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6 : 경험의 재해석, ‘아트 콜라보레이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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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재해석, ‘아트 콜라보레이션’

 


 

송 한 나

스페이스커뮤니케이션팀 차장 / hannasong@hsad.co.kr

 

 

 

 


 

시각적 융합으로서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Art Collaboration as Visual Collaboration)

시각적 표현 매체의 영역이 확장되고 소비자의 심미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브랜드들이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Art Collaboration)’이란 말 그대로‘디자이너 간의 협업’을 일컫는 것으로,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소비문화를 창출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가장 단편적인 접근방식은 유명 작가와의 디자인 협업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루이뷔통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두터운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는 루이뷔통은 무라카미 다카시·야요이 쿠사마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제품과 매장 디자인에 접목시켜 클래식한 고유의 이미지에서 젊고 현대적인 느낌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루이뷔통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전 세계적 품귀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자 많은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작가의 작품이 우리의 티셔츠·스카프·가방·신발에 새겨졌다. 그나마 한정판으로 제작돼 희귀성을 지니던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이제 SPA 매장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하나의 라인업 제품으로 접할 수 있게 됐다.



경험적 융합으로서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Art Collaboration as Experience Collaboration)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의미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 우리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이유는 뭘까? 유명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는 무엇을 얻어야 하며 무엇을 창출해야 하는 것일까?

앞서 예로 든 루이뷔통의 경우 콜라보레이션의 영역을 유명 작가의 디자인‘차용’으로 해석했다. 루이뷔통 본연의 제품 디자인에 또 다른 시각예술 디자인을 차용함으로써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단연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지 과잉 시대에 다양한 매체에 노출된 현재의 소비층에게 단순한 시각적 콜라보레이션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현재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그것은 일차원적인 접근을 통한 또 다른 디자인의 연속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영역의 조합을 통한 새로운 경험’이다. 즉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와 브랜드, 브랜드와 작가가 협력해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을 창조해내는 것을 넘어,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창출하고자 하는 목표를 각 영역의 본질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의 융합을 전달하는 경험적 매개체’로 해석돼야 한다.



또 다시 야요이 쿠사마의 예를 들고자 한다. 루이뷔통과의 협업에서 쿠사마의 디자인이 단순한‘ 표상’의 융합이었다면, 서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의 협업에서 쿠사마는 작가의 언어를 앨리스의 나라로 재해석해 그동안 독자들이 접하지 못한 동화책의 새로운‘ 현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오스트리아의 건축 그룹인 이노캐드 아키텍처(Innocad Architecture)는 그들이 건축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패션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사람과 의복의 공간’으로 재해석해 소비자가 입어보는 건축의 경험을 전달했다. 한편 프라다와 건축 그룹 OMA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프라다 트랜스포머(Prada Transformer)는 더욱 독특하다. 의상 전시·패션쇼·영화 등 프라다가 필요한 다양한 영역의 기능을, 건물의 면을 놓는 위치에 따라 한 공간에서 각 기능을 경험할 수 있는 가변형 공간으로 재해석해 다각도의 브랜드 경험을 응축된 공간의 경험으로 탄생시켰다.

이처럼 현재 시점에서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시각적 결과물로서의 아트’가 아닌 ’아트를 통해 전달되는 경험적 가치’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즉 이제는 모나리자의 표상이 새겨진 또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나리자를 통해 전달되는 아우라를 새로운 영역의 매체를 통해 그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창적 경험을 융합해 새로운 경험을 경험을 

해석한다는 것은 의외로 단순한 작업이다. 그 예로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본인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살펴보자. 그 답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시제가 있다. 내가 ‘언제’,‘ 어디에서’ 느꼈다는 시간과 공간상의 지표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무엇을 보고 경험하기에 앞서 우리는 우리가 속했던 시간과 공간을 전제하고 경험을 해석한다. 이는 곧 우리가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고객이 어느 시점, 어느 공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일회성적인 경험이 아니라 바로 지금, 바로 여기, 바로 내가 경험하는 장소, 특정적 경험(Site-specific Experience)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콜라보레이션의 주체가 되는 각 영역의 결과물에 더 이상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만의 독창적인 경험을 융합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접근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