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4 : 천재의 요리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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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요리


Food: 食思 - 그 일곱 번째, 천재의 요리

 

ProjectxT팀 부장 / marstour@hsad.co.kr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모나리자>·<최후의 만찬>을 그린 위대한 화가이자, 발명가·해부학자·식물학자·지리학자, 그리고 뛰어난 만돌린 연주자이기도 한 그는 다양한 분야에 능통한 전인(全人)이었다. 그런데 그가 요리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 또한 설 연휴 기간 동안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L’Ultima Cena)>을 직접 본 후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던 중, 그가 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지녔던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됐다. 아니, 관심 수준을 넘어 그를 수식하는 수많은 직업 중 아마도 본인은 위대한 요리사로 후세에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그는 요리를 사랑했었다.

실제로 그는 친구 산드로 보티첼리(두 위대한 화가가 친구였다니!)와 함께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의 오너 셰프로 식당을 운영했었고, 밀라노의 대공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후원을 받으며 17년 넘게 스포르차 궁전의 연회 담당자로 주방일과 파티기획을 담당했었다.

 

 

<최후의 만찬>, 메뉴는 어떻게?

 그의 작품 <최후의 만찬>에도 요리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루도비코의 요청으로 작업을 의뢰 받은 레오나르도는 1년 동안 식당 벽만 바라볼 뿐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긴 테이블에 포도주와 음식을 차리곤 ‘만찬에 올라갈 메뉴를 고민한다’며 먹고 마시며 주방에 들어가 직접 요리를 했다고 한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1497년 레이몽 페로 주교는‘ 그 자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벽화에 그릴 요리뿐인 것 같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남길 정도였다. 총 제작기간 2년 9개월 중 예수와 열두 제자를 그리는 데 3개월밖에 안 걸렸다고 하니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찬에 올라갈 요리를 생각한 셈이다. 그의 음식에 대한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물론 예수와 유다의 얼굴을 고민하다 오래 걸렸다는 설도 있다). 장고 끝에 <최후의 만찬>에는 생선요리(장어라는 설이 있음)와 오렌지 슬라이스·레드 와인, 그리고 빵이 그려졌다.

만찬의 메뉴는 성서에서 소박하게 언급된 탓도 있지만, 다른 화가들의 만찬 메뉴보다 담백하다. 그것은 레오나르도가 평소 채식 위주의 건강식을 즐겼기 때문인데, 당시엔 기름진 육류 위주의 식단이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다. 그가 보티첼리와 함께‘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을 열었을 때 그는 건강식 위주의 신개념 메뉴와 함께 야심차게 오픈했지만 보기 좋게 망해버렸다. 왜냐하면 술안주 메뉴가 대중들이 좋아하는 기름진 고기가 아니라 안초비 한 마리와 당근 네 쪽, 알바아카 잎을 가지런히 장식한 검은 빵 같은 담백한 요리였기 때문이었다.

스포르차 궁전의 연회 담당자로 있으면서 진행한 대공의 조카딸 결혼식 메뉴를 보더라도 그의 건강식에 대한 집착을 엿볼 수 있다.


 



- 대공의 조카딸 결혼식 만찬 메뉴 -

책이 있는 마을, <요리와 사랑에 빠진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

 

* 개구리 모양으로 조각한 무 한 조각을 올린 동그랗게 만 안초비 한 마리

* 양배추 새순을 끼워 비틀어 만 안초비 한 마리

* 예쁘게 조각한 당근 하나

* 야생 엉겅퀴 꽃봉오리

* 상추 잎 장식 위에 올린 작은 오이 반쪽자리 두 쪽

* 자고새 한 마리 가슴살 구이

* 댕기물떼새 알 하나

* 찬 크림소스를 얹은 새끼 양 불알 하나

* 민들레 잎 위에 얹은 개구리 다리

* 삶은 양 발톱(뼈를 발라낸 것)

 

하지만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이 메뉴들은 그의 패트론인 루도비코에게 난도질당한다.

 

* 볼로냐산 돼지 뇌로 만든 순대

* 모데나식 잠포네(족발 같은 요리)

* 암송아지··거위 각각을 이용한 찜 요리

* 몬차식 다진 고기 요리

* 철갑상어 무진장

* 공작새·해오라기·백조 고기로 만든 구이 요리….

 

 


레오나르도는 수많은 코덱스(노트)를 남겼다. 그 중 한 권인‘ 코덱스 로마노프(Codex Romanoff: 19세기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가가 레오나르도의 그림과 함께 구입해서 코덱스 로마노프’라고 불림)’가 198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즈 박물관에서 발견됐는데, 그곳에는 레오나르도가 생각한 요리방법과 조리기구, 그리고 식이요법 등이 적혀 있었다.

그가 개발한 요리 중 대표적인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먹을 수 있는 끈’,‘ 스파고 만지아빌(스파게티)’이다. 당시의 이탈리아에는 국수요리가 없었다.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가져온 국수는 식탁의 장식품으로 쓰였는데, 레오나르도가 당시의 넓적한 빈대떡 같은 파스타를 응용해 개발한 요리가 스파게티이다. 그리고 이 스파게티를 먹기 위해 개발한 것이 지금의 세 날 포크이다. 당시에는 이가 두 개 뿐인 커다란 고기용 포크 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레오나르도는 냅킨(당시에는 식탁보에 손을 닦았는데 루도비코는 토끼에다 손을 닦았다고 한다), 호두까는 기계, 달걀 자르는 기계, 밀가루 반죽기, 자동구이장치 등 수많은 조리기구와 담백한 건강식 레시피를 남겼다. 하지만 그의 담백한 음식들과 여러 발명품은 당시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받지 못했는데 단 한 명, 그의 요리를 인정한 사람이 있었다. 프랑스의 젊은 미식가 앙리 왕이었다. 패트론이었던 루도비코나 일반인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밀라노를 점령한 앙리 왕 만큼은 레오나르도의 요리를 좋아했다. 그럼 당시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그의 음식은 과연 어떤 맛일까? 코덱스에 남겨져 있는 레시피 중 재료 구하기가 쉬운 것 중 한 가지를 재현해 보기로 맘먹었다. 사실 재료만 허락된다면‘ 꿀과 크림을 곁들인 양불알요리’나‘ 올챙이 수프(진짜 올챙이다)’ 같은 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늘의 요리: ‘변장한 생선’ (레오나르도가 지은 이름)

 

레시피 : 바다의 귀족 연어 한 마리를 구해 내장을 빼고 비늘을 벗긴다. 뼈와 가시 및 모든 불순물을 제거한 후에 삶는다. 이 요리의 비법은 바로 지금부터다. 생선을 으깬 뒤 계란·소금·후추와 함께 버무려 공 모양이나 주먹 크기의 편도 모양으로 빚은 후 빵가루를 입힌다. 계란 흰자를 조금 쓰면 더 잘 붙는다. 이제 이 변장한 생선 반죽을 기름을 두른 냄비에 넣고 불에 올려 열과 기름의 합동작전으로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둔다. 미나리 한줄기를 추가하면 이 담백한 요리는 한층 빛을 낼 수 있다.

 



위의 레시피는 <요리와 사랑에 빠진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세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이 책이 레오나르도가 적은 코덱스 그대로의 어감을 살려 제대로 번역된 것이라면 그의 글들을 보았을 때 그는 엄청 깐깐하고 시니컬하지만 유머러스한 사람임이 분명했을 것이다. 500년 전의 노트를 읽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코덱스와 관련된 책을 일독하시길 추천 드린다.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가 담백한 음식을 강조하며 몇 가지 건강 관련 지침을 코덱스에 남겨둔 것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건강하게 살려면 닥치는 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저녁은 항상 모자란 듯 먹어야 한다. 꼭꼭 씹어 먹어야 하고, 무엇을 먹든 간단한 것을 제대로 익혀 먹어야 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