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8.
어느 광고인의 고백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는 미키마우스처럼 생긴 알람시계가 있었지만, 손이 먼저 가는 것은 늘 스마트폰이다. 매일 밤 그는 앱을 열고 알람 시간을 맞추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날과 이별한다. 운이 좋으면 8시간 후 그는 재부팅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확실히 운이 좋았다. 살아 돌아온 자신과 다시 만날 때마다 느껴지는 약간의 멀미만 빼면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아침을 맞이했다. 리모콘을 누르자 라디오 FM채널에서는 다정한 목소리의 남자가 오늘 하루도 응원한다며 음악을 전송했다. 베에토벤의 마지막 협주곡 황제다. 아쉬케나지의 피아노 소리가 늠름하고 현란하다. 피아노의 격정으로 온몸의 에너지도 역동하는 듯하다. 모든 생체 기능이 정상이 됐다는 뜻이다. 가방을 챙기는데 멜로디가 입에서 맴돌았다. 이젠 지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