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6 : 공익광고(PSA: Public Service Announcement), 디지털과 만나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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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광고(PSA: Public Service Announcement), 디지털과 만나다

- 공익광고에 대한 고정관념 깨기


함 창 대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 조교수 / cdham317@illinois.edu

HS애드에서 10년간 온오프라인 AE로서 다양한 어카운트를 담당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광고학 석사,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광고학 전공) 박사학위 후 현재 일리노이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에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광고 미디어의 변화대에해 연구하고 있다.



‘공익광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건전가요’와 ‘대한뉴스’의 시대가 지난 지도 이미 오래인데, 공익광고라는 장르의 전체적 이미지는 왠지 엄숙하고 도덕적이며, 그래서 조금은 촌스럽고 어색함이 묻어나는 분위기임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아마 ‘공익광고는 공익광고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아직 머릿속 깊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게이지먼트’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엔 이러한 고정관념에 쌓인 공익광고로는 도무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가 어려워졌다. 대한뉴스처럼 무조건적으로 메시지를‘ 주입’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혹시‘ 공익’스러운 메시지는 공공의 이익, 즉 어찌 보면 남들의 이야기이지‘ 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오히려 공익광고를 받아들이고인식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디지털 시대에 훨씬 큰 채널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관련 있는 정보만을 선택해서 받아들이기에도 정신없을 정도이니까. 이렇게 본다면 실로 공익광고 위기의 시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일반적으로 PSA(Public Service Announcement)라고도 불리는 공익광고는 비정부기구나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서구사회에서 발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어떠한 방식으로 공익광고를 소개하고 있을까? 수용자들에게 인게이지먼트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크리에이티브로 접근하고 있을까? 몇가지 재미있는 혹은 의미 있는 사례를 살펴본다.



The Blue Ball Foundation의 고환암 자기검사 홍보 캠페인

공익광고는 왠지 엄숙하고 도덕적이어야 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깨버린 첫 번째 사례라 할 만하다. 사실 광고주 블루볼재단(The Blue Ball Foundation)의 설립취지와 타깃 오디언스(남자)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고환암 확산방지를 위한 공익광고에 포르노 수준의 성인영화 형식을 도입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약간은 금기시된 영역, 혹은 공익광고라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포르노적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큰 관심을 끌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참여자를 모으며 캠페인은 성공을 거두었다<그림 1>.

캠페인의 취지는 남성 고환암의 심각성을 홍보하고, 자발적으로 간단한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동안 여성들의 암에 대한 홍보 캠페인은 많았지만, 남성들의 암에 대한 홍보는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남성들의 건강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광고회사인M&C 사치(Saatchi)는 이러한 ‘무관심’한 남성들이 타깃임을 고려해 실제 성인영화 제작사와 협력,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을 패러디한‘ 볼 게임(Game of Ball)’이라는 동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은밀한 부위를 가린, 그러나 꽤 표현 수위가 높은 이 패러디 동영상에서 여주인공은 상대 남성의 (캠페인 로고로 가려진) 은밀한 부위를 언급하며, 남성들에게‘ PlayWithYourself.org’에 방문해 고환암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 각종 테스트를 해보기를 권한다<그림 2>. 예상대로 이 캠페인은 남성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1,500만 명 이상이 동영상을 시청했고, 20만 명 이상이 해당 사이트를 방문했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로, 맥캔 리마(McCann Lima)는 성인 사이트 폰허브(PornHub)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남성들의 고환암 자기검사(Self-Examination) 프로모션을 펼쳤다. 인스터그램과 트위터를 플랫폼으로 누드 셀피를 올리는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다(#cockinsock). 자신의 성기를 양말로 살짝 가린 누드사진을 올림으로써 고환암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 이 캠페인은 사실 그 전에 여성 유방암 캠페인으로 유명해진‘ 노 메이크업 셀피(No Makeup Selfie)’를 모방했다. 노 메이크업 셀피는 영국의 한 여성이 예전의 명배우 킴 노박(Kim Novak)이 화장을 하지 않고 오스카 시상대에 올라 구설에 오른 것을 보고 시작한‘ 화장 안 한 자기사진 올리기(#itsokkimnovak)’가 그 시작이었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달리 많은 여성들이 화장 안 한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유방암 홍보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암 연구기금 모금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다(#nomakeupselfie).

고환암 캠페인의 경우 문화적으로 우리에겐 좀 낯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구(Self Presentation Motivation)와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하고자 하는 동기가 결합할 때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성공적인 공익광고 캠페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Alcazar Gynecology Institute의 유방암 자기 진단 캠페인

이렇듯 다소 도발적인 전략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캠페인의 성공에 힘입어 같은 ‘남성’을 대상으로 DDB 볼리비아는 알카자 산부인과연구소(Alcazar Gynecology Institute)의 유방암 자기 진단 캠페인‘ Pornn save lives’를 실시했다<그림 3>. 캠페인의 아이디어는 남성들이 많이 보는 성인영상물 사이트에 페이크 비디오(가짜 성인물 동영상)을 포스트하여 남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아내나 여자 친구를 위해 간단한 유방암 진단 테스트를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포르노의 특성과 타깃 오디언스의 성인영화에 대한 몰입도, 그리고 소셜미디어 사용도 등을 고려해 DDB는 최소한 수백만의 비디오 뷰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달랐다. 실제로는 고작 1,700뷰에

그친 것이다.

이렇게 철저히 실패한 이유에 대한 분석은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최소한 시청자들이 이러한 동영상을‘ 공유’하기를 원치 않았다는 점은 확실해보인다. 또한 유방암 확산 방지 캠페인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것의 하나가 섹슈얼한 접근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비디오를 접한 소수의 시청자들에게도 원래 의도한 목적(부인이나 여자 친구를 위한 진단 의도)이 제대로 이루어졌을지 의문이 남는다.


 

‘Digital Death’ 캠페인

노 메이크업 셀피 사례처럼 연예인이 연관되거나 참여하는 캠페인의 경우 기본적인 화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초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에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화제성을 디지털이라는 공간의 특성과 연결해 공익광고에 활용한 사례가 바로‘ 디지털 사망 (Digital Death)’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아동들을 에이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100만 달러의 연구기금을 모금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몇 년 전, 그러니까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급증하며 너나없이 더 많은 소셜네트워크 친구들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을 때 저스틴 팀버레이크·킴 카다시안 등 수명의 인기 연예인들이 소셜미디어 사용 중단을 선언한다<그림 4>. 그리고 목표기금이 모아지면 다시 디지털 세계로 복귀할 수 있으니 팬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더구나 각 연예인마다 모금액이 표기되는 만큼 참여한 연예인들 간에 경쟁도 일었다<그림 5>. 간단한 캠페인 아이디어, 인기 연예인들의 참가로 인한 주목성, 그리고 당시의 소셜미디어 붐을 생각할 때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를 통한 수많은 공유와 사이트 방문 성과를 거두었고, 사람들에게 에이즈 연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데는 일조했지만, 목표기금 모금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럿이지만, 연예인들에 대한 팬덤이 10달러를 기부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는 점, 그리고 디지털 결제수단 역시 지금처럼 간단하지 않았던 2011년의 상황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참여한 연예인들과 에이즈 간의 연관성이 별로 없었다는 점도 모금 실패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멜버른 도시철도공사의‘ Dumb ways to die’ 캠페인

아마도 공익광고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디지털 캠페인은 멜버른 도시철도공사의‘ 멍청하게 죽는 방법(Dumb ways to die)’이 아닐까 싶다<그림6>. 수많은 안전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도시철도 내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이 캠페인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비디오와 로고송,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이 엄청난 횟수를 기록하며 공유됐고, 실제철도 내 사고율은 3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비디오의 내용은 스물한 개의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가장 멍청하게 죽는 방법들을 보여주는 것이다(물론 철도 플랫폼에서 부주의로 인해 죽는 방법을 포함한 것들이다). 죽는 방법들이 꽤 잔인해 보이는 데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캐릭터와 중독성 있는 로고송,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철도에서의 부주의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즉 멍청한 죽음을 가져올 수 있는지 환기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실 혐오 소구는 그 메시지의 강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혐오 기억 회피성향으로 인해 기억이 오래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하는데, 이 캠페인은 그러한 단점을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통해 잘 극복한 사례다.


‘Living Memories’ 프로젝트 - Brake의 Road Safety 캠페인

‘멍청하게 죽는 방법’ 같은 가벼운 접근이 있는가 하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정공법을 택한 사례도 있다. Y&R에서는 최근 교통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자 3D 시뮬레이션 모델링을 이용해 이미 5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다섯 아이들의 현재 시점의 사진 이미지를 재생해냈다<그림 7>. 브레이크(Brake)라는 교통안전 펀드모금단체가 전개한 이 캠페인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현재 모습을 재생, 단지 아이들을 추억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아이들의 잃어버린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함으로써 교통사고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온 가족과 지인들에게 지속되고 있는 진행형 사건임을 인지시킨 것이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슬픈 사건을 되뇌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감성에 호소하는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왔다.


‘그림자 타워’ - 옥외광고를 이용한 캠페인

우리나라에 비해 외국 사람들은 피부암에 민감한 듯하다. 피부암의 직접적 요인 중 하나인 직사광선에 적절히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피부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페루피부암협회(Peruvian League Against Cancer)는 옥외광고를 이용했다.

스마트폰이 생활화된 지금, 바닷가에서도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 수 있는 타워를 만들었다<그림 8>. 해수욕장에서 햇볕의 방향에 따라 그림자가 지도록 만들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분에서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도록 장비를 설치하여 사람들이 그림자를 따라 자신의 위치도 이동하도록 꾸민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직사광선에의 노출과 피부암의 관계에 대해서 인지하도록 하자는 목적이었다. 아마도 피부암에 대한 무서운 경고보다 이 한 번의 경험이 효과적일 듯하다.


P&G Secret의‘ Mean Stinks’ 캠페인

공익광고는 비영리단체는 물론, 기업에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이용한다. P&G 시크릿의‘ 나쁜 것은 악취가 난다(Mean Stinks)’ 캠페인은 디지털 시대의 문화를 가장 잘 파악하고 활용한 공익성 광고가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도 청소년간의‘ 왕따’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여성 청결용품을 처음 사용하는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 공익성 캠페인은 다양한 소셜미디어(주로 페이스북)를 통해 자신이 피해를 당한 혹은 가해한 왕따의 경험들을 고백하고 공유하는 장(플랫폼)을 만들어줌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스스로 왕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게끔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그림 9>.


여성 청결이라는 제품 이미지와도 부합하는 이 캠페인은 기업의 제품 홍보성 캠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제의식과 연결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의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문화와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왕따 문제는 그들 간에 공론화하기 어려운 주제인데, 이를 디지털이라는 공간을 잘 활용해 접근한 사례다.

공익광고 혹은 PSA의 역사는 길다. 그러나 메시지의 공익성 혹은 공공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과 관련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디지털로 인한 다매체시대에 타깃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공유’ 등을 통해 스스로의 참여를 유도하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문제 이전에 그 기술을 활용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와 스토리라는 것을 최근의 공익광고 사례들이 다시 한 번 인식시켜 주는 듯하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