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8 : ‘생활시간 조정 ’ , 일본의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만들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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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시간 조정 ’ , 일본의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만들다

 


 

소데카와 요시유키

교토가쿠엔대학 교수


최근 들어 일본의 카리스마 있는 경영자들이 실적 부진으로 교체되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애플의 일본 지사장, 일본 맥도날드 사장, 베네세홀딩스의 회장뿐만 아니라, 세븐 & 아이홀딩스의 스즈키 토시후미 회장도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장직을 물러났다. 소프트뱅크의 후계자로 낙점돼 구글에서 옮겨 왔던 니케시 아로라의 경우도 고문으로 물러나 손정의 대표이사가 계속해서 사장직을 맡게 됐다.

기업들이 처한 경영상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카리스마 경영자’들은‘ 성장에 대한 강한 열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성장을 위해 종업원들에게 과중한 노동과 책임을 강요한 나머지 많은 직원들이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잃고 지쳐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한편으론 성장목표 달성을 위해 경영자들이 요구하는 체제 변화 속도에 직원들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 소비자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고, 매출 하락이라는 결과와 함께 경제의 전반적인 디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하게 됐다.

대외 환경변화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 거품이 무너지기 시작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이 겪었던 극심한 경기침체인 ‘잃어버린 10년’과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일본의 경제상황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의 디플레이션 영향 속에 소비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소비자 시점에서 향후 예상되는 시장 트렌드와 마케팅 전략을 파악해 침체된 마케팅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 일본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1. 프리미엄 시프트 전략으로의 변조

리먼 사태 이후 지속된 디플레이션과 2014년 4월에 실시된 소비세 인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소비시장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 온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시장의 대표적인 변화 현상으로는 2009년부터 나타난 ‘프리미엄 시프트 소비’를 꼽을 수 있다. 프리미엄 시프트 소비란 소비자가‘ 다소 비싸지만 좀 더 좋은 것을 구매함으로써 새로운 구매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의미한다.

일본 편의점 체인 중 하나인 로손이 출시한 150엔 상당의 프리미엄 롤케이크가 예상을 넘는 큰 인기를 끌면서 프리미엄 시프트 소비라는 변화가 시작됐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말한다. 2009년 당시 디플레이션이 한창이 었지만, 리먼 사태의 경험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최소 생활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럭셔리 소비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를 소비자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럭셔리 소비패턴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리미엄 시프트 소비 현상은 2011년 도요수산이 개발한 생면 타입의 인스턴트 라면인‘ 마루짱 생면’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라면의 고급화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새로운 소비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고, 1971년 컵라면 출시 이후 하락했던 인스턴트 봉지라면의 매출이 40년 만에 증가하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2014년 일본의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예상되던 시기에도 세븐아이 & 홀딩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가격 상승치 이상의 고품질과 새로운 가치를 제공,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시프트 소비를 유도하며 매출과 이익에서 최고 수준을 달성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게 됐다.

당시 가격을 인하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과 비교되는 결과였다. 이처럼 프리미엄 시프트 소비는 상품의 고급화 가치를 효과적으로 소구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 확장의 계기를 만들

게 된다.

프리미엄 시프트 소비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지속돼 왔으나, 2015년 가을 환율시장이 엔고 기조로 전환되면서 소비시장에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 소비자들의 본심

한국과 달리 일본의 가정집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구입하고 모은 물건들로 가득 차 거주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급적 집안에 물건을 두지 않고 생활하고자 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생활을 선택한 이들도 부모가 살고 있는 본가가 있기 때문에 소유를 최소화한 심플한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사진·문집·책 등을 본가에 가져다 두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일본 소비자들이 그 수가 많든 적든 이러한‘ 본가’라는 이름의 창고(?)를 소유하고 있다.

다만 이 또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방 본가에 거주하는 부모들이 나이가 들면서 집을 처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가라는‘ 창고’에는 부모가 남긴 것들도 있겠지만, 젊은 소비자 자신들의 물건들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부모가 소유하고 있는 미술품이나 액세서리, 보석은 그가치가 얼마나 될지 모르므로 가볍게 처분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일본의 대부분의 가구들은 부모의 집을 어떻게 정리하고 처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다. 일본의 공가 비율(빈집 비율) 14%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현재 일본 소비자들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물건을 구매할 때보다 팔(처분할) 때 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즉‘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마케팅 플래너인 다츠미 나기사가 저술한 <버리는기술>,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정리하는 것에 대해 다룬 야마시타 히데코의 <신 정리기술>(2009년), 그리고 2015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인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활기차지는 정리의 마법>(2010년) 같은 책들이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

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물건을 버림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면 상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가’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 소비세 인상 이후 덴츠총연(電通總硏)이 실시한 소비자조사에서 ‘이제는 물건을 구입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려 30%나 존재했다.

이러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 소비패턴은 구매 중심에서 처분 중심으로 그 변화가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언가를 살 때 버릴 때를 생각하는 구매패턴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사육의 부담감이 덜한 애완 고양이 붐, 서적 소유의 부담이 적은 일본 아마존닷컴의 전자책 구매 비율 급증, 가족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한 젊은 층의 만혼과 비혼 비율 증가

등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3. 생활시간 조정이 시작되다

이렇듯 일본 소비자들은‘ 사는 것과 버리는 것’ 사이의 밸런스를 생각하게 됐다. 필자는 이를‘ 생활시간의 조정’이 시작됐다고 표현하고자 한다.

과거 일본은‘ 품질주의’, 즉 한 번 만들면 고장 없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장인정신이 중요한 시장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디지털 IT 시대가 도래하면서 품질뿐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보다 중시하게 됐고, 최근에는 고장 없이 끝까지 사용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성능을 적당한 시기에 경험할 수 있는 타이밍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성능의 진화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 생활시간의 조정’이 중요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말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생활시간의 조정’이라는 소비자 심리 변화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소비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라이브 소비 트렌드’이다. 라이브 소비 트렌드란‘ 그 장소, 그 시간에 즉각적인 소비가 일어나 그 자리에서 만족감을 완결시키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예를 들자면 수년 간 계속해서 유행하고 있는 팬케이크나 프렌치 토스트도 갓 만든 것을 레스토랑에서 먹지 않으면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없다.

빙수나 형형색색의 솜사탕 등도 포장해갈 수 없다. 지방의 식자재들도 상하기 쉬워서 도시에는 배송이 불가능한 식자재나 도시에 보낼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많지 않은 별미를 음미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낼 것이다. 향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매장이 아니라 주말 이벤트를 위해 평일 소비를 자제하면서 주말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비패턴이 점차 부상할 것이며, 기존 마케팅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를 초래해 구매행위의 즉각적 만족을 경험할 수 있는 행동자극형 마케팅 기법이 요구될 것이다.

두 번째로 예상되는 변화는 주거지 대이동으로 인한 소비시장의 변화다. 일본의 베이비붐세대는 이미 70대에 들어서 여생을 보낼 주거지를 찾아 터전을 옮기는 현상이 가속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14%나 되는 빈집도 정리

될 것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거주지 이동 현상이 2020년을 기점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처럼 주거지 대이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집이 새로워지면 그곳에는 또 구입할 공간이 생기고 대규모 소비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덴츠에서 실시한 소비자조사에서도 31%의 사람들이 10년 이내에 주거지 이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나 대규모 사회 변화가 일어날 때 축적된 부를 나누는 의식이 종종 나타나곤 했었다.‘ 포틀래치(Potlatch: 북미 북서안의 인디언 사이의 선물 분배 행사로 많은 재산을 나누어 주고도 마을 사람들 앞에 평온한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존경과 영향력을 얻었던 행사)’가 좋은 예인데, 경기가 좋을 때 선물 빈도가 높아지고 결혼식 피로연을 화려하게 치르는 것들도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다. 주거지 이전 붐이 향후 포틀래치형 소비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여 소비의 기폭제가 되어 줄 수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에서 품질과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치열한 경쟁에 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를 미리 예견하고 트렌드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을 만드는 상품은 소비자를 예견하고 시장을 미리 볼 수 있을 때 태어난다. 일본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소비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