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 ‘최중(最中)’되면 안 돼요? 그냥 같이?”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님의 발언입니다. 소수를 위한 1등 혹은 최고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중간.
누구나 최고를 꿈꿉니다. 단어가 뜻하는 것처럼 최고는 소수를 위한 자리이고, 치열한 경쟁을 만듭니다. 그래서 가치는 더 높아집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처음으로 ‘최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70여 년을 넘게 걸어온 배우가 처음으로 들려준 이 단어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누군가는 위로가 되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멋진 생각, 명언이라고 했습니다. 최고가 되려면 모두를 경쟁자로 생각해야 하고, 모두를 이겨야 합니다. 하지만 최중을 추구한다면 내 것을 나눠주게 되고 주위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이 정도면 되었으니’ 나눠 가져야 한다는 생각, 내가 잘하는 능력으로 세상의 행복을 늘이겠다는 생각. 나 혼자 잘 되는 게 아니라 같이 이끌어주고 밀어주고, 제일 먼저 정상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함께 걸어도 된다는 생각.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 단어가 듣는 이들에게 화두가 되었습니다. 경쟁으로 굴러가는 이 세상에서 새로운 방향을 생각하게 합니다.
마스터 카드가 생각한 더 많은 이의 행복
함께 중간을 누리고 더 많은 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누가 지금 도움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보탤 수 있는 곳, 자신의 존재가 힘이 될 수 있는 곳. 마스터 카드는 그것을 카드 결제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에게서 찾았습니다. 상업 플랫폼이나 가게를 갖지 못한 지역 농부들에서 말이죠.
수많은 시골의 농부들은 많은 시간 동안 치즈를 만들고 과일을 재배하고 각종 채소를 키웁니다. 하지만 중간 상인에 의해 노력보다 적은 수익을 얻거나, 판로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결국엔 차들이 다니는 길가에 노점을 차리고 농산물을 팝니다. 우연히 지나는 이가 아니라면 그들이 거기서 무엇을 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들을 위해 루마니아의 마스터 카드는 내비게이션 앱 Waze와 힘을 합쳤습니다. 소비자를 만나기 어려운 농부들에게, 직접 소비자를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자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 앱을 엽니다. 지도에는 전에는 보이지 않던 핀들이 보입니다. 핀엔 친근한 얼굴이 그려져 있죠. 모두 농부들의 얼굴을 그린 고유한 간판입니다. 간단하게 파는 물건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죠. 운전자들은 실시간으로 자신과 가까이 있는 농부가 누군지 지도에서 보게 됩니다. 자신이 지나는 길 가까이에 농부가 사과를 팔고 있다면 찾아가게 되는 거죠. 그리고 마스터 카드로 결제하고 사과를 사는 겁니다. 내비게이션에 더해진 핀 하나만으로 농부들은 매장을 얻은 셈입니다. 카드 결제 시스템을 어려워하는 나이 든 농부들을 위해 교육도 합니다. 가입만으로 누구나 이 앱에 자신의 핀을 올릴 수 있으니 접근성도 좋죠. 소비자들 또한 실시간으로 핀을 확인할 수 있으니 헛걸음할 일도 적어지고요.
마스터 카드는 이 시스템을 루마니아뿐 아니라 더 많은 국가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계가 모두 현금 없는 경제로 향하고 있기에, 이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한다면 농부들에겐 더없이 좋은 시스템이 되겠죠. 마스터 카드는 카드사와 가장 떨어져 있던 농부를 위해 자신의 힘을 썼습니다.
리바이스가 말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지구
4월 22일은 지구의 날, 올해로 51주년을 맞았습니다. 환경파괴와 자원 낭비로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기념일입니다. 매년 많은 브랜드들이 이날을 기념해 환경 보호 콘텐츠를 만들죠. 올해는 리바이스가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옷을 적게 사자’는 이야기로.
지난 15년간 세계인들의 옷 소비량은 기존 대비 두 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더 많은 옷을 갖게 되니 같은 옷을 입는 횟수는 줄어들고 버리는 옷은 더 많아졌습니다. 원료를 재배하고 옷을 만들고 판매하고 나아가 버리는 데 수많은 지구 자원이 낭비됩니다. 리바이스는 세상에 말합니다.
“더 좋은 걸 사서, 더 오래 입으세요.”
리바이스의 태생은 오래 입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옷이 자꾸 찢어져 불편한 광부들을 위해 찢어지지 않는 옷이 된 리바이스. 한 계절 한 세대를 위한 옷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입는 옷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옷을 제대로 더 잘 만들고 있다고 하죠. 옷을 잘 만들면 소비자들이 더 좋은 옷을 사게 되고, 더 좋은 옷을 사게 되면 더 오래 입게 되고, 더 오래 입게 되면 더 적게 사게 되고, 더 적게 사게 되면 낭비를 더 적게 하게 되고, 비로소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입니다.
캠페인을 위해 체인지 메이커들을 모았습니다. 미국의 배우이자 가수인 제이든 스미스, 멕시코의 기후 운동가인 시예 바스티다, 인도네시아의 환경 운동가 멜라티 와이어슨, 미국 환경운동가이자 힙합 예술가인 시우테즈캐틀, 미국 유튜버이자 팟캐스터인 엠마 체임벌린, 영국 축구 선수 마커스 래시퍼드. 모두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걸친 젊은 친구들입니다. 제이든 스미스는 자신의 청바지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고 합니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뭔가 계속 사기를 부추김으로써 악순환을 만들어낸다고 하죠. 하지만 리바이스가 멋진 ‘중고’를 만들어서 좋다고 합니다. 많아진 옷 소비 때문에 낭비되는 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엠마 체임벌린은 구제를 즐겨 사고 리폼을 즐기는 패션 애호가입니다. 모든 구제는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음악으로 만드는 시예 바스티다는 환경 위기는 큰 위협이지만 우리를 더 좋은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직 어리지만 그들의 생각은 성숙합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죠.
실제로 리바이스는 현재, 76%의 제품을 ‘물을 적게 쓰는 기술’로 제조한다고 합니다. 이 기술로 지금까지, 100억 리터의 물을 재사용함으로써 40억 리터가 넘는 물을 절약했습니다. 조지타운 대학의 부교수 네루 파하리아는 천 달러의 재킷을 사서 천 번을 입는다면 한번 입을 때마다 1달러를 지불하는 것이지만, 100불의 재킷을 사서 오십 번 입는다면 한번 입을 때마다 2달러를 내는 셈이라고 합니다.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거죠.
패스트 패션의 시대, 우리는 더 이상 옷의 내구성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게 사서 짧게 입고 쉽게 버리는 사이클을 따르니까요. 리바이스는 사는 방법부터 바꿔야 이 모든 게 변화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지구는 앞으로 이곳에 올 수많은 후세와 나눠야 할 제한된 자원이니까요.
아이앰스가 발견한 반려견과의 더 오랜 행복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입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문제도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 또한 수많은 반려견들이 집을 잃는 겁니다. 매년 천만 마리의 개들이 집을 잃고 그중 일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하루에 매일 2만 7천 마리의 개들이 집을 잃는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3마리 중에 한 마리가 집을 잃는 것이기도 하고요. 반려견, 반려묘 사료 브랜드 아이앰스는 강아지들이 집으로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냈죠.
이름하여 NoseID. 바로 코 모양으로 견주를 찾아내는 겁니다. 사람의 지문이 각각 고유한 형태를 갖고 있어 신분증 역할을 하듯이, 개들의 코도 각자 고유한 형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 놀라운 발견을 솔루션으로 만든 겁니다. 광고대행사 Adam&Eve/DDB와 함께 앱을 개발했습니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의 코를 스캔해 앱에 프로파일을 만들어 놓는 거죠. 만일 개를 잃어버리면, 다른 유저들에게 메시지가 보내집니다. 메시지를 받은 멤버들은 길에서 떠도는 개를 발견하면, 코를 스캔해 대조해 볼 수 있죠. 코 모양이 일치하는 프로파일이 뜨면 주인에게 연락하는 방법입니다. NoseID는 견주가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 매개체로, 더 많은 개들이 집을 찾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아직 배타 버전이며 내슈빌 지역에서만 시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앱은 반려동물의 ID를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National Pet ID Week'에 맞춰 런칭됐습니다. 개들에게도 고유한 식별 무늬가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코를 스캔해서 주인을 찾아준다는 생각도 놀랍습니다. 아이앰스는 그들이 나눌 수 있는 더 큰 행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함께 행복한 중간’을 찾아내는 일
많은 이들이 행복한 ‘최중’이 되려면 그 중간 지점을 어디로 잡을지도 중요해집니다. 모두가 굶지 않는 삼시 세끼 세상일지, 모두가 예술의 즐거움을 아는 조금은 더 즐길 수 있는 세상일지, 모두가 사시사철 여행 다니는 누리는 세상일지. 지역마다 환경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중간은 가장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이어야 되겠죠. 브랜드의 시각으로 보면 그들이 가장 좋은 힘을 발휘할 수 있고, 힘이 될 수 있는 곳이 될 테고요.
맥도날드 싱가포르는 코로나19로 막혀버린 국경 때문에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말레이시아 노동자들을 위한 ‘중간’을 찾았습니다. 라마단은 해가 지면 가족과 성대한 식사를 하거나 고향을 찾아가는 무슬림 축제입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있는 노동자들은 고향인 말레이시아로 갈 수도, 가족과 함께하지도 못합니다. 맥도날드는 그들에게 ‘happy table’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싱가포르 맥도날드에서 말레이시아 가족과 만나는 거죠. 방법은 리얼 사이즈로 만나는 화상 카메라입니다. 하얀 테이블을 연장해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맥도날드로 식사를 하며 동료를 소개하기도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2015년 영국의 건강보험 회사 ‘부파’가 2천 명을 대상을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물었습니다. 흥미롭게도 1등은 ‘새 이불을 덮고 잘 때’였습니다. 3분의 2의 대답입니다. 2등은 ‘얼굴 위로 햇살이 부서질 때’였고요. 행복한 순간은 어려운 게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죠. 혹시 이유가 ‘최고’를 바라보기 때문이라면 이제 행복한 ‘중간’을 바라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고의 자리에 가지 않은 대신 아낀 능력을 누구와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고요.
가장 아름다운 행복은 가장 평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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