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2 : 이유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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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신 숙 자

CD / sjshina@hsad.co.kr


손편지를 썼습니다. 꽃을 샀습니다. 세레나데를 불렀습니다. 이모티콘을 보냅니다. 안부 문자를 날립니다. 같이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이 모든 행동의 이유는 사랑해서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안부를 묻는 법도 달라지고, 부모님과 대화하는 법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이유는 달라진 적이 없습니다. 표현만이 달라질 뿐, 오히려 기술은 그 이유를 더 충실하게 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도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금세 안부를 묻고, 사진을 공유하고, 영상통화로 얼굴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마음’을 더 많이 전할 수 있을까요?


더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싶어서

니베아는 대중적인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좋은 피부를 갖게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들이 이번엔 새로운 약속을 합니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아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에게, 멀리서도 아들을 안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합니다. 니베아의‘ 세컨드 스킨 프로젝트(Second Skin Project)’입니다.

그들은 이 시도를 ‘나노테크놀로지(Nanotechnology)’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마드리드에 사는 엄마와 파라과이에 사는 아들을 이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멀리서 단지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실제 포옹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죠. 나노 기술 전문가는 특별한 옷감을 제작합니다. 자극을 주면 전달할 수 있는 특수 옷감이라고 설명합니다.

니베아는 아들과 엄마의 잊을 수 없었던 포옹에 대해 들려줍니다. 아들은 어렸을 때 혼수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였죠.

놀란 엄마는 아들의 셔츠만 품고 있었습니다. 기적적으로 아들은 깨어났고, 엄마는 아들을 그 어느 때보다 꼭 끌어안았죠. 그 둘은 그때의 포옹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니베아는 그 포옹의 느낌을 다시 되살려주고 싶었고요.

비행기로 14시간 거리인 파라과이의 아들과 마드리드에 사는 엄마에게 특수 제작한 옷을 입히고 안경을 쓰게 했죠.

엄마와 아들은 안경을 통해 서로를 보며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기술자가 알려준 대로 팔을 움직였습니다. 실제인 듯, 아들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엄마는 감격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안경을 벗어보라고 합니다. 안경을 벗자 엄마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느낀 손길은 기술이 아니라 실제 아들의 체온이었습니다. 니베아는 이 어마어마한 실험이 가짜였음을 밝힙니다.

니베아가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이는 듯해 기대했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실제 사람의 온기’였습니다. 영상통화할 수 있어서, 문자로 바로바로 안부를 전할 수 있어서 오히려 실제 만남 횟수가 줄어드는 데 그들의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 어떤 기술도 직접 만나 눈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는 것보다 더 강할 순 없다는 거죠.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니베아는 강한‘ 페이크’를 썼습니다.





새해 결심을 지키게 해주고 싶어서

누구나 새해엔 새로운 결심들을 합니다. 운동을 하겠다거나 공부를 하겠다거나 금연을 하겠다거나, 각자의 하고 싶은 꿈이 생기죠. 하지만 아쉽게도 새해 결심은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숙박예약 사이트인 부킹닷컴(booking.com)은 그런 사람들의 새해 결심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리솔루션 트래스레이터(Resolution Traslator), 일명 ‘새해 결심 번역기’가 그들이 내놓은 방법입니다. 그들의 제안은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먼저www.best2016ever.com으로 갑니다. 그리고 새해 결심을 타이핑합니다. 예를 들어‘ 책을 많이 읽는 게 목표다’라고 결심을 써넣으면 책 읽기 좋은 하와이 호놀룰루를 제안합니다. 나아가 호놀룰루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안합니다. 새로운 건‘ 책을 읽겠다’고 넣을 때마다 같은 여행지가 뜨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다른 목적지를 제안한다는 겁니다.

같은 목표를 다시 한 번 입력하니 이번엔 바르셀로나를 추천합니다. 또 열심히 운동하는 게 목표라고 하면 근육을 많이 쓸 수 있는 케이프타운 사파리를 제안하기도 하죠. 그들은 누군가의 결심을 예약으로 바꾸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여행 사이트에서 할 수 있는 멋진 제안입니다.

반면 CP+B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의 아트디렉터와 카피라이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19%를 점유하고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스웨덴입담배 브랜드 스누스(Snus)를 위해 담배 파우치를 개발한 겁니다.

일명, 파우치가드. 방법은 간단합니다.

담배를 새로운 파우치에 넣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합니다. 그리고 얼마 간격으로 파우치를 열 건지 세팅합니다. 가령 하루에 다섯 번 열겠다든지,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열겠다든지 자신의 목표에 맞게 설정하는 거죠. 그러면 파우치가드는 정해진 시간 외엔 잠겨서 절대 열리지 않는 겁니다. 당신

이 하루에 세 대만 피우겠다고 설정해 놓으면 정해진 시간에 도달하기 전엔 절대 피울 수 없는 거죠. 뚜껑엔 다시 열리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는지

LED로 보여줍니다. 이로써 파우치가드는 당신이 담배에 중독되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두 크리에이터는 크라우드펀딩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론 스누스뿐 아니라 다른 담배에도, 나아가 술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해 반복되는 금연 혹은 담배를 줄이겠다는 목표. 기술은 당신의 그 목표까지 도와주고자 합니다.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당신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길거리 노숙자 아이들도 광의로 보면 누군가가 잃어버린 아이들입니다. 물론 사람 많은 데서 엄마를 잃어버려 보호소에서 기다리는 아이들과는 처지가 다르지만, 그들도 길거리에서 자신을 돌봐줄 새로운 존재를 기다리는 건 같습니다. 이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입니다.

이스라엘의 쇼핑몰. 여느 때처럼‘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는 방송을 합니다. 놀이공원이나 사람 붐비는 곳에 가면 누구나 들어봤을 방송입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를 보호하고 있으니, 와서 찾아가라는 메시지죠. 하지만 2015년 세계 어린이날이었던 11월 20일은 조금 달랐습니다. 방송은 누군가의 엄마와 아빠를 애타게 찾는 걸로 시작됩니다.

“알론의 부모님. 알론의 부모님……” 익숙한 미아 보호 방송이기에 사람들은 크게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다릅니다.“ 알론이 지금 여섯 달 동안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거리에서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죠. 외로움이 그를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방송에 귀 기울입니다. 이어지는 건 또 다른 아이의 사연입니다. 아디 어머니에겐 아디가 3년 동안 집으로 돌아가길 기다리고 있다며, 더 이상 길거리에서 밤을 보낼 수 없다고 합니다. 아샤프 아버지에겐 아샤프가 매우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죠. 다나의 어머니에겐 다나가 오랜 시간동안‘ 눈물’의 광장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며, 당신이 술을 끊고 자신을 집에 데려가기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모두 실제 사연이라고 합니다. 이 방송은 무심코 미아 찾기 방송을 듣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줍니다.

방송을 듣는 누구나 그들의 부모가 될 수 있으며,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작은 아이디어로 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이스라엘의 샨티하우스(Shanti House)에서 생각한 방법입니다.





어떻게 표현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건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전할까 고민하고, 자식은 부모님에게, 연인은 사랑하는 이에게, 동료는 동료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할지 고민합니다. 그 고민들이 감동적인 책이 되고, 좋은 노래가 되고, 아름다운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으나 표현이 다 다른 거지요.

그 표현이 절묘하고 설득적일 때, 우리는 그것을 예술이라고도 하고 뛰어난 기술이라고도 합니다. 광고하는 사람들에겐‘ 아이디어’가 되는 거고요. 그래서 아이디어는 찾기 힘든가봅니다. 늘 똑같은 마음인데 표현이 달라져야하니까요.

하지만 감동을 주고 놀라움을 주는 아이디어는 다행히 끊임없이 나타나 우리를 감탄하게 하곤 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