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4 : 인공지능이 광고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인공지능이 광고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은‘ 세기의 대결’이라고 기억될 만합니다. 이세돌 9단은 한 편의 바둑 드라마의 주인공을 넘어 SF영화에서나 봤던‘ 기계와 싸우는 최후의 인간’이 된 듯한 응원을 받았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이나 로봇들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했고, TV의 영화 채널은 재빠르게 <터미네이터>와 <A.I>같은 영화를 다시 방영했습니다. 정부는 인공지능 산업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죠.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설 수도 있다는‘ 알파고 쇼크’를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나, 떨고 있니?”

그런데 세상이 뒤숭숭해서인지 알파고 쇼크가 연상시키는 미래를 유토피아로 보기보다는 디스토피아로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자신의 일자리를 기계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 거죠. 한 취업 포털의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6명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성인 3,61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로봇과 자신이 맡은 업무로 대결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33.8%가‘ 질 것 같다’고 응답했고,‘ 예측할 수 없다(33.7%)’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길 것’이라고 장담하는 의견은 14.1%에 불과했다고 하네요. 특히‘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4%가‘ 그렇다’고 답했고,‘ 대신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고 하니 알파고 쇼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준 것이 틀림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소문난 광고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광고산업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이런 질문을 갖고 광고업 경력 평균 20년이 넘는 국장님 세 분과‘ 인공지능과 광고회사의 미래’라는 주제로 가상 좌담회를 개최해봤습니다(개별 인터뷰한 내용을 한자리에서 좌담하는 형식의 가상 좌담기사로 꾸몄습니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

사회자/ 반갑습니다. 광고업에서 한평생을 바쳐온 여러분…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흥미진진했죠?

A 국장/ 세상은 서서히 변하는 것 같지만 어느 한 기점을 계기로 획기적으로 변하기도 하죠. 90년대 후반엔 동영상 하나를 보기 위해 온 국민이 인터넷이라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고,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이 지닌 어감이 획기적으로 변했죠. 아마 이번 알파고 이벤트도 인공지능을 우리 생활 속으로 가져온 일대 사건이 될 것입니다.

B 국장/ 이번 알파고 쇼크는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적 의미보다는 인간의 자리를 기계에 빼앗길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의미가 더 큰 것 같네요.

지금까지는‘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기술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나는 것이죠.


“광고회사도 많이 변화하겠죠”

사회자/ 그렇다면 당장은 아니겠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광고회사는 어떤 변화를 맡게 될까요?

C 국장/ 광고업은 이미 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활용된다면 더 급격히 변할 겁니다. 특히 인력이 대폭 줄어들겠죠.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어요. 과거 CF 감독과 편집실은 물론 오디오 PD까지 거느리고 있던 광고회사의 인력구조가 아웃소싱을 중심으로 하는 소수 정예화 조직으로 탈바꿈하면서 인력이 급격하게 줄어든 게 한 예죠. 광고산업 자체도 90년대 전자출판이 도입되면서‘ 식자’로 대표되던 인쇄 프로세스가 줄어들고, 최근 신문광고 전송방식도 파일로 바뀌면서 그 많던 인쇄 제판집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한때 광고업의 상징이라고 했던 6mm 테이프와 베타테이프도 이제 곧 사라질 운명이고요.


“아마도 [ ] 직종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사회자/ 인공지능이 어떤 직종을 가장 먼저 위협할까요?

B국장/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의 역할이 위축되지 않을까요?. 해외 언론사에서는 이미 몇 가지 키워드를 집어넣으면‘ 단신기사’가 나오는 인공 글쓰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제 카피를 쓰는 일도 컨셉트 넣고 톤앤매너 입력하고 타깃을 적어 넣으면 최고의 카피를 뽑아내주는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개발될 것 같아요.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죠. 원하는 소스 이미지를 네댓 가지 선택하고 이를 믹싱해달라고 하면 하나의 이미지로 나오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으니까요.

C 국장/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제작 분야는 창의성이라는 것을 근본 속성으로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대체하기는 힘들 겁니다. 오히려 미디어플래너가 가장 먼저 사라질지 몰라요. 이미 대부분 광고회사의 시작이었던‘ 조사’ 분야가 광고회사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까? 또한 빅데이터 분석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의 미디어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개별화된 메시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인공지능이 미디어플래닝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미디어플래너라는 직종은 사라질수도 있다는 거죠.

A 국장/ AE들이 가장 먼저 사라지지 않을까요? 아니, 사라진다기보다는 ’코디네이터‘의 개념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제작·매체·프로모션 등 각 영역이 세분화되고 발전할수록 광고주는 AE를 통하지 않고 세분화된 영역으로 바로 컨택해 들어가겠죠. 그러다 보면 AE들은 주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고요. 이벤트나 프로모션에서의 역할은 이미 그렇게 진화중이죠.


“걱정 말아요, 광고인!”

사회자/ 인공지능의 발전뿐 아니라 전체 비즈니스 생태계 속에서 광고회사 비즈니스는 유망할까요?

A·B·C 국장/ 과거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존 광고회사의 역할 및 위상 축소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도 광고회사는 변화하고, 혁신하며 변함없이 광고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디스토피아적 우울함에 빠져 있기보다는 이런 때일수록 10년 후, 30년 후 광고 비즈니스의 미래를 먼저 고민하고 먼저 투자하는 개인과 회사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겠죠. 그러면 알파고가 아니라 알파고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우리들만의 경쟁력과 디퍼런스(Difference)를 통해 생존할 수 있을 겁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