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한계를 논하다, 미디어를 넘어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진출한 인공지능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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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혹은 AI)을 말하는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이 해왔던 많은 일을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하는 일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난무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일하고 있는 광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인공지능의 한계를 재고하다

기존의 광고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라는 두 부분에 의존해왔음을 고려할 때, 미디어 부분에 대해서는 ‘예’, 그러나 크리에이티브 부분에서는 ‘아니요’라는 것이 현시점에서의 답으로 받아들여져 온 것 같습니다.


미디어 분야에서, 특히 디지털화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미디어 이용자의 모든 행동 데이터가 측정되고 분석되기 때문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이용해 기계를 학습시키고(머신러닝) 만들어진 알고리즘에 의해 최적화된 자원의 분배가 가능합니다. 쉽게는 programmatic media buying에서 기존 사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여, 한 개인에게 가장 engaging 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고 메시지를 가장 적확한 시간과 장소에 가장 합리적인 금액(예: first and second price)으로 노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검색엔진이나 디스플레이 광고, 특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광고는 이미 이러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타게팅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에서 인공지능의 역할

크리에이티브 영역은 미디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공지능의 영향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어 왔습니다. 그야말로 사람의 ‘창의성’, 즉 ‘크리에이티브’는 인공지능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인식되어왔기 때문입니다. 과연 맞는 인식일까요? 최근의 사례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구글 브랜드 랩에서 진행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자동 모듈화 프로젝트 (출처: Google Brand Lab)

초기 단계에서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인공지능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 구글 브랜드 랩에서는 정해진 컨셉과 관련된 수많은 비주얼과 카피를 준비해놓고 이들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다양한 배너광고를 실제 광고 캠페인에 노출하였습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기준으로 가장 좋은 효과(consumer response)를 내는 광고조합을 선별하는 이른바 최적화 과정(Optimization process)을 통해, 광고 크리에이티브 제작과정을 자동 모듈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딥러닝에 기반한 최적화 프로세스를 이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상당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비록 간단한 인터넷 배너광고 제작 프로세스에 국한된 것이었지만,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영역마저 인공지능에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One to One Conversation Platform (출처: Conversant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상대적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술이 광범위하게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로의 기술적 적용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후 단순한 비주얼과 카피의 조합을 넘어, 개별 소비자가 광고를 보는 환경, 예를 들면 해당 지역의 날씨나 특별한 이벤트 등에 따라 다른 크리에이티브 메시지를 선별적으로 보여준다던가(IBM Watson과의 협업), Consumer Journey상의 단계에 따라 개별 소비자에게 적확한 메시지를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등의 자동화된 어플리케이션이 발전되어 왔습니다.

이 단계에서의 인공지능 혹은 컴퓨테이셔널 기술의 역할을 간단하게 보자면, 소비자 행동데이터에 기반한 A/B테스트의 광범위한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조합의 A/B테스트를 자동화시킴으로써 가장 최적화된(Optimized) 광고 크리에이티브 조합을 기계적으로 계산하여 개별 소비자에게 노출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다

인공지능의 역할은 의외로 콘텐츠 마케팅의 영역에서 더 빨리 확장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최근 들어 많은 뉴스 기사들이 Machine(기계)에 의해 쓰이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Computational Journalism이라고도 합니다). 심층취재가 필요한 탐사 저널리즘 등의 영역을 제외하고 많은 양의 스트레이트성 기사들(예를 들면, 날씨나 스포츠 게임 결과 같은 사실 보도 기사)이 실제로 사람이 아닌 기계 즉, 인공지능에 의해 쓰이고 배포되고 있습니다.


▲ Gartner’s forecast of Machine’s role in business report generation (출처: Gartner 트위터)

이러한 저널리즘에서의 변화는 바로 콘텐츠 마케팅, 특히 BtoB(Business to Business)영역에서의 콘텐츠 마케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BtoB에서 주로 쓰이는 산업계 리포트, 백서(White Report) 등은 인공지능에 의해 쉽고 빠르게 생성되고 배포됩니다. 최근 Gartner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까지 20%의 산업계 콘텐츠가 인공지능에 의해 작성될 것이라고도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간단히 보자면, 최근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와 자연어 생성(Natural Language Generation; NLG) 기술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딥러닝 프로세스에서 사람이 수많은 데이터와 신경망 등의 프레임을 주면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통해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고, 그 패턴 즉 알고리즘에 맞게 콘텐츠를 만들어 냅니다. NLP와 NLG는 사람의 언어 프로세싱 과정을 기반으로 하여, 사람들이 쓰는 언어의 구조와 거의 흡사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NLG는 일정 데이터를 입력하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람이 쓴 것과 거의 흡사한(혹은 더 훌륭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If an Algorithm wrote this, how would you even know? (출처: The New York Times)

초기 단계에서의 NLG는 사람이 쓰는 언어와 많은 차이를 보이며 어딘가 어눌한 느낌을 주었는데, 기술의 발전을 통해 최근 들어서는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특집 기사에서 이러한 현상을 보도하기도 하였는데, 독자들에게 아래의 두 문장 중 어떤 것이 기계가 쓴 것인지를 구분해낼 수 있는지 질문하여, 기계가 거의 사람의 수준에 근접했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문장이 기계가 쓴 문장인지 구분하실 수 있나요?)

“Things looked bleak for the Angels when they trailed by two runs in the ninth inning, but Los Angeles recovered thanks to a key single from Vladimir Guerrero to pull out a 7-6 victory over the Boston Red Sox at Fenway Park on Sunday.”

“The University of Michigan baseball team used a four-run fifth inning to salvage the final game in its three-game weekend series with Iowa, winning 7-5 on Saturday afternoon (April 24) at the Wilpon Baseball Complex, home of historic Ray Fisher Stadium.”

정답은 두문장 모두 기계가 쓴 것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굳이 사람이 콘텐츠를 쓰지 않아도 되겠지요? 같은 수준의 문장력, 구성력이라면 사실 기계를 통해 쓰게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훨씬 이익일 수 있습니다. 기계는 인간에 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이런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또한 타겟이나 타겟의 성향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내어, 콘텐츠 제작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제목이나 콘텐츠의 내용 및 구성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최적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위) Natural Language Generation Platform (출처: Wordsmith 공식홈페이지) / (아래)Quill – Natural Language Generation Platform (출처: Narrative Science 공식 홈페이지)

더구나, 이러한 최적화 데이터들이 다음 콘텐츠 마케팅을 훨씬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최근 들어 이러한 NLG들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Wordsmith나 Quill 같은 서비스가 그들입니다.


▲ 저널리스트 vs.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콘텐츠에 대한 평가 (출처: Christer Clerwall, Enter the Robot Journalist)

NLP나 NLG는 현재 머신러닝 및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한 연구소가 인간(저널리스트)과 기계(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평가하게 한 연구의 결과인데요. 아직은 분야에 따라서 인공지능이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보입니다만, 현재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한다면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글쓰기를 대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인가? TV 광고도 만들 수 있을까?

다시 전통적인 광고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대부분 텍스트 기반이거나 아니면 단순한 비주얼, 오디오 등과 텍스트의 조합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딥러닝 혹은 머신러닝 프로세스가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 최고 난도라고 할 수 있는 TV 광고 제작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 머신러닝 기술을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적용한 Agency of Robots (출처: David Miami)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기 시작한 사례 중 하나는 바로 버거킹의 AOR: Agency of Robot입니다. AOR은 머신러닝이라는 기술을 본격적으로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이용한 미국에서는 최초의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거킹은 David Miami라는 대행사와 함께 진행한 AOR에서 최신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수백만개에 달하는 기존의 패스트 푸드 광고와 마케팅 보고서를 분석하고, 여기에서 발견된 패턴을 기반으로 여러 개의 버거킹 광고를 만들어냈습니다.


▲ Whopper Mansion Title (출처: 버거킹 공식 유튜브 채널)

즉, 기존 패스트푸드 광고의 성공 요인들이 무엇인지 머신러닝의 학습기법을 통해 분석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여러개의 베타버전 TV 광고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2018년 10월 1일에 론칭된 이 시리즈 광고들은 시작 화면에 ‘This ad was cre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메시지로 시작되어, 시즐이나 신선한 재료들을 보여주는 장면이 주를 이룹니다. 이러한 장면들이 기존에 가장 성공적인 패스트푸드 광고에서 하나의 성공 패턴으로 분석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캠페인에 대해서 약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 즉,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별로 멋져 보이지 않았습니다.(물론,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기존의 제작물을 분석한 결과에 기반한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종의 ‘평균값’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니 어디선가 본듯한, 뻔한 크리에이티브가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단순한 의심을 깨지게 만든 캠페인도 있었습니다. 같은 해, 도요타의 럭셔리카 브랜드인 렉서스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TV 광고 캠페인을 제작합니다. 먼저 아래 광고를 보시고 나서 인공지능이 이 광고제작 프로세스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Lexus ES 광고 (출처: 렉서스 유럽 공식 유튜브 채널)

이 광고에는 광고대행사인 The & Partnership London과 인공지능 기술회사인 Visual Voice, 그리고 인공지능인 IBM의 Watson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타이틀엔 ‘The first film written by Artificial Intelligence, directed by award-winning human’(인공지능이 쓰고, 광고 대상 수상 감독이 연출한 최초의 TV 광고)’라고 쓰여 있습니다. 대체 인공지능이 이 광고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요약하자면 첫째, IBM Watson은 지난 15년간 칸 페스티벌의 럭셔리 광고 부문에서 수상을 한 모든 TV 광고의 모든 비주얼, 오디오, 텍스트 및 스토리 전개형식을 분석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버거킹의 사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수천가지의 크리에티브 요소들을 추출하고, Neuro Science팀과의 협업을 통해 어떤 요소에서 소비자들이 인지적, 감정적, 경험적으로 반응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측정값을 알고리즘에 입력하였습니다. 이 과정이 위의 구글이나 버거킹 케이스와는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단순히 어떤 장면 혹은 어떤 카피가 더 높은 클릭을 얻는지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인지심리학적 이론에 기반하여 어떠한 인지적 혹은 감정적 요소가 소비자들의 인지적, 감성적, 행동적인 반응을 얻는지를 다양한 측정 도구(예를 들면, eye-tracking이나 heart rate, skin conducting tool)등을 이용하여 측정하는 것입니다. 그 값들은 인공지능의 신경망 구조를 통해 분석됩니다. 셋째, 그러한 데이터 분석의 결과물을 토대로, Visual Voice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실제 TV 광고의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이 스토리라인은 그림은 없지만 거의 스토리보드의 수준입니다. 어떤 장면으로 시작하고, 조명은 어떻게 제품을 비추며, 어떤 스토리 라인으로 전개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음성으로 프레젠테이션 됩니다.


▲ 2019 Lexus ES Driven by Intuition Making Of The AI Commercial (출처: DPCcars 공식 유튜브 채널)

이후는 제작과정입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스토리라인(또는 스크립트라고 표현되었습니다)에 따라 감독이 콘티를 만들고, 멋진 광고를 만들어내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공지능이 기존의 Copy writer 혹은 Creative Director의 역할을 했고, 사람(감독)이 이 스토리를 비주얼라이즈하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존 광고 크리에이티브 제작 프로세스에 비추어 보면, 가히 혁신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미래 그리고 인공지능의 미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렉서스 광고는 버거킹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제작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스토리라인을 기계가 만들어 냈다는 것에 대해 놀랍기만 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광고 크리에이티브 제작의 어떤 부분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겠다는 성급한 상상도 해봅니다. 얼마 전 읽었던 Ad Week의 한 글에서 ‘디지털 시대에 광고인에게 가장 어려운 세 가지 도전’ 중 하나로 ‘많은 크리에이티브 제작물을 짧은시간 내에 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꼽히고 있었음이 생각났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TV 광고마저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된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수많은 동영상 광고는 더욱더 쉽게 기계를 이용해 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렉서스 사례의 성공을 볼 때 불가능하기만 한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