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0 : Production Sketch - 천재이거나 혹은 바보이거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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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이거나 혹은 바보이거나
강 동 균 대리 CW | 김원규 CD
dkkang@lgad.lg.co.kr









 
 
지면광고
천재되기? 바보되기!
다니엘 키즈(Daniel Keyes)의 <Flowers for Algernon>이라는 SF소설이 있다. 그 내용은 인간의 지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과학연구에 실험대상이 된 어느 바보청년이 실제로 천재가 되어 겪는 이야기인데, 비극적이면서 깊이 있는 전개와 결말이 무척 감동적인 소설이다. 서두에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번 데이콤 국제전화 002의 CM 키(key) 아이디어가 바로 ‘천재’와 ‘바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광고인으로서의 우리는 아이디어 하나로 순식간에 천재가 되기도 하고 바보가 되기도 하는 체험을 한다. 때론 반복적으로, “난 역시 천재야” 라고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하고, “흑흑, 난 정말 바본가 봐” 라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천재와 바보는 우리와는 다른 별종의 사람들임과 동시에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그럼 이만 ‘천재-바보론’은 각설하고, 국제전화 광고에서 왜 천재와 바보가 등장해야 했는지 돌이켜 보도록 하겠다.
 
다윗과 골리앗을 한꺼번에 상대하다
국제전화 시장에서 데이콤 002가 처한 상황은 한 마디로 다윗과 골리앗을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즉, 한편에서는 한국통신 001이(현재 광고활동은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지 않지만) 누적되어온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떡 버티고 있었고, 다른 편에서는 휴대폰 국제전화 00700이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집요한 광고공세를 퍼붓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데이콤은 공룡기업과 신흥세력의 틈바구니를 헤쳐나가기 위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휴대폰에서도 국제전화는 002’ 라는 메시지를 통해 유선전화 시장도 지키고 휴대폰 시장에도 침투해 들어가자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윈윈전략’은 마케팅적으로는 매우 탁월한 것이었지만 광고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짜기에는 험난한 과제를 안겨주는 것이었다. 휴대폰 국제전화 상품에 대한 비교우위 사실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광고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리 없는데, 확실하게 내세울 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갑론을박 끝에 광고 컨셉트는 002가 세 자리 번호이기 때문에 다섯 자리 휴대폰 국제전화보다 ‘간편하다’로 결정되었지만, 이를 어떻게 설득적으로 표현하느냐 하는 점은 여전히 난제로 남게 되었다. 결국 간편하다는 점을 말하되, 이성적, 논리적 소구가 아니라 크리에이티브의 흥미성·의외성·화제성으로 승부해야만 했다.

 
험난한 아이디어 회의, 그러나 즐거운 촬영장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아이디어 회의가 계속된 끝에 마침내 우린 뭔가 빛나는 것을 발견했으니, 그것이 바로 ‘천재와 바보’였다. 다섯 자리보다 세 자리가 간편하다는 당연한(?) 이점(利點)을 당당하게 외치는 인물로서 ‘바보 같은 천재’, ‘천재 같은
바보’야말로 최적이 아니겠는가! 또한 천재와 바보를 한 명의 모델이 1인 2역으로 연기하고, 이 두 편을 동시에 집행할 경우 광고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기대했다.

모델은 김장훈 씨가 만장일치의 합의로 선정되었다. 가수로서의 높은 인기와 지명도는 물론 개그맨 못지않은 유머감각과 입심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가 처음 걱정한 것은 ‘바보’ 역할에 대해 김장훈 씨가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역시 프로였다. 싫은 내색은커녕 오히려 즐겁게 연기에 임하는 모습에 우리도 큰 힘을 얻었고 촬영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연기력과 절묘한 애드립은 우리의 기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천재’ 편에서 분필이 산산조각 나도록 칠판에 내리치는
연기나 ‘바보’ 편에서의 칼부림(?), 제기차기 등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그가 즉석에서 보여준 것이었다. 너무나 능청스러운, 때로는 어색하게 펼치는 표정연기도 촬영장을 수시로 웃음바다로 만들곤 했다. 재미있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버려야 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일 정도였다.

광고에서는 편집되었지만, ‘바보’ 편에서 의자에서 뛰어내리다 공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장면은 특히 압권. 모두 웃으면서도 다쳤을까 놀랬는데... 정작 본인이 능청스럽게 몸을 일으키면서 던진 한 마디, “꼭 천재 편이랑 같이 나가야 되요! 바보 편만 나가면 나 끝장이야~”
 
더 높은 매출신장을 기대하며
광고란 잘 만든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심의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카피가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수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국문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소견서를 제출하는 노력 끝에 마침내 원래 카피 그대로 다시 통과!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광고가 집행된 후에 매출이 향상되었음은 물론 소비자들의 광고 인지도와 호감도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는 희소식이 전해져 왔다.
사실 이번 TV-CM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고생하고 노력했지만 특히 끝까지 우리를 믿어주신 광고주께 감사 드리며 앞으로 더 높은 매출신장으로 보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