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6 : 음식의 거리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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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거리

 


 

ProjectxT팀 부장 / marstour@hsad.co.kr

 

 

 

 


 

무화과·돗나물·호두·모과·대추·산수유·상추·배추·고추·방울토마토·호박, 그리고 닭.


이 재료들은 예전 살던 주택 마당에서 직접 키워 먹던 음식들이다.

가을이면 나무에 올라 주렁주렁 열린 녹색의 호두열매를 따기도 했고, 된장찌개라도 끓일 새면 마당에서 고추며 쌈 싸먹을 상추를 뜯어오기도 했다. 심지어 호두나무 밑엔 꽤나 큰 닭장을 짓고 닭도 키워 잡아먹곤 했다.

집 마당이라는 산지에서 식탁까지 대략 스무 걸음이면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호사라면 호사였다. 얼마 전 집들이 때는 이와 반대로 식탁까지 8,180km나 걸린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와 8,283km를 여행한 호주산 블랙 앵거스 등심을 먹었다. 스무 보와 8천 킬로미터, 극과 극의 이동거리를 지닌 식재료들이지만 똑같이 입으로 들어가 내 뼈와 살이 됐다.


점심에 먹은 음식의 푸드 마일리지는 얼마나 될까

‘푸드 마일리지’라는 개념이 있다. 1994년 영국의 소비자운동가이자 런던시립대학의 식품정책학 교수인 팀 랭(Tim Lang)이 먹을거리 생산에 따른 환경, 사회, 경제적 영향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도입한‘ 푸드 마일즈(Food Miles)’라는 개념에 2001년 일본 농림수산성이 중량(t) 요소를 더해 만들어냈다. 이 지표는 먹을거리가 생산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환경부담과 경제적 영향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엄격히 하자면 8,180km는 노르웨이산 연어가 산지에서 식탁까지 이동한 거리를 명기했기 때문에 푸드 마일즈가 맞다. 많은 사람들이 푸드 마일리지와 단순 거리 개념의 푸드 마일즈를 혼용해 사용하기도 하는데, 푸드 마일리지는 계산할 당시의 운송 중량에 따라 다른 값이 나오기에 보편적으로 사용하기에는 거리 개념만 있는 푸드 마일즈가 더 직관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푸드 마일리지는 2010년 기준 7,085t·km로 739t·km인 프랑스의 10배에 달한다. 푸드 마일리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이며, 이동하는 데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모하고 더 많은 CO2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 또한 존재한다.

극과장한다면 내가 만약 바나나를 서울에서 키워 먹으려면 거대한 온실을 만들어야 하고, 그 온실을 유지하기 위해 연료를 태우다보면 이산화탄소가 산지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국가별 농업기술 수준과 인건비 차이로 이 같은 문제는 실제로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 푸드 마일리지가 높은 음식은 환경에 좋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앞서 언급한 이산화탄소 발생 등 환경적 문제 외에도 높은 푸드 마일리지는 식품안전성, 즉 우리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푸드 마일즈가 2,598km 수준인 필리핀산 바나나의 경우 이송 중에 상하면 안 되기 때문에 산지에서 녹색의 바나나를 수확해 수출하는데 방부제나 살균제 처리를 하기에 잔류농약 문제가 뉴스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푸드 마일리지는 매년 높아지기만 하는데, 이는 곧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7.2%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쌀을 제외한 콩·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을 따져보면 그 수치는 24%로 매우 낮다. 해외 곡물 작황 여부나 전 세계 곡물 가격을 주무르고 있는 글로벌 곡물기업의 농간으로 가격이 폭등하기라도 한다면 가축을 키우는 축산농가를 시작으로 나라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콩과 옥수수를 대표로 하는 곡물의 대다수는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GMO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1위이다.

이렇듯 식량자급률이 낮아지니 수입하는 농산물은 더 많아지고 저성장의 경제난 속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수입 식자재를 찾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우리의 푸드 마일리지는 떨어질 줄을 모른다. 푸드 마일리지를 낮추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국가 차원의 장기 정책이 필요한데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그럼 푸드 마일리지를 낮추기 위해 나라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나 하나 어떻게 한다고 국가의 평균 푸드 마일리지가 떨어지진 않겠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 담긴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라는 서적으로, 100마일(161km)

이내의 식재료만 먹으며 살아가는 캐나다인들의 로컬푸드 도전기를 다루고 있다. 100마일 안에서 생산된 재료들로만 생활하면서 글로벌 푸드 시스템에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먹는 것과 세상을 연결시킨 맛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음식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달 요리는 100마일 다이어트 도전기로 우리 집 텃밭에서 나는 재료가 요리의 주재료가 되는 음식을 만들고자 한다.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베란다에 바질·이태리 파슬리·로즈마리·라벤더·루꼴라 등을 키우고 있는데, 마트에서는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 힘들어 가락동 화훼시장에서 개당 2,000원에 구입했다. 이미 로즈마리는 성장 속도보다 먹어치우는 속도가 빨라 화분에서 종적을 감춘 상태로 고기를 구을 때나 피자 만들 때 요긴하게 사용했다.


바질 소르베 만들기

오늘 만들 요리는 그 중 바질 맛이 강렬한 바질 소르베, 즉 샤베트이다.

5월부터 폭염을 걱정해야 하는 요즘 같은 날 시원하게 먹을 수 있고, 기존에 조연으로 활약하던 바질이 그 풍성한 향과 빛깔만으로도 누가 봐도 주인공이라 인정할 만한 요리라 선정해 보았다.

미리 고백하자면 이번 요리를 만들 때 100마일 다이어트는 실패했다. 글의 주제답게 모든 재료를 로컬푸드를 활용해 만들면 좋았지만 몇몇 재료들은 준비기간이 짧았던 관계로 부득불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었다.

바질 소르베는 바질 한 움큼, 달걀흰자 4개분, 설탕100그램, 레몬즙 한 개분, 탄산수 3컵, 약간의 쿠앵트로가 들어가는데, 바질은 식탁에서 열 걸음만 걸으면 되는 베란다에서, 계란은 팔당의 한 농원에서, 탄산수는 초정에서 수급했지만, 레몬·설탕·쿠앵트로는 수입산을 사용했다.


만드는 방법은 초간단,

1. 한 움큼의 바질잎, 레몬 1개를 믹서에 간다.

2. 달걀흰자에 설탕 100그램을 중간 중간 나눠 넣어 머랭을 만든다.

3. 1 에 2를 넣고 탄산수 200mg과 쿠앵트로 3큰술 정도를 넣는다.

쿠앵트로는 없어도 무방하다.

4. 냉동실에 2시간 정도 얼려 살얼음이 생기면 잘 섞고 다시 한두 시간

얼린다.


이번 원고를 쓰면서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아기에게 먹이고 있었던 페루산 유기농 바나나가 계속 걸린다. 유기농이라고 샀지만 1만 6,188km 떨어진 푸드 마일즈가 걸리고,‘ Organic’이라고 적혀 있던 비닐 봉투안의 정체불명의 까만 액체가 걸린다. 건강과 나라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먹을 것은 신토불이인데…… 돈이 문제다. 제주도 바나나는 비싸거든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