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12 : promotion sketch -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 - 천년 전처럼, 새 천년의 정보혁명을 발신한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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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달 I 사원 (프로젝트팀)

‘직지’에서 시작된 인류 인쇄문화의 대장정

한 민족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되는 것 가운데 책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민족에 있어서든 책은 그만큼 그 민족의 사상과 혼을 담아 내며 당시의 문화와 시대 상황을 체험케 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러한 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인쇄라는 출판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인쇄문화는 이미 700여 년 전부터 화려한 꽃을 피웠다. 비록 기록만으로 전해오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상정예문’ 등을 제외하더라도 독일의 구텐베르크에 앞서 1377년에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이곳 청주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돼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People’지는 금속활자의 발명을 지난 천년간 인류사를 발전시킨 가장 위대한 발명 중에 최고봉이라고도 했다.
금속활자를 통해 대량의 정보가 다수의 인류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 일대 정보혁명이었다는 사실을 그 으뜸의 이유로 꼽은
것이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새 천년은 지식산업의 시대이며 삶의 패러다임과 사회의 구조가 정보화 쪽으로 바뀌어 가는 일대 변혁기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맞이하는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를 우리 회사가 종합 기획, 실행하게 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2000 청주인쇄출판박람회’는 인쇄문화의 지난 세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또 앞으로 도래할 디지털 정보시대에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直指)’가 인쇄되었던 고장인 청주가 그 중심에 서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청주 예술의 전당 일대 약 5만평 부지에서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31일간 개최되었다. 총 사업비 약 50억원이 투입된 이 박람회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함께 새천년 준비위원회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원되는 범국가적인 행사이기도 했다.
9월 21일 전야제에 이어 9월 22일에 열린 개장식에는 우리 회사 이인호 사장을 비롯하여 청주시장 등 지역 인사와 독일 마인쯔시장, 구텐베르그박물관장 등이 참석하였다. 또 개막식에는 이한동 국무총리와 중앙 및 지방 각계 초청인사들이 참석하여 박람회의 개막을 축하하였다. 이어서 9월 27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박람회장을 방문하여 전시물을 관람한 후 일반인보다는 학생들이 더 많이 관람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교육과 체험에 초점을 맞춘 전략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몇 가지 난제들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였다.
직지로 대변되는 청주의 이미지와, 미래 정보화도시 청주의 이미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연출 컨셉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둘째, 박람회 개최 시점에 시드니올림픽, ASEM,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및 각 지방별 지역축제가 집중되어있다는 점, 셋째, 박람회장과 인접한 청주 자체의 관광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점, 넷째, ‘인쇄출판’이라는 박람회 타이틀이 갖는 약점을 최대한 보완해야 하는 점 등이었다. 수차례에 걸친 우리 LG애드와 박람회기획위원회와의 회의 및 자문을 거쳐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의 성격을 흥미 위주보다는 ‘교육적, 미래지향적 박람회’로 정리하고, 박람회장 연출 컨셉트를 ‘직지=금속활자=정보화(커뮤니케이션)의 혁명’, 즉 ‘Communication World’로 설정하였다.

그후 박람회장 구성(zoning)에 있어서도 수많은 의견과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결국 각 존(zone)별 명칭은, 문자로 비롯되어 정보로까지 그 범위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하는 문자마당→인쇄마을→출판도시→정보세계로 최종 확정하여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표 1>.
이는 박람회 주제를 보완하고 박람회 소재(인쇄출판)가 주는 한계를 극복함은 물론, 앞서 언급했던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으로 판단되었다. 박람회의 메인 타깃은 지역별, 계층별로 세분화하여 처음부터 가장 현실적으로 좁혀나갔다.
주 대상지역은 청주시를 비롯한 대전권, 충북권으로 설정하고, 보조 대상지역으로는 충남 및 기타 지역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계층별로는 가족보다는 청소년 및 학생층을 메인 타깃으로 설정하였다<표 2>.





문자와 인쇄 그리고 디지털 세계의 모든 것

자, 이제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 행사장을 둘러보자.
박람회 전시의 주제는 ‘문자문화의 지난 천년, 새 천년’. 이러한 주제 속에 문자마당(문자역사마당, 문자문화마당), 고인쇄마을, 인쇄체험마을, 출판문화도시, 출판체험도시, 인터넷 세계, 디지털 세계 등 모두 7개 전시관에 문자와 인쇄 그리고 디지털 세계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자 하였다<표 1>.
먼저 박람회의 주제관이라 할 수 있는 ‘문자마당’에는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최초의 문자인 수메르문자, 전세계에 8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로마황제동전,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미세문자 등 진귀한 유물들이 전시되었다.
그리고 ‘고인쇄마을’에 들어서게 되면 동서양의 인쇄문화 연표를 통해 직지가 구텐베르그의 42행 성서보다 78년 먼저 인쇄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여 청주시는 물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정확한 근거 속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인쇄체험마을’에는 60년대∼70년대의 인쇄관련 기기, 그리고 ‘독립신문’을 인쇄했던 인쇄기기 등이 전시되었고, ‘출판문화도시’에는 세계적으로 진귀한 좁쌀책,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간본, 그리고 북한 도서 등이 전시되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편 ‘출판체험도시’에서는 일명 ‘전자책’이라고 불리는 e-book을 통해 미래의 책은 어떤 모습을 갖게 될 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이곳에는 60년대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실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직지교실’이 함께 마련되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옛 향수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인터넷 세계’는 최근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인터넷 방송이 박람회 홈페이지를 통해 생방송으로 송출되도록 구성하였다. 끝으로 LG와 한국통신관으로 꾸며진 ‘디지털 세계’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꿈의 이동통신이라 불리우는 LG의 IMT2000, 디지털 TV, PDP, DVD 등을 통해 첨단 디지털 기술의 세계를 한눈에 접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과 문화의 대축제 - 이벤트박람회

행사는 크게 학술행사와 체험/공연 이벤트로 구성되었다. 학술행사의 공식명칭은 ‘제3회 청주 국제인쇄출판학술회의’로서, 한국, 독일, 영국, 일본, 중국 등 5개국 학예연구가와 교수 약 400명이 참가하여 인쇄출판문화의 세계적 흐름과 학문적 연구를 공유하는 수준 높은 행사로 마련되었다. 또한 이벤트는 지역문화예술단체의 공연, 한국의 전통인쇄출판 관련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행사 등 총 50여 개에 이르는 프로그램이 박람회 전 기간동안 총 400여회 이상 쉴새 없이 이어져 그야말로 교육과 문화의 대향연을 이루었다<표 3, 4>.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조직위원회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발생되는 부대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5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람회 전시, 시설, 이벤트, 운영, 홍보 등에 지역 공연단체와 시민, 업체 등이 약 45% 정도 참여하였다는 가시적인 효과와 더불어 박람회를 계기로 지역 내 기반시설에 재투자되는 비용, 관광수익 등의 부가가치 창출, 또한 대규모 행사개최를 통한 청주의 위상 제고 및 자체 역량 확보 등이 이번 박람회를 통해 파생되는 효과라 할 수 있다.



선결되어야 할 몇 가지 과제들

박람회라 함은 그 시대의 산업과 경제, 문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 미래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매머드 축제이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에 청주인쇄출판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청주의 지역적 특성과 시대적 흐름을 잘 간파한 것이라 하겠다.
역사란 것은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며 박물관의 유물처럼 화석으로 굳어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인류의 거울이며, 살아 움직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상당수의 축제들이 역사적 당위성을 도출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과 대비하면 이번 박람회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청주의 상징성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느낀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첫째, 집객(集客)의 측면에서 볼 때 그 시점과 단계별 전략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학생단체가 집객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식하면서도 그들을 유치하는 방법은 관례적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각급 학교 수학여행, 현장학습 일정은 연초에 어느 정도 결정되며 장소는 보통 7∼8월에 결정된다. 또 예전과는 다르게 대상지의 결정에 있어 학교 운영위원회의 일방적인 결정보다는 학생, 학부모의 의견이 중시되고 있다. 따라서 이 점을 고려한 유치계획과 실행이 수반되어져야 한다.


각 시점별로 이들이 본 박람회를 인식하고 흥미를 느끼면서 방문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유치 프로그램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의 성향에 소구할 수 있는 참여프로그램과 홍보물, 판촉물 등이 좀더 일찍, 그리고 구체적으로 계획되어지고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특색 있는 대형 이벤트의 창출이다. 물론 청주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공연물이라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수십 가지의 공연물보다는 특색 있는 대형 이벤트 한두 가지가 오히려 언론을 비롯한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주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쇄출판박람회의 지속적 개최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개최되었던 ‘직지오페라’, ‘제1회 직지 한글 글꼴공모전’, ‘제3회 청주국제인쇄출판학술회의’ 등 몇 가지 행사들은 일과성으로 그치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었다.
따라서 청주시 차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져 향후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행사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LG애드의 진정한 저력 - Project Planning & Organizing

다른 행사도 마찬가지겠지만,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는 분명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박람회는 단순히 전시, 이벤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홍보, 수익사업, 현장운영 등 여러 요소들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각 분야별 전문가와 전담 인력들이 각자의 업무를 진행했지만, 박람회 전체의 연출적인 요소와 운영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기획을 하고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organizer의 역할은 박람회의 성패와도 직결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람회 개장 초기 언론들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했던 점이나, 전시와 이벤트 아이템들을 활용한 지속적인 이슈 메이킹(issue making)과 실행, 그리고 각 분야별로 물흐르듯한 매끄러운 운영 등은 박람회의 organizer로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지를, 또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치면서 이번 박람회를 위해 수고하신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 관련 스태프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모두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