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2 : OBLOUNGE - "밤샘도 즐거웠던 LG애드 여전사…"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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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도 즐거웠던 LG애드 여전사…”

원고청탁을 받고 처음 떠오른 생각은 “회사에 융화는 되더라도 동화는 되지 말라”는 당시 이영희 과장의 말씀이다. 1987년 졸업과 동시에 사회 첫 발을 내딛은 초짜가 인상 깊게 들은 일종의 생활지침이다. 누구보다도 먼저 생각하고, 누구와도 다른 생각으로 늘 새로움을 찾아야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화장품광고는 광고의 대표이며 예술, 나는 그 한축을 맡아 일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광고회사에는 여자가 많지 않아 남자의 기득권이 꽤나 셌기에 남자 선배들은 내가 얼마나 견뎌낼까를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그런 예측을 빗나가게 하고 싶어서일까, 나는 그로부터 8년을 LG애드에서 청춘을 바쳐 일했다. 20대 젊은 여성이었던 내게 가장 큰 관심이던 제품, 내 스스로가 직접 소비자인 화장품과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광고하며 나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행운을 얻었었다. 관심이 많은 제품이라야 할말도 많고, 할 말이 많아야 아이디어도 툭툭 잘 튀어나오는 법아닐까?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는 화장품과 전자제품이 광고산업을 이끌어 가던 시기이다. 성형보다는 화장에 의존하는 때였기에 다양한 화장품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생겨났고, 광고의 양도 엄청 많았다. 화장품광고는 단순한 제품정보로부터 트렌디한 새로운 화장술을 제안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한마디로 화장품광고는 당시의 문화코드였고, 큰 비중을 지닌 첨단 감성산업이었다. 대부분의 화장품광고 표현 테크닉 또한 크게 발전된 것으로 인식되면서 다른 광고의 수준까지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지금의 광고인들은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화장품광고는 패션 이상의 독자적인 스타일과 무드, 그리고 트렌드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게다가 럭키화장품(오늘날의 LG생활건강)은 후발 브랜드로서 더 많은 소비자접점을 확보하고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기에 럭키에게는 아주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바로 그때 나는 가장 많은 광고비를 쓰는, 가장 잘나가는 초대형 광고주를 모셨고, 나의 능력을 200% 펼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던 것이다.


럭키금성 기업PR


럭키화장품 광고


환상의 팀워크 발휘,
조각상 만드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광고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운과 기회는 단지 나의 역량으로만 얻어낸 것은 아니었다. 당시 신입사원은 그룹에서 채용한 후 자신이 원하는 자회사에 지원하는 형식으로 입사했다. 우리가 LG애드에서 남다른 환상의 팀워크를 이루고 내가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룹이 강조했던 ‘인화단결’의 영향 때문이다. 사회적 분위기나 사람들의 인식 역시 누구를 밟고 일어서는 것보다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을 선호했던 터라 LG애드의 사람 냄새나는 경영은 만만찮은 매력이었다. 여느 경쟁사들과도 비교되지 않는 끈끈한 정과 팀워크 속에서 나는 선배들의 기술을 전수받으며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논리와 감각을 총동 원해 광고를 만들었고, 밤늦은 퇴근길에 무거운 책을 양손에 나누어 들고 밤새도록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 출근하던 열혈 LG애드 여전사였다.
광고시안을 붓이나 에어브러시로 그리고 헤드라인을 써넣어 바디카피 자리에 줄을 긋던 일, 헤드라인을 직접 레터링하고 사진 식자 페이스트-업을 일일이 손으로 하던 일, 화판 위에 컬러를 지정하던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때는 끌로 파서 조각상을 만들듯 손으로 광고를 만드는 기술이 극에 달했던 수작업 광고제작기술의 르네상스기였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밤샘 작업을 하면서도 좋은 광고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 찬 나였다.
아니 나만이 아니라 당시의 모든 LG의 광고인들이 지금은 비록 노장이 되어 일선으로부터 한 발자국 물러서 있지만, 대단한 실력과 기술을 화려하게 구사하며 오늘의 광고회사에서 지금의 후배들이 체계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만들어 놓은 이들이다. 그들과 다시 한 번 밤새 작업을 하고 다음날 또 다른 아이디어로 광고로 만들던 기쁨과 열정, 패기를 느껴보고 싶다.
지금의 회사는 그때의 그 사람 냄새나는 분위기도 아니고 더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갈만한 멋진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지금의 그대들 몫이 아닐까?
이제 나는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광고회사 사람을 벗어나 예비광고인을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광고인이다.
광고인의 길을 함께하는 HS애드 동지 여러분 모두의 더 큰 성공을 기원한다. HS애드 파이팅!



김선주

김포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 sjkim@kimpo.ac.kr
숙대와 중대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 1987년 LG애드 입사, 드봉을 비롯 화장품류 다수와 한스푼세제 런칭을 포함한 더블리치샴푸 등 생활용품다수를 담당. 1994년 MBC애드컴 근무, 2000년부터 현재까지 김포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