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8 : Annual Campaign - '고객 마음 읽기'에서 '고객 행동 읽기'로 ① '2.0 고객' _ 지금은 '내가 직접', 그런데 2.0 이후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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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ual Campaign _ ‘고객 마음 읽기’에서 ‘고객 행동 읽기’로
   이성수 | 선문대 상담·산업심리학과 교수 / leessda@sunmoon.ac.kr
고려대 심리학과 소비자·광고심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아주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인포서치 마케팅 리서치 팀장을 역임한 후 선문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1. ‘2.0 고객’ 지금은 ‘내가 직접’,
       그런데 2.0 이후는?
 

2.0 시대의 소비자 행동에서 두 가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의제 설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소비 의식의 각성이다. 더 많은 디지털 기기를 소유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21세기형 소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광장. 한 시민이 한 손에 촛불, 한 손에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을 들고 현장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린다. 광장의 모습은 전혀 편집되지 않은 채 ‘라이브’로 온라인에 생중계되고, 네티즌들은 그 영상에 댓글을 달고 광장의 다른 쪽에 있는 지인들에게 전체 상황에 관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다. 같은 시각,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촛불시위에 관한 다양한 이슈들에 관해 네티즌들의 논리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정부를 비판한다. 이에 정부는 ‘사과’라는 것을 한다. 그러나 촛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이른바 ‘2.0시대,’ ‘2.0소비자’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현실에서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는 일찍이 없을 것이다.



‘내가 직접’의 시대

비즈니스 2.0, 시장 2.0, 마케팅 2.0, 농업 2.0, 정치 2.0, 웹 2.0…. 우리는 참으로 다양한 2.0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2.0시대를 얘기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런 다양한 2.0의 시작은 웹 2.0에서 시작되었다. 웹 2.0의 개념은 미국의 IT 전문 출판미디어 기업인 오릴리(O’Reilly)의 대표인 팀 오릴리(Tim O’Reilly)가 2004년 10월 제안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품명도, 실체가 있는 기술 표준도 아니다. 웹 2.0은 단지 웹이 곧 플랫폼이라는 의미로 정보의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산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개념적으로 지칭할 뿐이다.
말이 좀 어려운데, 좀 더 확 줄이면 웹 2.0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쌍방향 인터넷 환경, 즉 누구나 참여해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광장’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www이 등장한 지 겨우 몇 년 지난, 그래서 아직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던 시절, 1996년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의 Hoffman과 Novak이 <Journal of Marketing>에 인터넷 환경의 특징을 1대 다(多)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다(多) 대 다(多) 커뮤니케이션 환경으로 이해한 논문을 기고했었는데, 그것이 이제야 실현되었다고 할 것이다.


웹 1.0 시대 인터넷 상의 정보 생산과 유통자와 소비자는 구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웹 2.0 시대에서 온라인상의 정보 생산·유통 및 소비자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 네이버의 ‘지식인’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닷컴 거품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한결같이 사용자들이 손쉽게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참여’의 길을 열어 놓았고, 그로 인해 소수에게 독점된 정보가 대중에게 ‘개방’되고 ‘공유’되었으며, 이것은 다시 대중의 ‘참여’를 독려하는 선순환 체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정보의 소비에 머물렀던 소비자들이 자신의 지식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웹에 올리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좀 더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결국 기존의 웹 1.0 환경에서는 다소 통제되고 주어진 정보의 소비에 머물렀던 소비자의 권리가 웹 2.0 환경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형태로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소비자 행동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웹 2.0이 소비자의 참여·개방 및 공유라는 행동을 증폭시켰을까? 그런 행동의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어떤 심리가 있을까?
다 차려놓은 진수성찬도 좋지만 시래기 국일지라도 내가 직접 만든 것을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이다. 한 파스타 소스 제조업체에서, 주부들이 파스타 소스를 사서 양파를 조금 더 넣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제조업체는 더욱 편리하게 양파가 추가된 소스를 출시했다. 결과는? 주부는 여전히 양파를 썰어 넣고 있었다. 주부에게는 조금의 편리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었다는 확인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그게 인간의 본질 중 하나이다. 인간의 욕구는 여러 가지이지만, 독립성과 자율 또는 자기결정의 욕구는 선천적인 심리적 욕구이다. 웹 2.0의 특성 그리고 이로 인한 소비자 2.0의 특성인 참여·개방 및 공유 행동의 근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내가 직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요약될 것이다. 소비자는 기업이나 정부 등, 제품이나 서비스, 정보의 공급자가 주는 일방적 공급에 만족하지 않고 그러한 것들의 흐름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한 것이다. 그동안에는 그럴 만한 수단이 없었을 뿐이었다.



대중의 지혜와 소비자 행동의 변화

 소비자의 ‘내가 직접’이라는 심리는 웹 2.0이라는 수단과 만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유발했고 또한 유발하고 있다. 소비자의 ‘내가 직접’ 심리가 꼭 웹이 있어야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에 딤채는 주부들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성공한 브랜드 중 하나이다. 이처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소비자의 의견을 단순히 참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신제품 개발이나 생산성 향상 등에 연결시키는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개방·참여 및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웹 2.0의 열린 플랫폼의 잠재적 가치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해외 자유여행 정보 사이트 ‘윙버스’는 대형 포털과 각종 블로그에 올라온 수만 건의 사용자 여행후기와 여행자 사진을 해외 주요 도시 지도 위에 태그로 연결해 여행자가 그곳의 사정을 앉은 자리에서 알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정보나 지식을 재창조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위키디피아(Wikipedia)나 네이버 지식인은 어떤가? 새로운 지식의 창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은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공유된다.
2.0 시대의 소비자 행동에서 두 가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이 의제 설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겨지는(?) 측이나 또는 언론이 의제를 설정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의제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중요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우깡에서 쥐머리가 나와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몇 푼의 보상금에 만족하거나 소비자 관련 단체에 제보하는 것뿐이었다. 한 개인이 거대 조직을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이게 가능해졌다. 웹 2.0이라는 플랫폼, 즉 ‘마당’의 형성으로 인해 한 개인의 의견은 다수의, 심지어 전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의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소비의식의 각성이다. 단순히 더 많은 디지털 기기를 소유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21세기형 디지털 소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참여·개방 및 공유의 장이 마련되었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런 흐름을 보면 ‘한 명의 천재가 백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말은 반은 맞지만 반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백만 명의 지혜가 없었다면 그 한 명의 천재는 천재성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머지 백만 명은 소위, 제 밥벌이는 한 것이다. 시장과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의 주장처럼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2.0소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나?

 그뢴누스(Gronroos)는 일찍이 품질의 두 가지 요소로 기술적(Technical) 품질과 기능적(functional) 품질을 말했다. 기술적 품질은 제공되는 핵심 속성을 의미하며, 기능적 품질은 그것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은행 직원이 건방지고 불친절하게 돈을 건네든 친절하게 건네든 나에게 오는 돈의 경제적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심리적 가치는 달라진다. 즉 이제 품질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것은 콘텐츠(Contents)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고 맥락(Context)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렇듯 다양한 2.0에 접속한 소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것인가?


N=1이라는 접근 필요
우선 소비자를 바라보는 기업의 관점부터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 관점은 ‘N=1’이어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 전체(N)를 대할 때는 한 명의 고객을 대할 때처럼 신중하게, 그러나 한 명의 고객을 대할 때도 전체 소비자를 대할 때처럼 무겁게 대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 명의 소비자는 낱낱이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2.0이라는 마당을 통해 순식간에 공통의 유대감을 갖는 다른 소비자와 함께 하나의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단계에서부터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하는 단계와 판매를 거쳐 다시 소비자의 피드백을 얻는 등 기업활동의 모든 단계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관심의 경제학
2.0의 특징은 상호작용 자체이고 플랫폼이고, 마당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광장에서 기업과 상호작용하고 소비자와 상호작용한다. 쇠고기 문제를 둘러싼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대를 규정하는 특징 중 하나는 온라인상에서 얼마나 소비자의 관심(Attention)을 얻느냐이다. 기업과의 거래에서 소비자가 가진 자원은 단지 돈만이 아니다. 어쩌면 돈은 소비자가 일차적으로 지불하는 관심의 부수적 현상일 뿐이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관심의 양은 정확히 시간의 양과 동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소비자의 시간을 더 많이 점유하는가가 될 것이고, 보다 창의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이길 것이다. MP3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발명했지만, 보다 창의적인 감성적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관심을 획득한 iPod이 열매를 따고 있음을 염두에 두자.




소비자 2.0 이후
팀 오릴리가 웹 2.0 철학을 설파한 지 거의 4년. 어쩌면 지금은 각종 2.0이라는 유행의 끝물일지도 모른다. 2.0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언급되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답보상태이거나 하락추세라는 자료들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웹 2.0 기업인 구글의 주가는 2007년 말에 최고치를 찍고 2008년 3월 이후 41%나 떨어졌다고 한다. 물론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튜브 등 대표적인 웹 2.0 기업들의 수익성이 이전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면 2.0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3.0 시대는 무슨 특성으로 요약될 수 있을까? 웹 3.0의 키워드는 ‘개인화’와 ‘추천’이라고 한다. 우선 지금은 웹이라는 것이 주로 PC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2008년 현재 광고되는 휴대폰만 보더라도 이제 웹은 PC라는 틀을 벗어나고 있다. 유비쿼터스의 개념이 진실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현재만 해도 웹상에 있는 다량의 정보를 사용자가 직접 찾아보고 이해하고 판단하지만, 웹 3.0은 컴퓨터가 직접 질문과 자료를 이해하고 명확한 답을 제안하는 ‘의미적 웹(Semantic Web)’이라고 한다. 웹3.0은 내가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게 된 2.0시대. 대중의 지혜는 네트워크로 연결됨으로써 한층 더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개인의 정보처리와 판단 능력이 더 나아진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정보처리에 관한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들 만성적인 시간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웹 3.0 시대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소비자의 어떤 특징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지 가늠케 해준다.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종결욕구(Need for Closure)와 조언추구 성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종결욕구는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현재의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단순화시켜 빨리 답을 얻고자 하는 성향이고, 조언추구 성향은 타인으로부터 판단을 얻고자 하는 성향을 말한다. 결국 사람들은 매일 매일의 한정된 경제적 및 심리적 자원 속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누가 소비자 개개인에게 ‘비서’ 역할을 해주는가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사실 웹 2.0 및 여기서 파생된 소비자 2.0이라는 말이 유통된 지 오래다. 이미 일부에서는 웹 2.0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한편으로 많은 마케팅 관련 글을 보면 소비자를 마치 점령해야 할 미지의 땅처럼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웹 2.0 이후의 트렌드를 보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기업은 소비자에게 봉사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는 시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