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7. 4.
정의(正義)로운 정의(定義):사자의 선택
화가가 그림을 빠르게 그린다면 좋은 예술가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도예가는 도자기 하나를 빚을 때 시간을 재료로 씁니다. 급하게 완성하려는 마음보다는 오랜 시간 정성과 마음을 들여 빚어냅니다.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으면 자세가 틀렸다고도 하죠. 하지만 어느 화가는 오히려 ‘빠르게 그리는’ 능력을 자랑합니다. 그 이유가 특별합니다. 빠르게 많이 그려서, 가난한 이들도 모두 그림 하나쯤은 집에 걸어두고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술을 소수의 부유층만 향유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는 곧 지워질 벽에도 그리고, 하루에 수십 장도 그려냅니다. 그리고 낮은 가격을 책정하죠. 희소한 예술작품이 주는 ‘아우라’를 얘기한, 발터 벤야민의 이론과도 상충됩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진품이 주는 경건함, 거리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