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6 : 광고나라 산책 - 광고나라에는 '이야기'가 산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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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나라 산책 _ ‘이야기’가 있는 광고
   이희복 |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boccaccio@hanmail.net
현재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로 있다. MBC애드컴·오리콤·FCB코리아에서 광고를 만드는 일을 했고, 경주대 교수를 역임했다. 광고활용교육(AIE)과 광고역사, 슬로건, 정치광고 논문이 있고, 최근에는 스토리텔링광고에 관심을 갖고 있다. 광고는 ‘창의와 설득’이라는 믿음이 있다.
 
 
광고나라에는 ‘이야기’가 산다
 

 스토리텔링은 결국 소비자에게 기억되는 이야기가 기억되고 전달되어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이 과정을 요약하여 설명하면 ‘스토리텔링의 3C (Concept·Communication·Conviction)’로 부를 수 있는데, 자신만의 독특한 컨셉트로 소비자와 소통해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산·사랑해·강적들·온에어·누구세요·아빠 셋 엄마 하나·조강지처 클럽·대왕세종·엄마가 뿔났다·천하일색 박정금·행복합니다·아현동 마님·미우나 고우나·코끼리·애자 언니 민자….’
 이 순열의 의미를 처음 2~3 단어에서 쉽게 알아챘다면 당신은 중급 이상의 드라마 마니아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순서대로 월화, 수목, 토일, 시트콤, 일일 드라마까지 꿰고 있다면 드라마의 지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출생의 비밀이나 불치병, 고부간의 갈등, 신데렐라 만들기가 계속되어도 시청자는 TV 앞을 떠날 줄 모른다. 심지어 드라마 종영 이후에 폐인까지 등장하는 신드롬을 앓기도 한다. 소위 ‘스토리에 매료된 스토리 소비자’들이 드라마의 주 시청자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 드라마뿐 아니다. 요즘 여기서 저기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에 대한 관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대목에서 광고인들은 조금 억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스토리보드 하나만 해도 그렇고, 회의에서 대화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만들고 전달하는 ‘이야기 비즈니스’가 바로 광고 아닌가? 이야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스토리보드를 매일 만지작거리는 광고인만큼 직업적으로 스토리와 관계가 깊은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이야기꾼들이다. 흔히 광고를 ‘15초의 드라마’라고 하는 것을 보면 광고와 스토리, 이 둘 사이에 뭔가 유사한 DNA가 있지 않을까? 슬슬 그 이야기를 이야기해 보자.


‘스토리텔링 광고’의 스토리

 덴마크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를 공동으로 만든 클라우스 포그(Klaus Fog)는 그의 책
<브랜드전략으로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 Branding in Practice>에서 메시지·갈등·등장인물·줄거리 등의 4가지 요소(Four Elements of Storytelling)가 모여서 스토리텔링을 이룬다고 했다. 또 보스턴대학의 우드사이드 아키(Woodside Arch) 교수는 저널 ‘심리와 마케팅’ 논문에서 스토리텔링은 “의도 또는 의도하지 않은,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대화를 포함한 실행”이라고 설파했다. 브랜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요즘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그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전가의 보도요. 가뭄에 빗줄기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교육·관광·헬스케어·문학·영상·게임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텔링은 인문학에서 시작한 듯 보이지만 실상 활용은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방송과 광고에서 일찍부터 나타났다. 특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성공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보랏빛 소가 온다1, 2>에서 ‘리마커블(Remarkable)’을 힘줘 얘기했던 세스 고딘은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에서는 제목과 달리 역설적으로 마케터들이 유능한 스토리텔러로, 거짓이 아닌 진실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고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레오 버넷의 스토리

 제품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 광고로 만들 것을 주문한 사람은 다름 아닌 레오 버넷의 창업자 레오 버넷이다. 그는 “모든 광고는 내재된 드라마(Inherent Drama)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소신은 한 광고회사의 철학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1936년 불황 속에서 그 스스로가 ‘거리에서 사과나 팔게 될 것’이라는 주위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사과를 회사의 상징으로 삼고, ‘사과 바구니가 로비에 있는 회사’라는 이야기가 있는 회사로 바꾸었다. 스토리텔링 광고의 선두에 서있던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후 필스베리 도우보이(Philsbury Dough boy)·토니 더 타이거(Tony the Tiger)·찰리 더 튜나(Charley the Tuna)에 이어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는 광고 캠페인 중 하나이며 스토리텔링 광고의 전형이라 할 만한 말보로 카우보이를 탄생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아는 이야기지만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의 머리글자를 따서 말보로(Marlboro) 라는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말보로는 원래 런던의 한 거리 이름으로, 필립모리스가 담배를 만들어 팔던 곳이었다.



보아의 스토리텔링

 이런 맥락에서 하이트 맥주는 스토리텔링이 가져야할 스토리의 기본을 잘 풀어내고 있다. 여기서 메시지는 ‘마음을 여는 진실한 술, 맥주’이며, 갈등은 연예인 보아와 평범한 보아의 갈등이다. 또한 캐릭터는 모델로 등장한 보아의 털털함이며, 플롯은 바로 이러한 광고의 내용 자체가 인터뷰하듯 편하게 풀어간 형식이다.
 이쯤 되면 마주앉아 한 잔 하며 솔직하게 오픈업하고 싶어진다. 이야기는 이렇듯 듣는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며, 이야기가 갖는 설득력이 브랜드와 소비자를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고 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때 앞에 놓여 있어야 할 맥주 한 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증언식광고라 했겠지만, 스토리텔링광고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이야기가 만드는 마케팅

 이야기의 힘은 회사가 의도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게도 한다. 백세주를 만드는 국순당은 주당들이 술자리에서 백세주와 소주를 1:1로 섞어 제조한 ‘오십세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내놓았다. 오십세주 제조 퍼포먼스에서 착안해 아예 별도의 브랜드 ‘오십세주’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혹시 이십오세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케터는 자신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가 마케터를 움직이는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사례는 부산에서 전국으로 확산된 롯데제과의 빼빼로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아는 ‘빼빼로데이’는 시장이 기업을 움직인 ‘아래로부터의 혁명’ 사례다. 1994년 부산의 여중생 사이에서 시작되어 친구에게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담아 11월 11일에 빼빼로를 선물한다는 스토리는 데이마케팅(Day Marketing)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11월 11일은 ‘광고의 날’이기도 하다. 광고산업이 쭉쭉 성장하라는 의미 있는 날인데, 아무래도 빼빼로에게 자리를 빼앗긴 것 같다.


전지현·이영애·정지훈의 ‘이야기’

 2003년 11월 디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점에 나온 올림푸스 광고 ‘마이 디지털 스토리’ 편은 전지현이 모델로 등장해 인기 CF 1위에 올랐던 광고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화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구성하고, 조관우의 <겨울이야기>가 잘 조화를 이룬 스토리텔링 효과가 좋은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와 올림푸스만 아는 이야기’라는 카피는 디지털 사진이 갖는 첨단의 이미지를 인간의 감성으로 교감케 하여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이영애의 경우 KTF ‘드라마’ 광고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일 모두를 잃지 않는 커리어우먼의 스토리를 표현했다. 알파걸로서 날마다 ‘드라마’를 만드는 여성들만을 위한 특화된 통신 서비스, 이름조차 ‘드라마’였다.
  앞의 전지현도 그렇지만 A급 모델의 겹치기 출연은 제품이나 핵심 메시지보다 오히려 모델이나 주변 메시지를 더 돋보이게 하는 ‘흡혈광고(Vampire Advertising)’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데 LG화학 지인(Z:in)에서는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 ‘이영애 예쁘다, 지인 예쁘다’를 반복해 결합(Binding) 함으로써 브랜드를 강화하도록 구성했다.
 한편 정지훈(예명, 비)은 니콘광고에서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광고로 옮겨와 연기하였다. 이것은 진실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와 가장 신뢰를 받지 못하는 콘텐츠의 하나인 광고의 만남을 절묘하게 구성한 사례다. ‘있는 그대로를 보겠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나를 의식하지 않게 하겠다.
 니콘 리얼리티’라는 카피는 광고가 다큐멘터리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 즉 ‘애드멘터리(Admentary)’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지현·이영애·정지훈의 ‘이야기’

 스토리텔링은 디지털과 만나면서 더욱 활발하고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OSMU(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미디어로 활용이 가능하며, 수용자가 적극적으로 재가공(Representation)하고 옮기는(Viral) 과정을 거쳐 수용된다. 광고에서 스토리텔링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지금까지도 광고의 내용과 형식에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요즘과 같은 광고환경에서 소비자의 몰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스토리텔링적인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스토리텔링이 목적이 되거나 전부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스토리텔링은 결국 소비자에게 기억되는 이야기가 기억되고 전달되어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이 과정을 요약하여 설명하면 ‘스토리텔링의 3C(ConceptCommunication·Conviction)’로 부를 수 있는데, 자신만의 독특한 컨셉트로 소비자와 소통해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광고’라 명명할 만큼 스토리텔링이 독자적이며 지속적인 하나의 장르로 자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다.
 그러나 스토리텔링 광고에 대한 관심과 개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지난 세월 USP·이미지·포지셔닝 등의 광고전략이 그렇게 만들어져 왔던 것처럼.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