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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발명하다


당신과의 거리 45cm, 반드시 조용한 공간일 것, 조명은 어둡게 할 것.

당신의 마음을 가장 끌어내기 좋은 조건. 추상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마크 로스코가 내건 조건입니다. 자신의 그림을 감상할 땐 어둡고 조용한 공간에서, 그림으로부터 45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봐야만 자신이 그려낸 '마음'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하죠. 선으로만 이어진 단순한 구도가 이끌어내는 '마음.' 그의 그림 앞에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정에 빠져드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마크 로스코는 심플한 그림으로, 숨겨진 '마음'을 발명한 겁니다. 자신도 몰랐던 심연에 눌러놓았던 마음을 끌어내 만날 수 있도록.

VR, AR, 3D프린터…. 효과적인 브랜딩을 위해 첨단의 디지털적인 방법들이 고안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발명 혹은 발견해서 브랜드와 연결하고 싶은 장치입니다. 마크 로스코와 같은 의도입니다.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마음을 끌어내는 것.

콘텐츠를 만들고 캠페인을 만든다는 것. 말하자면 마음을 발명하는 일입니다.


KLM이 비행기 밖으로 전하는 '안심'

▲ KLM Care Tag (출처 : KLM Royal Dutch Airlines 유튜브)

많은 항공사들이 브랜딩을 합니다. 쾌적한 공간과 훌륭한 서비스로 편안한 비행을 제공한다고 하죠. 대부분 비행기 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KLM은 그 영역을 넓혔습니다. 기내에 머무는 동안만이 아닌 비행기에서 내려 낯선 곳을 여행할 때도 함께하기로 한 거죠. 그들이 만든 'Care Tag'을 통해서.

방법은 간단합니다. 암스테르담에 머무는 동안 케어텍을 가방에 매달면, 케어텍이 자동으로 위치를 감지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필요한 정보를 당신에게 전하는 거죠. 케어텍의 모든 목소리 또한 KLM의 승무원 목소리로 녹음됐습니다. 텍 안에는 GPS가 내장돼 있기에,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도 위치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조심하라거나 트램 레일을 조심하라거나 조금만 더 가면 보트를 탈 수 있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죠.

시끄러운 곳에서도 잘 들릴 수 있게, 테스트를 통해 볼륨이 적용됐으며 여행자가 스스로 볼륨을 조정하거나 다시 듣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휴대폰 충전까지 가능합니다. 암스테르담을 다니는 내내 KLM 승무원과 함께 다니는 셈이죠. 케어텍은 9월 한 달간 리미티드로 운영이 되며,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낯설기에 설레는 여행지는 낯설기에 불안함도 함께 줍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현지인의 경험에서 나온 정보를 전달해준다면 여행이 훨씬 안정적이 되겠죠. KLM은 비행기를 벗어나서도 KLM에 의지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간단한 기기로 '믿음'이라는 마음을 발명해낸 겁니다.


비요른 보그가 만드는 모두의 '동감'

▲ Borg Open – Tennis Across Borders (출처 : Björn Borg 유튜브)

미국과 멕시코 국경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담장을 세우겠다고 공약한 후부터, 그곳은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트럼프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많은 브랜드 또한 그 의견에 반대합니다. 멕시코 국경을 다룬 캠페인이 심심찮게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스웨덴의 스포츠 브랜드 비요른 보그도 같은 입장입니다. 멕시코과 미국을 가르는 생각에 반대하기 위해 그들은 7월, 테니스 경기를 열었습니다.

일반적인 테니스 경기라면 아무도 비요른 보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경기는 특별했습니다. 게임 장소로 색다른 곳을 선정했으니까요. 미국과 멕시코 국경입니다. 미국 선수는 미국 땅에서 멕시코 선수는 멕시코 땅에서 국경을 사이에 두고 테니스 경기를 치르는 거죠. 보통 경기를 하는 동안 13번 정도 코트를 바꾼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관계 기관에서는 이 경기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고로 이 경기로 인해 누군가 체포될 위험 또한 있었습니다. 반면 멕시코 쪽에서는 승인을 했습니다. 그들은 '용감하게'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스포츠는 인류를 '하나'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국경에서의 게임으로 미국과 멕시코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죠.

이 테니스 경기에 비요른 보그를 직접적으로 광고하거나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비요른 보그의 스포츠 정신과 철학을 얘기할 뿐입니다. 위험을 무릅쓴 그들의 시도는 많은 사람에게서 동의를 얻고 호감을 얻습니다. 브랜드를 사는 시대가 아니라, 브랜드가 얘기하는 철학과 생각을 사는 시대. 비요른 보그는 '동의'하는 여러 마음을 얻었습니다.


미셸 공드리와 애플이 만든 동심

휴대폰으로 영화 촬영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습니다. 발전된 휴대폰 기술은 누구나 쉽게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가능성'을 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감독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화를 선보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브랜드에 힘을 실어주는 건 단순한 '영화 촬영 기술'은 아닙니다. 어떤 콘텐츠를 담아서 전달하는지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사람의 마음이 바뀝니다.


▲ Détour — A film by Michel Gondry (출처 :Apple United Kingdom 유튜브)

애플은 미셸 공드리와 합작해 짧은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미셸 공드리는 늘 독특한 영상미와 자기만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감독입니다. 이번에도 그만의 색깔을 살려 아이와 세발자전거 이야기를 휴대폰으로 담았습니다. 10분 남짓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애플이 전면에 등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휴대폰 헤비 유저가 아닌 어린아이입니다. 그래서 스토리에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합니다. 여행 가는 가족의 모습. 아이는 자신의 세발자전거도 여행에 가지고 가겠다고 주장하죠. 아빠는 못내 아이의 자전거를 자신의 자전거 옆에 함께 묶습니다.

하지만 세발자전거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이내 차에서 떨어져 애틋한 이별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세발자전거와 아이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행이 이어집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아이와 그 아이를 쫓아가는 자전거의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는 여느 영화에서 접하듯 슬로모션도 등장하고, 밤 풍경도 등장하고, 스탑모션, 시점을 활용한 촬영 기법 등 여러 가지 트릭들이 등장합니다. 그림 위에 그래픽을 더해 동심의 풍경을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와 세발자전거는 재회에 성공하지 못하지만, 각자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죠. 엔딩 크레딧엔 미셸 공드리의 이름이 뜨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이폰으로 찍었다는 자막이 뜹니다. 아이폰은 이 영상에서 마음을 혹은 공감을 혹은 동심을 해칠 수 있는 직접적인 브랜딩은 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기'로서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 스토리는 홈페이지에 게재됐고, 미셸 공드리가 어떻게 특수하게 보이는 촬영을 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애플은 미셸 공드리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오직 '마음'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이야기, 어른들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애플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됩니다. 늘 라이프에서 '전할 말'을 찾는 애플.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마음'을 만들었습니다.


마음이 바뀌는 순간

▲ McDONALD'S "La Porte" (출처 : TBWA PARIS 유튜브)

맥도날드는 아이와 아빠를 등장시켰습니다. 아이는 갓 난 동생에게만 신경 쓰는 부모에게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결국, 문을 잠그고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아빠는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방문 밑으로 그림 한 장을 들이밉니다. 그림에는 하트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는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는지 다시 아빠에게 그림을 밀어냅니다. 그렇게 몇 번 실랑이를 하던 아이가 갑자기 미소를 짓습니다. 문을 슬며시 열고, 문 앞의 아빠와 포옹을 하죠.

그림에는 맥도날드 로고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하트 그림을 접어서 맥도날드 로고로 만든 겁니다. 아이의 마음이 변하는 순간을 예쁘게 그린 광고입니다.


사람이 마음을 바꾸는 순간은 늘 절묘합니다. 어떤 순간은 이게 우연인가 싶을 정도로 위대해 보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가난한 프로복서는 집으로 가던 중, 헌책방에서 우연히 책을 하나 보게 됩니다. 그 우연한 만남은 매우 위대한 순간이 됩니다. 그 책은 어린 복서의 마음을 완전히 바꿔 버렸으니까요. 그는 복서의 길을 버리고 건축을 보러 무작정 해외로 떠났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책을 보고 건축가의 길로 들어선 일본의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마음은 바꾸는 데는 공이 듭니다. 안도 다다오처럼 인생의 큰 전환점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의 마음 하나 바꾸는 데도 시간과 배려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많은 예술품과 음악과 작품들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태어났을 겁니다. 그래서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캠페인은 때론 예술작품과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때론 힐링이 되고 때론 공감이 되고 때론 기분이 그냥 좋아지는 것처럼.

좋은 이야기엔 늘 마음이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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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