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God)은 디테일에 있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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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한 녹차 브랜드 광고가 일본을 넘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 광고는 실제 있는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광고만을 위해 만들어진 자체 제작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광고를 몇 번 봐야 실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줄 거냐’는 애절한 요구도 있을 정도이다. 새로운 캐릭터와 서사를 만들어서 표현하기엔 애매한 길이의 45초 광고 2편. 이 2편을 통해 최근 광고를 비롯한 콘텐츠 시장의 방향을 분석해 봤다.

 

일본의 ‘ㅅ’사 녹차 광고 [열차편] / 출처: サントリー公式チャンネル (SUNTORY)유튜브

 

 

일본의 ‘ㅅ’사 녹차 광고 [여관편] / 출처: サントリー公式チャンネル (SUNTORY)유튜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

 

해당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 가지이다. ‘이 제품은 흔들어서 드세요.’ 하지만, 이 화면 안에는 굉장히 많은 설정들이 들어가 있다. 뿔이 두 개인 성인 남성과 날개를 꾸긴 남자아이를 보아 현실 세계는 아닌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와중에 뿔이 하나 부서진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하게 한다.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닮지 않은 모습이 실제 가족인지 동행인지 궁금하게 만들고 눈 날리는 창문 배경을 통해 행하는 곳은 어디인지도 알고 싶게 한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영상에서 설명해 주는 내용은 없다. 단, 이런 디테일들이 그들이 서사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애니메이션 광고는 여태 많았지만, 제품 중심의 스토리 전개 없이 PPL처럼 제품을 삽입하는 것은 분명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정의 디테일 덕에 충분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은 광고에 관심을 가졌고 오히려 호기심까지 가지게 되었다. 브랜드는 선심 쓰듯 캐릭터 설정을 SNS에 올리고 더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다른 이벤트 없이도 소비자들은 설정에 몰입하고 스토리를 재생산한다. 서사를 궁금해하는 서로에게 댓글로 대신 설명해주기도 한다.

 

출처: X (@suntory) / https://x.com/suntory/status/1869336827854770332

 

출처: 유튜브 댓글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점은 마케팅 업계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을 통해 이미 강조된 바 있다. 다만, 그 포인트는 달랐다. 이 표현에서 강조하는 디테일은 [완성도]의 관점이다. 이 표현에서의 디테일은 완성도를 100으로 수치화했을 때 단 1의 차이가 완성과 미완성을 가른다는 의미를 가진다면, 저 광고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는 디테일은 플러스 알파이다. 안 넣어도 되는 설정을 넣고, 안 넣어도 되는 인물을 넣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매력적인 디테일을 만들어낸다. 이 디테일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같은 시대엔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화제가 되었던 SBS 드라마 <굿 파트너>부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중증외상센터>는 모두 실제 현업 종사자가 각본을 썼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실제 같은 디테일이다 [1].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기생충>이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건 끝까지 찾아내게 만드는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미장센이었다. 이 디테일들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콘텐츠를 반복해서 시청한다. 이 장치는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도 도움을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해석하고 찾아야 한다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런 재미가 짧은 영상인 광고로 와서 호기심의 역할로서 작용하면 저 녹차광고와 같은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승부수로서의 디테일

 

비록 해외 사례이지만, 국내 광고 시장에서도 점점 짧은 초수의 소재를 찾게 되는 시점에서 또 다른 승부수로서 디테일을 생각해 보게 된다. 동일한 소재와 메시지를 짧게 만들고 화려한 임팩트를 주는 것도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순간 안에 디테일을 숨겨서 서사를 찾게 만들어 충분히 곱씹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기꺼이 콘텐츠를 여러 번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더 매력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품이 PPL처럼 느껴지는 과감한 시도는 아니더라도 디테일이라는 악마에 집착할 수 있는 콘텐츠 같은 광고를 만들게 되길 바라본다.

 

[1] 출처: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24143005 국민일보

 

조희영 2025.02

 

 

Posted by 레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