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2 : ‘띠띠빵빵’과 ‘빨리빨리’의 택시 호출 앱 경쟁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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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띠빵빵’과 ‘빨리빨리’의 택시 호출 앱 경쟁

- 현재 1.5 억 명 사용자, O2O 성공 모델로 부각


손 호 진

북경법인 디지털커뮤니케이션 사업부 부장 / soohojin@hsadchina.com


상하이 출장에서 돌아와 베이징 쇼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가 넘어서였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있어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택시 승강장에는 긴 줄을 이어져 있었다. 공항버스 승강장으로 발길을 돌리려 했지만, 들고 있는 짐이 문제였다. 그 순간, 얼마 전 스마트폰에 설치한‘ 띠띠따처(滴滴打车)’라는 택시 호출 앱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며 스마트폰을 열고 띠띠따처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입력하자 놀랍게도 1분도 되지 않아 주변 택시기사로부터 응답이 왔다. 지금 지하주차장에 있으니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일은 택시에서 내릴 때 일어났다. 스마트폰 결제를 통해 택시비를 무려 15% 가까이 할인 받은 것이다.


1.5억 명 사용자, 중국은 지금‘ 택시 호출 앱’ 전성시대

이는 가상의 상황이 아니라 직접 경험했던 일이다. 한 마디로 중국은 지금 택시 호출 앱 시장 전성기이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브랜드는 바로 띠띠따처와 콰이디따처(快的打车) 등의 두 업체이다. 띠띠따처는 의성어로‘띠띠빵빵’이라는 자동차 경적소리에서 따왔으며, 콰이디따처라는 브랜드 명은‘ 빠르다’, 즉‘ 빨리 온다’쯤으로 의역될 것 같다.

중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엔포데스크(EnfoDesk)의‘ 2014 중국 택시 호출 앱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약 1억 5천만 명이 택시 호출 앱을 사용중이다. 콰이디따처가 전체 시장의 52%, 띠띠따처가 45%를 차지해 두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97%를 점유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현재 300여 개의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콰이디따처는 항저우에서 2012년 5월에, 띠띠따처는 베이징에서 같은 해 6월에 설립됐는데,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콰이디따처에, 중국 최대 SNS 커뮤니티 업체 텐센트(腾讯)가 띠띠따처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둘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모바일 O2O 마케팅의 서막

한국이 중국과의 비교우위를 이야기할 때면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앞선 서비스 마인드’, 다른 하나는‘ IT 인터넷 강국’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우위도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앞서 말한 대로 현재 중국 택시 호출 앱 이용자는 1억 5천만 명에 이르고, 선두업체인 콰이디따처는 매월 2억 건이 넘는 호출과 거래를 성사시킨다. 그 엄청난 데이터 양을 처리하는 기술과 서비스 운영 능력만 보더라도 한국이 그리 쉽게 여길 수만은 없는 상황인 듯하다.

특히 택시 호출 앱은 모바일 시대의 서막을 상징하는 ‘O2O(Online to Offline)’의 대표적 종합 서비스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LBS(Location Based Service)라는 위치 기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LBS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 기술과 지도 서비스를 결합해 소비자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모바일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여러 관련 업체들도 이 택시 호출 앱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택시 호출 앱 이용 시스템 콰이디따처와 띠띠다처 등 두 앱의 이용방법은 비슷하다. 따라서 이 두 업체의 이용자 환경(UI: User Interface)이 향후 동종 시장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택시 호출 앱 사용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1.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개인정보를 입력해 회원가입 (이 두 업체의 최종목표는 단순한 택시 호출 앱 사업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플랫폼 사업이기 때문에 회원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2. 지도 기반 화면이 나타나고, 이용자의 현재 위치가 표시된다. 그 주변으로 이용자가 호출할 수 있는 택시의 아이콘들이 함께 나타난다. 이 택시들은 모두 정식절차를 통과해 등록된 믿을 수 있는 택시들이다. 기사들 역시‘ 택시기사 전용 앱’을 설치해 이용자와 정보를 교환한다.


#3. 이용자가 목적지를 텍스트나 음성으로 입력한 후 발송 버튼을 누르면 이용자가 위치한 곳 가까이 있는 택시부터 순차적으로 호출된다. 호출은 응답이 있을 때까지 약 3분 동안 지속되는데, 3분 동안 많게는 약 200대 이상의 택시가 이용자의 호출 신호를 받게 된다.


#4. 호출에 응답한 기사가 있으면 곧바로 이용자의 앱에 택시번호와 기사 정보가 표시된다. 도착 예상시간 및 그 기사가 과거에 받은 평가, 즉‘ 좋아요’ 숫자가 기사의 실명 성(姓) 옆에 나타난다. 이는 여성 이용자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5. 대부분의 기사는 앱에 내장된 내비게이션이나 이용자와의 직접 통화로 위치를 재차 확인한 후 이용자가 지정한 곳으로 이동한다. 즉 이용자는 처음에 택시를 호출한 위치와 다른 곳으로 택시를 오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6. 이미 목적지를 알고 있는 기사는 간단한 길 선택만 물어보고 출발한다.


#7. 요금은 현금결제도 가능하지만, 스마트폰 결제를 하면 택시비 할인은 물론, 기사까지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콰이디따처에서는 3위안~8위안(한화 약 480원~1200원) 할인받을 수 있으며, 택시 호출 앱 사용빈도가 많아질수록 사용 할인권을 받을 확률도 높아진다.





새로운 소비시장을 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두 개 이상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는 택시 호출 앱이 활성화된 뒤에 나타난 풍경들이다. 기사들이 이렇게 택시 호출 앱에 열성을 보이는 건 앱으로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앱 제작사가 기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경우 하루 평균 약 여덟 번 택시 호출 앱으로 승객을 태운다고 한다. 예전에는 한 달에 8천 위안(한화 130만원) 가량 벌어 사납금 등을 제하고 4천 위안 정도 남았는데, 이 호출 앱 이용 후 그만큼 더 번다고도 했다.

시장 외적인 효과도 있다. 택시 호출 앱 덕분에 스마트폰의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택시 기사든 소비자든 일정 부분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한 것은 사실인 듯하다. 매일 호출 앱을 통해 2회 이상 택시를 타는 승객 역시 할인권을 이용하면 한국 돈으로 한 달에 3~4만원 절약된다. 2015년 1월에는 콰이디따처와 띠띠다처 두 회사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모든 앱 이용자에게 한화로 무려 170억 원 정도의 택시 기본요금 할인쿠폰을 뿌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택시 호출 앱 및 띠띠따처·콰이디따처 등의 활성화가 새로운 소비시장 창출은 물론, 중국의 소비행태를 바꾸고 있다고도 말한다. 또한 중국 중장년층들의 모바일 경제에 대한 관심 및 스마트폰 활용능력 향상에 기여했다고도 평가한다. 실제로 2013년 중국 휴대폰으로 지불한 규모는 1조2197억 위안(한화 약 195조 원) 정도였다. 이는 2012년보다 700% 이상 성장한 수치이며, 올해에는 작년 대비 약 141% 더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알리바바·텐센트의‘ 미래를 위한 신의 한 수’

초기의 택시 호출 앱은 제대로 된 수익모델이 없어 누군가 계속 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해야만 했다. 그 공급을 책임진 것이 바로 현재 중국 IT 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와 텐센트(腾讯)이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성장했다. 2013년 중화상업정보센터(CNCIC)가 발표한 전체 중국 전자상거래 매출 10조 위안(한화 1630조 원)의 약 50%를 알리바바 한 회사가 이루었다. 텐센트는 처음에는 PC 메신저 QQ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 6억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을 주력 플랫폼으로 하고 있다.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전 세계 1위라는 점이다.

태생과 성장방법은 달랐지만, 이들은 최근 모바일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모두 택시 호출 앱에서 미래를 발견했고, 띠띠따처와 콰이디따처가 그 대리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의 창업 시기가 겹치는 것과 비슷하게 2013년 4월 같은 달 알리바바는 콰이디따처에, 텐센트는 띠띠따처에 각각 한화 약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경쟁적으로 집행했다.

이들은 모바일 플랫폼 사업 선점을 위한 핵심기술인 LBS, 모바일 전자결제 서비스, 그리고 모바일 보안기술에 관해 중국 기업과 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집중 투자와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텐센트가 한국의 카카오톡에 투자한 것도 중국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계획된 행보 중 하나라 하겠다.


효율이라는 그늘에 가려진 소외계층과 택시 호출 앱의 악용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는‘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린다. 하지만 더 큰 의미로는 IT 기술을 활용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을 일컫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택시 호출 앱 역시 효율적인 분배 기술 중 하나이다. 승객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빈 차로 도심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여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우선‘ 정보 소외계층’의 등장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제 취약 층이나 노인, 필자와 같은 외국인들 또한 소외계층 중 일부라 할 수 있다. 또한 앱을 통해 택시기사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앱 서비스 회사가 지정한 지불결제시스템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택시 호출앱 이용 승객을 기다리기 위해 승차거부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현금으로 요금을 내려고 하면 거부하기도 하고, 일부 기사들은 자신이 받지 못한 인센티브를 추가로 내라는 식의 배짱 운행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가장 필요한 시간대인 출퇴근시간에 택시 잡기가 앱이 없던 때보다 더 힘들어졌다. 그 이유는 택시 호출 앱 기능 중 하나로 탑재된‘ 추가 지불하기’

기능을 이용해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웃돈을 얹어 흥정하기 때문이다.

출퇴근시간이나 비 오는 날, 또는 심야에는 이 기능을 악용해 추가요금을 제시한 승객들만 골라 태우는 얌체 운행을 하기도 한다.



독과점 기업들이 키우는 거품경제의 불안감

어떤 택시기사의 경우 한동안 택시 호출 앱을 사용하다가 중단했다고 했다. 호출 앱을 통한 비정상적인 요금할인이나 인센티브가 택시업계의 시장가격을 흐려놓고 있으며, 임금이나 처우의 개선이 택시회사 몫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민의 책임이 전혀 관계없었던 제3자에게 전가됐다는 얘기였다. 더 우려되는 건“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이 모든 혜택이 끝이 난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이미 인센티브에 익숙해진 기사들이나 할인에 길들여진 승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었다.‘ 지금은 택시기사나 승객들이 혜택을 보고 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이용자 쪽에서 수수료를 내고 이 앱을 사용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효율적인 배분이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은 부정할 수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수많은 사회적·경제적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우리 앞에 주어진 디지털 마케팅의 총체적 업무에 있어 단순히 기술이 부여하는 의미만을 해석해 실행할 것이 아니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파장과 공익적 측면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비로소 소비자와 시장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 탄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름의 결심을 해본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