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ky in Media: 영화 “Angels’ Share”, 위스키로 인생 역전을?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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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는 자연과 시간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몇 년 전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 투어를 하면서 어느 한 곳의 투어 가이드가 한 말입니다.

위스키의 기본 재료는 물, 곡물 그리고 발효제(이스트) 이 3가지로서 인공 첨가제가 거의 첨가되지 않고(일부는 블랜딩 과정에서 색을 조절하기 위해 캐러멜 색소를 사용하기도 함), 굉장히 긴 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충분히 그 말에 공감이 되더군요.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스카치 위스키는 법으로 스카치 위스키라 부를 수 있는 조건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 조건이 최소 3년 이상의 숙성을 필요조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스카치 위스키에 표기된 숙성 연수는 어떤가요? 비행기를 타면 먼저 집어 드는 기내 면세품 책자를 봐도 주로 18년, 21년, 30년 등이 표시된 위스키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세월을 거쳐온 것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에서의 위스키는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술 이상의 의미를 가져 왔습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 위스키는 약으로도 많이 사용되어 영국/아일랜드 지역에서는 지금의 위스키(Whisky)의 어원인 “Uisge Beatha(위스게 베하-게일어)”라 불렸으며 이는 중세시대부터 술, 특히 와인을 증류하여 만든 브랜디를 일컫는 말인 “Aqua Vitae(생명의 물-라틴어)” 그리고 서양에서 증류주 주정(酒精)을 “Spirit”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가 독감(Flu)에 효과가 있다는 메시지의 광고(출처: Dewar's White label whiskey)

요즘은 스카치 위스키 외에도 아메리칸 위스키(통상 버번으로 잘못 알고 있는-추후에 킹스맨 2편과 함께 다룰 예정), 캐너디안 위스키, 재패니스 위스키, 인도 위스키, 대만 위스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엄청난 종류의 위스키가 있어 위스키를 흔한 술 중에 하나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위스키가 제조되는 시간과 과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 “자연과 시간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이 더 와닿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스키에 대해 설명할 내용이 많지만 위스키의 Value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어 서론은 이 정도에서 마치고, 이번에 다룰 영화 ‘Angel’s Share’ 속에 나오는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천사를 위한 위스키, Angel’s Share

▲영화 'Angels' Share' 포스터(출처: Watch Online Streaming Movie)

‘Angels’ Share’는 2012년에 출시된 켄 로치 감독의 작품으로(개인적으로 영화감독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흥행 위주의 영화보다는 평범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삶을 다루는 영화를 주로 찍었다고 합니다) 2012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Angel’s Share’가 무슨 뜻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을 먼저 하자면,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과정을 거칠 때 1년에 약 2%가 증발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증발해 버리는 위스키를 일컫는 말입니다. 


▲Angel’s Share 설명 이미지. 시간 외에 오크통 사이즈와 해당 지역의 기후에 따라 증발량의 정도가 달라짐(출처: Distillery Trail)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손실일 텐데요. ‘Angel’s Share(천사의 몫)’라는 표현을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비용/손실을 참으로 훈훈하게 그리고 위트있게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실제 판매되는 위스키 가격은 더 비싸지지만,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오히려 증발해 버린 술에 대한 비용까지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불하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4명은 소위 말하는 동네 불량배, 문제아들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배우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싸움질, 절도 등으로 지내다 결국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지만, 주인공 Robbie는 여자친구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30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감독관과 같이 간 위스키 시음회를 계기로 위스키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주인공 Robbie는 약 100만 파운드(한화 약 16억 원)의 가치가 나가는 오래된 위스키가 오크통 통째로 경매된다는 소식을 듣고 오크통 속에 담겨 있는 위스키의 일부를 훔칠 계획을 세웁니다.


▲영화 속 실제 배경 Balblair 증류소 창고. Balblair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Highland 북부지역에 있는 증류소로서 화사하고 달콤한 맛의 위스키를 제조하는 대표 증류소. Balblair는 특이하게 와인처럼 제조 연도를 표기한 Vintage 제품으로 많은 애호가가 찾는 위스키(최근에는 타 위스키처럼 숙성 연수로 표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제아들의 인생을 바꾼 한 병의 위스키

다시 증발량에 대해 돌아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위스키 숙성 연수 중에 21년 숙성 위스키는 21년 X 2%, 즉 최초 오크통에 가득 담은 증류된 주정의 약 42%는 날아가고 58%만 남는다는 얘기입니다. 위스키를 숙성할 때 스코틀랜드에서는 통상 Puncheon(455L) 혹은 Butt Cask(500L)를 사용하는데요(스페인 Sherry 와인을 담았던 통에 주로 숙성시켜 달콤하고 향긋한 맛을 우려냅니다). 만약 500L라고 가정하면, 42% 정도가 사라지고 남은 58%는 약 290L가 되겠죠? 그럼 보통 위스키 1병이 700ml이므로 약 300병의 위스키가 사라지고 414병 정도만 출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4병 정도의 양을 빼냅니다. 뭐 414병 정도 되는 양에서 4병 정도의 양이 사라진다고 티가 나겠습니까? 더구나 이미 반 정도는 Angel’s Share라고 각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 4병 중 2병은 도중에 실수로 깨트려버리고 2병 중의 1병만 원래 밀거래하기로 한 사람에게 엄청난 금액의 돈을 받고 팝니다. 그리고 남은 1병은? 어떻게 했을까요? 여기까지 얘기하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심한 것 같아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결론적으로 다시 절도를 범한 주인공들이지만 이들에게 1병의 위스키는, 거액의 돈을 주고 오크통을 통째로 살 수 있는 사람에게는 Angel’s Share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별거 아닌 양이지만 이들에게는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준 의미가 다른 위스키 1병이었습니다.

어릴 때의 실수로 인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편견을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큰 장벽이 있었던 그들. 실제로 Robbie 외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들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볼품없고 별볼일 없는 동네 형들로 캐스팅되었다고 합니다. 


Angel’s Share, 제품의 가치를 높이다

Angel’s Share라는 개념은 위스키를 제조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어쩌면 ‘증발되어 날아가 버리는 아까운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오히려 좋은 위스키를 만드는데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라 생각해 이를 기꺼이 인정하고 오히려 최종적으로 출시하는 제품의 가치를 더 높이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로 여긴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광고나 마케팅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은 비용(Cost)으로 흔히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 광고 혹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곤 합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광고나 마케팅 활동이 단지 비용 개념보다는 투자 개념으로,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제품 혹은 서비스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중요한 과정으로 여길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고 하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 영화를 위스키에 관심을 갖고 난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위스키를 접하다 보니 몰랐던 영화도 알게 되고, 다른 국가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다양한 음식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이 위스키에 대해 더 재미를 느끼게 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비단 위스키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혹은 마케팅에 관심이 많을수록 다양한 지식(a.k.a 雜지식)도 때로는 필요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위스키를 “Whisky in Media”라는 주제로 처음 글을 써 보았습니다. 앞으로 미디어 속에 등장하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위스키를 소재로 흥미롭고 도움될 수 있는 글을 써 보겠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