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6 : 꿈꾸는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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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광고


신 숙 자

CD / sjshina@hsad.co.kr


집이 하늘을 날고, 사람이 초능력을 갖고, 동물이 말을 하고…… 하나같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캠페인을 만들려면 우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 뭔지 먼저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광고는 이제‘ 동화’ 대신 꿈을 꾸기도 하니까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오히려 재미있는 ‘캠페인’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불가능한 일일수록 흥미를 끌죠. 드라마나 영화는 내가 개입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불가능한 설정은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광고는 내 얘기가 될 수도 있고 내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불가능할수록 재미있는 일이 되는 듯합니다.


아이들의 웃음을 팝니다

암환자에게 가장 좋은 약은 ‘웃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더 많은 웃음을 줄수록 좋은 결과가 생기겠죠. 어린이 암을 위한 단체인 GRAACC는 그래서 웃음을 팔기로 했습니다.

먼저 암에 걸린 아이들이 모인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들에게 재미있는 공연이나 게임을 보여준 후 아이들의 자연스런 웃음을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그 웃음을 코드화하여 약병에 담은 거죠. 약을 산 사람은 그 안에 든 종이를 발견하게 되고, 고유 코드를 갖게 됩니다.

웹사이트에 가서 코드를 치면 그 코드에 해당하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이의 웃음이 든 병은 브라질 곳곳에서 팔렸고, 온라인으로도 판매가 됐습니다. 수익금은 물론 아이들의 치료에 쓰였고요.

아이들의 웃음은 마법입니다. 듣는 이를 함께 웃게 하고 기쁘게 만드는 힘이 있죠. 게다가 이젠 병을 치료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웃음이 웃음이 되어 돌고 도는 겁니다. 아무도 웃음을 돈 주고 사진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웃음을 사게 했습니다.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이 아름다운 소리를 파는 순간,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큰 힘으로 순환되고 있습니다.




피자 박스에서 영화가 상영됩니다

피자는 함께 즐기는 음식입니다. 경기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모일 때 어울리기 좋은 먹거리입니다. 그러니 함께 즐길 거리가 있으면 더 없이 좋겠지요. 피자헛은 그래서 피자와 함께 영화를 배달하기로 했습니다.

배달되는 피자는 여느 피자와 다를 게 없습니다. 종이박스에 담긴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종이 박스 한켠에 둥근 홀이 생겼습니다. 그 홀을 뚫은 후 피자를 고정시키는 핀에 달린 렌즈를 빼서 끼웁니다. 휴대폰으로 박스에 있는 코드를 스캔합니다. 그런 후, 휴대폰을 피자 박스에 놓는 거죠. 그러면 휴대폰으로 상영되는 영화가 렌즈를 통과해 프로젝션으로 쏘아지는 겁니다. 누군가는 이 선물을 ‘피자테인먼트’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피자박스는 로맨스·액션·호러·SF 등의 네 가지 장르로 디자인됐습니다.

홍콩에서 진행된 이 특별한 피자는 괜찮은 반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적용 지역을 더 늘려, 피자와 함께 영화 프로젝터로 변신하는 박스를 배달할 예정이라고 하니까요.

따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쿠폰이나 사은품을 주는 게 아니라 피자 박스가 그 자리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빔 프로젝션으로 변신하게 만든 아이디어.

불가능했던 일이기에, 더군다나 짝이 잘 맞는 조합이기에 흥미롭습니다. 


멸종위기의 사람이 멸종위기의 호랑이를 구합니다

자연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많습니다. 호랑이도 그 중 하나이고요. 사람은 어떨까요? 사람은 이 지구에서 포화상태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벨기에 WWF는 멸종위기의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멸종 위기에 처한 호랑이와 연결시켰습니다. 그들이 멸종위기에 있는 호랑이를 구할 수 있도록.

“멸종위기에 있는 가족들이 멸종위기에 있는 가족을 살린다.”

벨기에엔 30%의 사람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바로 희귀 ‘성(姓)’을 가진 사람입니다. 누구나 해당 사이트에 와서 성을 입력하면 벨기에에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 몇 명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명만이 남은 성도 있고, 단 5명만 남아있는 성도 있지요. 호기심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성을 입력했습니다. 사이트는 남아있는 같은 성의 사람을 보여주며, 멸종위기에 처한 성이라면 호랑이를 위해 매달 기부금을 내고 호랑이를 후원하라고 합니다.

WWF는 이들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쓰고, 동물을 멸종에서 구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한정판 티셔츠도 선물했습니다.

이 이벤트는 라디오뿐 아니라 TV쇼에서도 다뤄져, 희귀 성을 가진 사람들이 출연해 토크쇼를 갖기도 했고요. 자신의 성을 입력해 본 많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벨기에인 3명 중 1명이 참여한 이벤트가 됐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단 2주 만에 벨기에가 연간 모았던 후원금보다 더 많은 후원금을 얻기도했습니다.

벨기에는 작은 나라, 적은 수의 사람이 오히려 더 큰일을 해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합니다. 멸종위기 동물들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멸종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낸 아이디어. 그들의 새로운 시각이 큰일을 해낸 겁니다.


하품하게 하는 광고입니다

브라질 지하철역엔 특이한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크게 하품하는 남자를 보여주는 광고입니다. 아무런 브랜드네임도, 상품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하품하는 남자의 얼굴만 크게 보일 뿐이지요. 하지만 하품은 전염됩니다. 그 광고를 본 사람들은 이내 따라서 하품을 하고 마는 거죠. 뉴욕대의 연구에 의하면 70%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하품을 따라한다고 합니다. 사람을 매우 나른하게 만드는 광고인 거죠.

지나는 사람이 많아지면 하품을 하는 횟수도 늘어납니다. 모두가 참지 못하고 하품을 하는 순간, 드디어 광고엔 커피 한잔이 등장합니다. 브라질의 커피 브랜드, 카페 펠레(Cafe Pele)의 광고였던 겁니다. 가장 나른한 순간에 시음용 커피를 든 미녀들이 나타나 커피를 권하는 거죠. 커피가 필요한 순간도 스스로 만들고, 해결도 스스로 합니다. 특별한 트릭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현실에 없었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됩니다

영화 보여주는 피자도, 하품하게 하는 커피도, 웃음 파는 재단도, 멸종위기의 사람도…… 모두가 현실에 없던 것들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걸 현실로 만들었고 인기를 끌며, 많은 이의 경험과 공감이 됐습니다. 현실에 없던 것이기에 오히려 흥미를 끌고 설득력을 얻은 거죠. 광고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을 잘 조합하고 배치하는 거라고 하지만, 이쯤되면 무에서 창조하는 거라고 해도 무방한 듯합니다.

좋은 광고를 위해 좋은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한 듯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현실이 될, 비현실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테니까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