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6 : 동네 탐방기: 젊은 사장님을 말하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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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탐방기: 젊은 사장님을 말하다

 

효창공원 앞‘ 김약국 커피’ 의 음악목록

 

이 유 진

디지털캠페인1팀 대리 / eg@hsad.co.kr

 

 

 

 


 새것을 좋아하고 깨끗한 것을 유난히 밝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서울의 도시계획은 대부분 기존 것들을 지켜내기보다는 부시고 새로짓는 쪽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일까, 이제 막 개통한 효창공원역 2번 출구 앞에 위치한 카페‘ 김약국’은 신과 구의 조화를 잘 이루어낸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잿빛 파랑으로 칠해진 외관과 로고만 보면 언뜻 굉장히 세련된 약국으로 착각하고 지나칠 듯한 느낌이 드는 김약국. 효창공원역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카페라는 곳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동떨어진 위치여서 약국으로 착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만한 이곳은 사실 동네에 자리 잡은 지 3년 가까이 된 터줏대감 격의 카페다.

카페 이름 치고 다소 독특한‘ 김약국’은 원래 이곳에 위치했던 약국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역사 속의 김약국은 효창과 용산 사이의 사거리에 위치한, 30년이 넘은 오래된 약국이자 동네 사람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장소였다고 한다. 효창동에서만큼은 고유명사가 된 김약국을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장님(a.k.a 김약사)이 그대로 지키고 싶은 마음에 같은 이름으로 카페를 준비했다고 한다.

‘동네’라는 단어 뒤에는 자연스럽게 친근하다는 인상이 따라 붙게 마련인데, 그래서일까? 아무리 커피 애호가라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원두 블렌딩들도‘ 딸기잼’·‘허쉬초콜릿’ 등 상당히 친근한 이름으로 구성돼 있다. 커피 메뉴에도‘ 고소한’·‘츄러스맛’ 등의 사소한 듯 익숙한 단어를 덧붙여 각 메뉴별 이해를 더 쉽게 해준다. 디테일 하나 하나에서 주인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이곳을 완성하는 음악목록을 훔쳐보았다.

Track 1: <Thinking Out Loud> - Ed Sheeran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귀를 사로잡은 건 올해 그래미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한 빨간 머리 주근깨 소년 에드 시런(Ed Sheeran)의 <Thinking Out Loud>. 김약사는 특히 이 노래를 야근에 치여 늦은 밤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이곳에 들렀을 때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처방전으로는 진하고 풍부한 향으로 지친 마음을 따듯하게 감싸줄 수 있는 ‘허쉬초콜렛’ 아메리카노를 내놓는다.


Track 2: <No More Rain> - Angie Stone

평소에는 보사노바와 재즈를 좋아하지만, 김약국을 찾는 손님들을 배려해서 가게에는 자신의 취향을 적당히만 반영한다는 김약사. 낮에는 기운찬 밝은 노래를 틀고, 밤에는 차분한 음악을 선택하지만 때로는 계절의 특성을 고려해 노래를 선택하기도 한다. 비오는 날의 커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며 선택한 앤지 스톤(Angie Stone)의 <No More Rain>은 한마디로 ‘감성폭발’. 달달한 멜로디에 현실직시적 가사가 반영된 노래는 커피의 맛과도 많이 닮아 있다.


Track 3: <Virtual Insanity> - Jamiroquai

자영업을 한다는 것은 주어지는 자유만큼 감당해야 하는 많은 스트레스가 동반된다고 한다. 김약국을 운영하며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아침에 신나는 음악을 틀면서 날려버린다는 김약사.

그가 선택한 영차 영차 곡의 주인공은 자미로콰이(Jamiroquai). 세련된 그루브를 자랑하는 애시드 재즈밴드인 자미로콰이의 <Virtual Insanity>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이기 때문이란다. 함께 하는 커피로는 아침을 든든히 채워주는‘ 츄러스맛 라떼’를 추천했다.


Track 4: <그대 돌아오면> - 거미

마지막 곡목을 얘기하며 김약사는 유난히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에도, 걸그룹에도 크게 관심 없다고 밝힌 그가 유일하게 믿고 듣는다는 거미의 노래 중 <그대 돌아오면>. 김약사의 개인적인 추억과도 많은 인연이 있다고 하는 이 곡은 최근 <복면가왕>에 나와서 다시 큰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겨울에 출시된 곡이기에 겨울에만 틀어놓는다는!! 눈 내리는 겨울날 김약국만의 특색 있는 초콜릿 음료 메뉴인‘ 쇼콜라’와 이 곡을 꼭 함께 즐겨보라고 추천하는 김약사님. 올해는 벌써 여름이 다되어 가니 이 조합을 즐기려면 한참을 기다려야겠다.


인터뷰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카페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오갔다. 동네 자체는 오래 됐지만 숙대와 이태원 사이에 위치해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상당하다는 효창동. 특이점은 이들 모두 커피를 사는 것이 아니라, 베이커리만 사가는 모습도 보였다는 점이다. 베이킹 전공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러 왔을 때 같이 즐길거리를 곁들였으면 하는 생각에 베이킹 공부를 시작했다는 김약사. 수십 번의 실패 끝에 현재의 머핀·브라우니 등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서브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에 맛까지 좋은 베이커리류는 손님들이 때로는 커피보다도 더 많이 찾는 주객전도 메뉴가 되기도 하여 살짝 자존심 상한다고 고백했다.

사실 음악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보다는 가게를 위한 음악을 선택하는 일에 치중하다 보니 이번 인터뷰에 아주 많이 긴장했다는 김약사.“ 몸을 치유하는 약국에 마음을 치유하는 커피를 더했다”는 그의 말처럼 이곳이 단순히 카페의 기능을 넘어 사람들에게 바쁜 일상 속 지친 영혼을 쉬게 하고, 일상에 활기를 더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거듭나게 되길 바란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