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그 음악 #17. 제품의 장점을 한껏 끌어올리는 클래식 음악의 매력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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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Classical Music)은 악보가 남아있는 1550년 이전부터 꾸준히 음악적, 학문적으로 정형화되었으며 오랜 세월에 걸쳐 끝없이 다듬어지고 연주된 음악입니다. 그런 특징 때문일까요?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깨닫게 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운명’, 푸르른 초봄을 연상시키는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봄'처럼 인간의 보편적인 희로애락을 자극하는 클래식 음악이 많습니다. 한편, 광고 음악으로 활약하며 시선을 제품에 집중시킨 경우도 많았는데요. 오늘의 광고 속 그 음악은 광고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자극한 클래식 음악을 엄선해 소개해 드립니다.


세탁기와 피겨스케이팅의 교집합은? - 카미유 생상 ‘죽음의 무도’

▲가전, 작품이 되다. LG SIGNATURE(시그니처) (출처: LG베스트샵 공식 유튜브)

청초한 달빛 아래 처연한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자태를 드러냅니다. 우아한 줌인, 줌아웃에 맞춰 부드러운 회전과 함께 시그니처만의 기능을 한껏 뽐낸 후 일렁이는 달빛 반영을 선보이더니, 격정적으로 태세를 전환한 음악에 맞춰 광폭으로 회전하는 앵글과 함께 광고는 끝을 맺습니다.

이 영상은 초프리미엄 세탁기의 위대한 여정을 담은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라인 ‘LG 시그니처 세탁기’의 TV 광고입니다. 마치 빙판을 질주하듯 회전하는 카메라 앵글은 한 편의 피겨 스케이팅 작품을 연상케 하는데요. 이 광고의 BGM은 생상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 Op. 40’(이하, 죽음의 무도)입니다. 함께 감상해 보실까요?

 

▲교향시 ‘죽음의 무도 Op. 40’ (출처: Akademia Filmu i Telewizji 공식 유튜브)

카미유 생상은 프랑스의 대표적 작곡가 겸 오르가니스트로 실내악 관현악 모음곡 ‘동물의 사육제’, 교향곡 3번 ‘오르간’ C단조,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세상에 남겼습니다. ‘죽음의 무도’는 프랑스 시인 앙리 카잘리스의 시를 인용해 작곡한 교향시로, 죽음이라는 주제와는 달리 화려하고 단호한 멜로디로 리듬을 부여하는 춤곡입니다. 

김연아 선수가 2009 피겨스케이트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 챔피언을 거머쥐었을 때 펼친 명연의 BGM이기도 했던 ‘죽음의 무도’는 LG 시그니처 세탁기의 정숙성과 대비되는 뛰어난 기능을 달빛과 반영이 주는 차분함과 춤곡다운 리듬을 통해 멋지게 재현해 냈습니다.


다양한 기능의 하모니로 완성되는 설거지 -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LG DIOS 식기세척기 – 식기세척기의 신세계를 열다 편 광고(출처: LG 전자 공식 유튜브)

세탁기와 청소기는 빨래와 청소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우리에게 여가를 돌려준 중요한 가전입니다. 인덕션 역시 요리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가전이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식기세척기’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지는 가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릴 광고는 이러한 의문점에서 출발합니다. 

2019년 LG DIS 식기세척기 ‘Steam’의 광고는 다른 주요 가전에 비해 주목도는 낮지만, ‘설거지’라는 가사노동에서 우리를 해방하는 식기세척기의 장점을 광고 음악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Beethoven Violin Concerto Op.61 : Julian Rachlin & 정명훈 Chung Myung-Whun , KBS Symphony Orchestra (출처: SuperTheseus 유튜브)

세탁기와 청소기, 인덕션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바이올린은 경쾌한 단선율을 연주합니다. 하지만 잠깐의 정적 후 토네이도 세척 날개, 54개 입체 물살, 100℃ 트루스팀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이뤄내는 완벽한 설거지의 이미지를 폴리포니 오케스트라 변주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광고에 쓰인 음악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 61’(이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3악장 ‘Allegro’ 부분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베토벤은 생전 수많은 교향곡과 다섯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습니다. 천재로 불렸던 베토벤은 사실 바이올린에도 능숙해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등 수많은 소나타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서는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가 유일합니다. 45분이나 되는 대곡이지만 듣고 있자면 바이올린 솔로이스트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음의 향연에 시간이 ‘순삭’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막힌 속을 ‘활’로 뚫어드릴게요! - 모차르트 ‘밤의 여왕’ 아리아

▲까스활명수 2013 TV-CF(출처: 동화약품활명수 공식 유튜브)

김경호가 내지르는 시원한 샤우팅과 아이유의 3단 고음은 뭔지 모를 뻥 뚫린 해방감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음료 없이 먹기도 뻑뻑한데 어째 표정까지 심히 갑갑해 보이는 햄버거에 날아든 액체는 시원한 고음과 함께 햄버거를 허공으로 날려 버립니다. 왠지 답답해 보이는 삼각김밥도 ‘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날아가 버렸네요.

‘빠른 소화엔 활명수’ 카피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맺은 동화약품의 122년 스테디셀러 활명수의 광고는 고음 보컬의 이러한 특징을 제품의 특성에 잘 매칭했습니다. 이 광고의 BGM을 다시 한번 들어볼까요?

 

▲The Magic Flute – Queen of the Night aria (Mozart; Diana Damrau, The Royal Opera) (출처: Royal Opera House 공식 유튜브)

이 광고에 쓰인 노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2막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 끓어오르고’(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입니다. 조수미의 고음 연타로 유명한 이 노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아리아인데요. 화려하고 아름다운 노래 같지만 실제로는 밤의 여왕이 살인 교사로 협박하는 무시무시한 내용이라는 사실! 광고에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 ‘활’이 실제 노랫말 ‘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를 불태우는구나!’ 중 ‘Tod’(죽음)인 부분이 아이러니합니다.


왈츠처럼 사뿐한 무선 청소기의 발걸음 - 차이코프스키 ‘백조들의 왈츠’

▲LG 코드제로 T9 TV광고 - 선 없이도 강력한 무선청소기(인체 공학 핸들편) 2017 TVCF 30s(출처: LG전자 공식 유튜브)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선의 유무에 따라 편의성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하물며 온 집안을 누비며 먼지를 빨아들여야 하는 청소기는 선이 걸릴 때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죠. 그러한 고충을 완전히 해결한 LG 코드제로 T9 광고는 무선 청소기의 장점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선이 없어 어디든 다닐 수 있는 것은 물론, 청소기 본체 역시 끌려다니지 않고 사용자를 스스로 따라다닙니다. 초고속 스마트 인버터 250W 모터를 채택해 흡입력도 높아졌죠. 광고는 4분의 3박자 ‘쿵짝짝’ 왈츠 리듬에 맞춘 사용자의 발걸음과 하늘거리는 손길로 무선이 주는 자유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Tchaikovsky (Swan Lake) Suite-"Waltz" : Yoel Levi 요엘 레비 KBS Symphony Orchestra (출처: SuperTheseus 유튜브)

LG 코드제로 T9 무선 청소기의 광고에는 러시아의 악성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인 ‘백조의 호수’ 2막 ‘백조들의 왈츠’가 쓰였습니다. 총 4막 36곡으로 구성된 대작 ‘백조의 호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 음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노래는 2막 10장 ‘정경’과 함께 ‘백조의 호수’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합니다. 

악마의 저주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있어야 하는 오데트 공주를 향한 지크프리트 왕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동화로도 유명하죠. 초연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러시아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안무를 개선한 뒤로 대중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해요. 

‘백조의 호수’는 워낙 인기가 많은 발레 넘버이다 보니 다양한 문화로 이식되었는데요.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역시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고, <블랙 스완> 역시 ‘백조의 호수’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광고 속 클래식 음악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제품을 두드러지게 하는 효과는 물론, 대중음악에 비해 만들어진 지 오래되어 저작권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점으로 광고 음악에 두루 쓰이는 클래식이지만, 막상 대중들에게는 어려운 ‘공부’로 다가오기도 하죠.

그럼에도 자동차 후진음의 대표적 클리셰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곡 <엘리제를 위하여>일 정도로, 클래식 음악은 알게 모르게 일상 곳곳에 자리잡아 왔습니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영화와 음악, 광고 등 대중매체에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만날 수 있어요. 수험생의 집중력 음악이나 태교에 활용될 정도로 마음을 차분하게 울리는 클래식의 효과 역시 입증된 바 있죠. 지치고 힘든 순간, 오늘 소개해 드린 클래식 음악으로 마음속 ‘힐링’을 되찾아 보는 건 어떨까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