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06 : Production Sketch -소비자라는 우주로의 발신, "Made by Earth, LG IBM"

소비자라는 우주로의 발신, "Made in Earth, LGIBM"   유 홍 국 부장 AP I 조동완 CD    hgyoo@lgad.lg.co.kr 마침내 날아든 낭보!   지난해 연말, 종무식을 위해 P/T룸으로 33층 직원들 모두가 모였을 때였다. 우리의 연말 스케줄을 모두 펑크나게 만든 LGIBM의 경쟁 P/T에서 LG애드가 L사와 K사를 제압하고 승리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개인적으로 그간 내부 광고주만을 담당해왔던 나에게 이번 경쟁 P/T는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승리의 기쁨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기쁨도 잠시, 우리가 제시한 시안들을 직접 제작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법들에 대해 생각이 미치자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LGIBM에게 다시 출발한다는 기분으로 새롭게 리런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다른 컴퓨터들은 말할 수 없고 오직 LGIBM만이 말할 수 있는 컨셉트를 개발해야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컨셉트와 슬로건이 바로 ‘Made in Earth, LGIBM’이었다. 미국이나 일본, 한국에서 만든 컴퓨터가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탁월한 기술로 만든 컴퓨터가 바로 LGIBM PC라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Made in Earth, LGIBM’이라는 컨셉트를 어떻게, 어떤 크리에이티브로 풀어낼 것인가? 우리는 ‘컴퓨터를 사러 지구에 온 외계인’을 설정하고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외계인들을 실제 광고 모델로 채택했다. 그런데 나의 책임감과 부담감은 실제 제작에서 과연 이 외계인들을 어떻게 표현해 내야 될 것인가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외계인을 찾아라! 신년 연휴가 끝나자마자 우리들은 광고주와 첫번째 회의를 가졌다. 광고주의 요구사항은 오로지 하나, 광고를 띄워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LGIBM 광고가 임팩트 측면에서 너무 약했다는 것이 광고주의 평가였으며, 강력한 임팩트의 광고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LGIBM의 인지도를 크게 높여달라는 위협(?)과 부탁이 오묘하게 조화된 부담스런 요청을 받은 것이다. 프로덕션과 제작회의를 가진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우선 외계인 캐릭터를 실제로 만들어서 콤마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할 경우 막대한 경비와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도 결과물에 대한 질을 보장할 수 없었기에 더욱 문제는 심각했다. 광고주의 재촉으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우리는 외계인 캐릭터가 등장한 모든 영화들을 찾기 시작했다. 즉, 그 영화의 필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편집과 합성을 통해 LGIBM의 새로운 CF에 맞도록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방법은 이미 완성된 결과물의 질을 보장할 수 있음은 물론 광고의 임팩트와 흥미(fun) 요소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팀원 모두가 , <스타워즈>, <제5원소>, <에일리언> 등의 엽기 발랄한 SF영화들을 섭렵하면서 외계인이 나온 모든 영화의 저작권 문제를 풀기 위해 해당 영화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하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처럼 하늘이 원망스러운 적은 없었다. <스타워즈>의 저작권을 가진 루카스필름으로부터 2주만에 ‘사용불가’라는 결과를 통보받고 앞이 깜깜해졌다. 연이어 <제5원소>의 뤽 베송 감독으로부터도 사용불가라는 판정을 받았으며 <화성침공>의 경우는 아예 연락도 없었다. 광고주의 재촉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경쟁 P/T에 이기고도 광고는 만들어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조급해져만 갔다.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마침내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외계인이 등장하지 않는 런칭편을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외계인은 등장하지 않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수많은 우주선들의 지구출현을 보여줌으로써 외계인들이 LGIBM PC를 사기 위해 지구로 몰려온다는 내용의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광고주에 제시했다. 이에 광고주는 후속편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또한 일이 잘 풀리려고 그랬는지 연락이 없던 <화성침공>의 저작권사인 워너브라더스로부터도 마침내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워너브라더스의 저작권 담당자가 암 때문에 투병중이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만 출근하기 때문에 결정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통보를 기다리며 그 담당자에게 못할 소리도 많이 했지만 사실을 알고 나니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랴! 그 저작권에 우리의 목숨(?)이 걸려 있었는데… 하여튼 이 글을 빌어 그 담당자가 쾌유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저예산으로 3편의 CF를 쫘악∼   난데없이 <전국노래자랑>의 타이틀이 보여지고 곧이어 비행접시 함대가 지구의 하늘을 뒤덮는 런칭편은 광고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냈으며, 사용 허가가 떨어진 <화성침공>의 필름을 이용하여 2차 CF에 제작에 바로 돌입할 수 있었다. 물론, 후반기에 제작될 3차 CF도 이미 확보된 필름으로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론,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과 상상력이 총동원된 고품질의 CF 3편을 한꺼번에 확보하게 된 이번 쾌거(?)로 우리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광고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제작비 절감을 위해 런칭편에서 노(no)개런티로 열연을 펼쳐준 킬리만자로 프로덕션의 이름 모를 조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한 가지가 해결되면 또 한 가지의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어려움의 연속 가운데에서도 진두에 서서 채찍(?)과 당근(?)으로 우리를 독려해주신 조동완 국장께 특별히 감사드리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밤잠을 설친 유성일 차장과 킬리만자로 프로덕션의 스태프들, 함께 열심히 co-work을 해준 우리 팀원들, 그리고 저작권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준 제작지원팀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이번 LGIBM의 새로운 CF가 인지도와 매출의 동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