년 솔로 앨범 <Onlysee>를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남자친구를 잃은 뒤 완전히 자신을 놓아버렸고, 급기야는 약물과 술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러한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음악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자미로콰이’의 라이브 코러스, ’제로7’의 객원 보컬로 활동하는 등 음악 생활을 멈추지 않았고, 이후 세 장의 솔로 앨범까지 발표하며 커리어를 이어가기를 13년. 드디어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옵니다.


대중의 과도한 관심이 인도한 작곡가의 길

▲ 시아가 2010년 발매한 ‘Clap Your Hands’ 뮤직비디오 (출처: Sia 공식 유튜브)

2010년 발매한 다섯 번째 솔로 앨범 <We Are Born>은 호주 앨범 차트 2위, 미국 빌보드 200 차트 37위에 오르는 등 소소한 성공을 거두며 시아가 서서히 주목받게 됩니다. 이 앨범의 싱글 ‘Clap Your Hands’ 역시 상당한 인기를 끌며 미국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피처링 작업을 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미국의 한 블로거가 ‘Sia는 양성애자’라는 내용을 공개하며 순식간에 가십거리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시아에게는 또다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약물과 술에 빠져 사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증상이 심해진 시아는 급기야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친구의 간절한 전화에 마음을 고쳐먹고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고통을 이겨냈습니다. 이때부터 시아는 작곡가의 길을 선택했는데요. 비욘세와 리아나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앨범에서 그녀의 재능이 빛을 발해 빵 터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데이비드 게타와 함께 작업한 Titanium ft. Sia 뮤직비디오 (출처: David Guetta 공식 유튜브)

2011년, 프랑스의 유명 DJ 데이비드 게타는 4집 <Nothing but the Beat>에 들어갈 곡을 시아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아이디어가 계속 오가던 중 데이비드 게타는 최종 데모 버전에 실린 시아의 가이드 보컬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급기야는 앨범에 이 버전 보컬을 그대로 사용하게 됩니다.

데이비드 게타 입장에서는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시아는 완벽하지 않은 가이드 보컬이 그대로 실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하지만 발매를 취소하거나 새로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이 곡이 바로 UK 싱글, 댄스 차트 1위,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3위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Titanium’이었기 때문이죠! 이 곡은 미국의 유명 치약 브랜드 ‘클로즈업’ 광고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 클로즈업 치약 TV 광고 (출처: ADman1909 유튜브 채널)


잊힐 것을 선언하며 만들어낸 불후의 명곡 ‘샹들리에(Chandelier)’

‘Titanium’이 엄청난 인기를 얻은 데 반해 시아는 더욱 허탈해졌습니다. 노력해서 만든 자신의 노래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데, 유명 가수에게 준 곡이나 피처링한 곡들은 계속 히트하는 상황이 씁쓸했던 거죠. 그는 급기야 ‘더는 무대도 싫고 유명세도 싫다’는 생각을 굳히고 가수 활동을 은퇴하겠다는 입장을 소속사에 전했습니다. 하지만 소속사와의 계약상 시아는 솔로 앨범 1장을 더 발매해야만 했고, 협의 끝에 자신의 얼굴을 전혀 노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여섯 번째 앨범 <1000 Forms of Fear>를 발매했습니다. 


▲ 디올의 ‘미스 디올’ 향수 광고(출처: Christian Dior 공식 유튜브)

‘당신은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죠?(WHAT WOULD YOU DO FOR LOVE?)’라는 화두와 함께 세련미를 부각시킨 크리스찬 디올의 ‘미스 디올’ 광고 BGM이 바로 이 앨범의 싱글 ‘샹들리에(Chandelier)’입니다. 미국 빌보드 핫100차트 8위를 기록한 이 곡은 ‘디올의 연인’ 나탈리 포트만의 당차고 쿨한 모습과는 달리 우울감과 외로움에 젖어 술에 의지하던 시아 자신의 과거를 노래했다고 합니다.

 

▲ 시아 ‘샹들리에(Chandelier)’ 공식 뮤직비디오 (출처: Sia 공식 유튜브)

Sia는 <1000 Forms of Fear>부터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을 철저히 숨긴 채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모션 등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라이브에서는 뱅헤어 스타일 가발을 쓰고 뒤로 돌아서거나 망사 등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 채 노래했습니다. 이는 지난 5집 앨범 활동 당시 루머로 인한 트라우마와 사생활 보호 차원이기도 하지만, 작곡과 피처링 작업으로 스포트라이트 뒤에 서있는 자신을 나타내는 퍼포먼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시아의 모습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자아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2014년 당시 12살 소녀였던 무용수 ‘매디 지글러’가 홀로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인 ‘샹들리에(Chandelier)’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수 20억 회를 넘기며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 시아의 ‘엘라스틱 하트(Elastic Heart)’ feat. Shia LaBeouf & Maddie Ziegler (출처: Sia 공식 유튜브)

이후 매디 지글러는 Sia의 페르소나 역할을 도맡아 하게 되었는데요. 시아와 그의 아버지에 관한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엘라스틱 하트(Elastic Heart)’ 역시 매디 지글러가 시아의 역할을, 배우 샤이아 르보프가 아버지 역할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뮤직비디오 속 두 사람은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는 하지만 지치면 결국 서로를 위로하는 관계입니다. 영상은 아버지를 새장에서 꺼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시아는 이 노래를 통해 좀처럼 정신질환이라는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후 시아는 <이것은 연기(This is Acting)>, <매일이 크리스마스(Everyday is Christmas)> 등 두 개의 솔로 앨범을 더 내놓았고, 매디 지글러 역시 여러 뮤직비디오에서 시아의 페르소나로 출연하며 함께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라비린스와 시아, 디플로가 의기투합한 슈퍼밴드 'LSD'의 홍보 이미지(출처: Sia 공식 페이스북)

현재 그는 5집의 히트 싱글 ‘Clap Your Hand’ 리믹스로 인연을 맺은 DJ 겸 프로듀서 ‘디플로’, 싱어송라이터 ‘라비린스’와 함께 그룹 ‘LSD’를 결성하고 영화 <헝거 게임>과 <원더우먼> OST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는 중입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지금도 여전히 그의 얼굴은 가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LSD 활동과 SNS에 올라온 이미지 속 시아는 예전보다 훨씬 행복한 모습입니다. 아마도 그건 시아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고, 팬들이 그 아픔에 공감하면서 생긴 치유의 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도 알아보지 않던 베일 속 작곡가에서 모두가 사랑하는 뮤지션으로 거듭난 시아. 그가 우리에게 안겨줄 또 다른 음악 선물을 기대하며 오늘도 시아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