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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예능 <놀면뭐하니>의 “싹쓰리” 시리즈는 여러모로 화제다. 감히 조합하기 어려웠던 스타들의 조합과 노래,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내용은 당연히 회자될 수밖에 없는 콘텐츠. 거기에 더해 노래를 만들기 위해 과자를 한 번 먹고,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음료를 한 번 마시는, PPL에 대한 얘기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이슈가 됐다. 심지어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싹쓰리에 들어간 PPL 리스트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올라오기도 했다. PPL은 사실 프로그램에서 주체적인 기능을 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노출이 되면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속성으로 여겨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무엇이 이번 싹쓰리에 나온 PPL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달라지게 만든 걸까.


▲[MV] 싹쓰리(SSAK3) - 다시 여기 바닷가(Beach Again) Official MV (출처: 놀면 뭐하니? 유튜브)

PPL에 대해 갑자기 호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접근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전환에 ‘이제야 제대로 반응이 나왔다’라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이제까지 방송에서 보여주던 PPL 방식은 항상 주변이었다. 주변에 있으나 약속된 PPL 룰을 지키기 위해 갑자기 브랜드 로고를 확대해서 인서트로 넣는 등 시청자들이 보기에 난감한 경험이 많았다. 더해서 특정 기능을 설명하고 구현해 보이는 것 자체가 아무 맥락이 없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경우 난감한 반응 이상의 인터넷상 조롱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었다(아마 조롱이었으나 결과 보고는 이슈성 확산으로 갈무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싹쓰리에서 보여준 방식은 마치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을 위해 존재한 것처럼 당연하게 연출됐다. 즉, PPL의 “이유” – “맥락” – “연출”이 맞아떨어졌는데, 다소 키치함도 있었지만 이로써 시청자가 쉽게 받아들이고 또 이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유”는 당연히도 좋은 퀄리티의 프로그램 제작이다.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굿즈를 만드는 데 기본적인 프로그램 제작비가 물론 그 기능을 하는 게 옳다. 그러나 일반 제작비로 만들 수 있는 것 이상의 조금 더 우수한 결과물(원하는 창작자 섭외, 세트 구성 업그레이드와 같은)을 위해, 마치 크라우드 펀딩처럼 요소요소를 위해 투여된 금액에 PPL이 역할을 수행하게 만든다. 과거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용인했던 일반 광고처럼 이제는 PPL을 마찬가지의 범주에서 시청자들이 이해했다는 의미다. 두 번째, “맥락”은 출연자의 브랜드가 담긴 목소리를 통한 호소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PPL의 이유를 언급했을 때, 시청자가 공감 여부를 결정할지 여부는 출연자의 브랜드에서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도네이션 유도 광고에서 호소하는 출연자처럼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시청자들의 아량을 얻어낼 수 있는 목소리의 브랜드는 반드시 높은 신뢰도와 설득력을 요한다. 이번 싹쓰리에서는 누구보다도 유느님이 그 역할이었다. 성실함과 배려로 다져진 20년 이상의 예능 장인은 의심할 바 없이 제작진의 호소를 잘 대변해 줬다. 마지막으로 “연출”은 그렇게 마련된 틀에서 과연 PPL을 어떻게 녹이느냐를 고민하는 창작의 영역이다. 싹쓰리에서 예를 들면 대기실의 토크를 거드는 다과와 음료, 모니터링을 위한 촬영용 핸드폰, 출연자 연출에 어울리는 기능성 소품이 아이디어를 통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역시 과하지 않았고, 전면으로 나서지 않아 보기 좋았다. 

이전에 많은 PPL은 사실 앞서 “이유”나 “맥락”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았다. 투여되는 금액과 금액에 따른 노출 보장이 정해진 이전의 광고 시장에 익숙한 광고주는 PPL 역시 그런 범주에서 해석했던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속성도 합의되지 않은 채, 시청률을 비롯한 수치 지표들로 프로그램을 보고, “연출”된 장면의 클립으로만 구매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시청자의 반응과 연출 의도 사이에 괴리감이 큰 경우도 있었다. 


▲ [MV] 비공식적으로 찍어본 싹쓰리🌊다시 여기 바닷가🌊 즉흥 뮤비! l SSAK3 - Beach again (출처: 놀면 뭐하니? 유튜브)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달았다. 지금 미디어를 고려할 때 중요한 지점은 미디어를 읽기보다는 미디어를 보는 사람들을 읽는 것이다. PPL을 비롯하여 최근에 등장하는 미디어들은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의 수로만 평가하기 쉽지 않다. 아주 소수가 사용하는 미디어지만 그 안에 특정 브랜드를 끌고 갈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존재할 수도 있고, 많은 대중이 쓰는 미디어지만 어떤 브랜드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 미디어 습관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미디어의 사용자 수나 도달 규모만 본다면 마냥 고민되는 미디어가 미디어 사용자의 속성을 이해하고 나면 쉽게 풀리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앞서 PPL이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여느 일반 광고보다도 높은 시청률과 도달률이 기대된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몰입도나 팬덤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담을 수 있는 메시지의 한계, 출연자의 적합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미디어가 아닐 것이다.

20세기 초반 실험적인 다다이스트이자 초현실주의자였던 만레이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사진가입니까, 아니면 화가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조각가입니까?” 그러자 만레이는 다시 인터뷰어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당신은 나에게 올 때, 자동차를 타고 왔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운전수입니까?” 

요는 준비된 메시지를 도달하고자 하는 사용자에 어떤 수단을 통해 효과적으로 갈 수 있느냐지, 그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 읽기가 다양하게 요구되는 지금, 실질적으로 미디어를 읽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미디어 사용자들을 읽고 해석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반응일지 예측하는 시나리오까지 읽어야만 그제서야 미디어 읽기가 시작된다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MBC의 <놀면뭐하니>는 ‘PPL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시작으로도 읽힌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