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8 : 광고인의 책상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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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의 책상

 


 

이 경 석

기획8팀 부장 / lks52@hsad.co.kr




광고하는 사람들은 다 괴짜이거나 미치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광고인 지망생 시절, 광고회사 사무실 내부가 그렇게 궁금했었습니다. 분명 관공서나 은행 본점처럼 꽉 짜인 공간은 아닐 것 같고, 뭔가 좀 더 자유로우면서도 창의적인 공간을 상상했었지요. 그런데 막상 광고회사에 입사해 보니 별다를 것 없는 책상이나 사무실 구조에 조금 실망했었지요. 그러던 와중에 아우라가 남다른 책상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책상 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그 흔한 수첩이나 책, 심지어 연필도 없는 미니멀 극치를 달리는 하얀 책상이었지요. 그 책상의 주인공은 지금은 광고업에서 한 걸음 비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서점을 차린다고 하시는 유명한 카피라이터 출신 CD였는데, 요만큼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공포의 대상이었죠. 엄청난 완벽주의 카리스마로 부하직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분의 책상은 그렇게 완벽(!)에 가깝게 아무것도 없는 책상이었습니다.

그 뒤부터 저도 책상을 최대한 깨끗하게 하려고 합니다. 책상 위가 깨끗하면 왠지 그 분처럼 철두철미한 광고인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일 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죠 뭐. 그렇게 똑같은 책상, 똑 같은 노트북과 사무용품을 회사로부터 받지만, 책상만큼 그 사람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광고인들에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 책상은 자신을 나타내는 개성의 표현 공간이자 자신의 세계관과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작은 세상일 듯합니다. 그래서 별 다른 일 없이 출근한 주말 사무실에서 여러분의 책상 위를 한번 살펴봤습니다. 혹시나 몰라 개인 신상이 드러날 만한 사진들을 다 뺐습니다만, 그래도

불쾌하셨다면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1) 갤러리 스타일의 책상

자신의 책상을 작은 갤러리로 꾸미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취미생활인 피규어·나노블록·캐릭터 인형 등으로 작은 세상을 꾸며 놓는 스타일이죠. 큰돈을 들여서 사 모으는 희귀 피규어부터 시작해서 햄버거 먹으면 경품으로 주는 작은 인형들까지 모두 전시 작품이 됩니다. 이런 자리에 앉으면 수많은 신하들을 둔 거인국의 절대 왕이 된 기분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2)열공 및 도서관 스타일

책상 위뿐 아니라 벽면 등 뭔가를 붙일 수 있는 모든 공간에‘ 메모’를 붙여 놓거나 책을 놔두는 스타일입니다. 일단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해주는 가장 큰 메모가 가운데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다양한 지식과 메모를 상하좌우에 덕지덕지 붙여 놓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책상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보면 광고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메모가 언젠가 기획서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가지 사물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죠.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업무를 하다가 귀신 같이 참고할만한 책을 바로 꺼내서 볼 수 있도록 가장 손이 가기 쉬운 곳에 배치해 놓는 분들이죠.


(3)미니멀리스트

놀랍게도 비어있는 책상이 아니라 누군가 주인이 있는 책상입니다. 저렇게 아무것도 없이 어떻게 일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스타일이죠. 심지어 키보드도 무선을 쓰시네요. 저런 깔끔한 책상에서는 키보드 선도 지저분해 보일 수 있으니까요. 아마 이런 분들은 왠지 스스로 완벽해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분들일 것 같네요.


(4)혼돈형

미니멀리스트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무용품부터 시작해서 책·서류·컴퓨터, 심지어 옷가지까지 세상의 온갖 만물이 책상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도무지 수첩 하나 놓을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점은 보는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정신없지만 막상 이 책상의 주인들은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고 쉽게 찾아낸다는 겁니다. 본인들에게는 최적화되어 있는 레이아웃이라는 주장이죠.


(5)정리 강박증

약간 병적일 정도로 정리벽이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책상 위에 책을 놓더라도 책의 높이에 따라 왼쪽부터 줄을 세우는 스타일이죠. 책상 속도 사무용품이 난잡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용서하지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구획을 딱딱 정해서 오와 열을 맞춰 거의 군대 내무반 사열 받는 느낌으로 정리하는 모습이죠. 예전에 훈련소 조교 출신이신가?


(6)작은 약방 및 입식 스타일

대부분 책상은 앉아서 일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굳이 앉지 않고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으로 바꾼 분도 계십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면 허리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입식으로 바꿔서 업무를 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광고 아이디어의 산실, 광고인의 책상. 책상만 봐도 그 책상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 대충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똑같이 획일화된 책상은 하나도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모두 다른 스타일의 책상을 가지고 있다는 건 백인백색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겠죠. 여러분의 책상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