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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얄팍한 몇 가지 앎 가지고 모든 걸 아는 척하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세상의 윤리에 분노하면서 자신의 윤리엔 관대한.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인간적이란 말이 뭔지도 모르면서 혹은 그렇게 산 적도 없으면서 인간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말 못 하고 미워하면서도 미워한다고 말 못 하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시들어가는 건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라는 것에 매일 무기력해지지만 겉으로는 어릿광대의 웃음을 잘도 흘리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부여잡고 사는 것들이 뭔지도 모르면서 부여잡으려고 애쓰고 애쓰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자리마다 다른 얼굴을 사람마다 다른 얼굴을 잘도 갈아 쓰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두 다리를 가진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회의주의를 무기 삼아 싸우기를 회피하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후회하지 않을 말들은 하지 않아야 함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불이 되라고 말하면서 불만 쬐고 있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눈물을 선물 받았지만 눈물이 떨어져야 할 곳이 정녕 어디여야 하는지를 모르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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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