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나누는 법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꼽히는 코펜하겐 근교의 루이지애나 미술관. 다소 미국식처럼 들리는 미술관 이름의 유래는 흥미롭습니다. 건물의 소유주였던 이에겐 세명의 아내가 있었는데 모두 루이즈라는 이름이었죠. 술관을 설립한 크루드 젠슨은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 루이지애나 미술관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유명 소장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미술관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미술관이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시작이죠.

 

우리에게 게티 이미지로 유명한 미국의 게티 센터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꼽혔던 폴 게티가 설립한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게티 센터를 짓는 데 쓰고 무료로 개방하라는 유언을 남겨, 지금도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미술품들이 많이 소장돼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볼 수 있게 한 점은, 이 미술관을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곳으로 만듭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특별한 존재감을 만들죠. 세상에는 수많은 미술관이 있지만, 이야기가 더해지면 더 흥미로운 유일무이한 곳이 됩니다. 브랜드도 콘텐츠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건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흥미로워야 브랜드의 매력과 색깔을 만들어내죠. 어떤 이야기를 건넬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말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사랑

 

지구 곳곳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는 난민입니다. 전쟁은 전쟁이 벌어진 곳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천연가스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 문제가 발생하고 어려움을 겪듯, 전쟁의 여파는 세계로 이어집니다. 그 중에서도 ‘난민은 러시아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도 각 나라들이 고민해야 할 중요한 화두였죠. 언젠가부터 세상엔 자국 이기주의가 자리잡기 시작했고, 모두가 국경을 닫아걸었습니다. 2015년 파도에 떠밀려온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이의 시신은 세계를 반성하고 고민하게 했습니다. 새로운 난민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죠. 그리고 올해,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다시 난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BBC 스튜디오는 놀랍게도, 난민’이라는 화두를 아이들 교육용 콘텐츠로 꺼냈습니다. 미취학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쇼인 헤이 더기는 더기라는 강아지가 주인공입니다. 아이들은 TV로 게임으로 굿즈로 다양하게 더기와 친구들을 만나죠. 그리고 오늘은 더기에게 새로 생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Mavka. The forest song'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죠.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새로운 친구지만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며 노래를 시작하죠.

 

The Welcome Badge | Duggee Songs | Hey Duggee / 출처: Hey Duggee Official

 

영어로 “hello~"를 노래하면 해당 우크라이나어가 등장하는 식입니다. 모두가 새로운 친구들을 환대하고, 서로의 언어를 알아가며 친해지려고 하는 내용입니다. 이 콘텐츠는 영국 어린이들에겐 새로운 친구를 환영하는 법을,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는 낯선 땅을 두려움 없이 밟을 수 있는 친근한 영국을 알려줍니다.

 

BBC와 크리에티이브 에이전시 마더와 우크라이나 'Mavka. The forest song.'을 만든 Animagrad Studio가 함께 협업한 콘텐츠. "The Welcome Badge"라고 이름붙인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해야 할 좋은 이야기의 예시가 됩니다. 단순히 영어를 배우고, 예의범절을 배우는 게 아닌, 지금 아이들이 갖춰야 할 생각과 자세를 담은 콘텐츠. 이런 콘텐츠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세상에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되고, 낯선 이들을 더 반갑게 맞는 자세를 배우게 되겠죠.

 

콘텐츠는 BBC의 소셜 채널과 어린이 채널, iPlayer에 스트리밍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항공사가 담는 다양성

 

이제 세계는 조금씩 여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멈췄던 지구는 다시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땅으로 떠나는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과 영국 항공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다양성을 담되 각자 다른 스타일로.

 

See the world differently / 출처: Virgin Atlantic 공식 유튜브

 

버진 애틀랜틱은 모든 인습을 깨고자 합니다. 승무원부터 승객들까지 모두. 비행을 준비하는 여성 승무원은 화장을 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반면 남성 승무원은 매우 화려한 메이크업을 뽐내며 서비스를 시작하죠. 승객들도 모두 자유분방한 모습입니다. 휠체어를 화려하게 장식한 장애인 승객, 혀에 스터드를 박은 비즈니스 우먼, 행복하게 잠든 동성 커플, 그리고 다양한 인종. 마지막에 여성 기장이 등장하는 걸로 이야기를 끝맺죠. 모든 것들이 우리가 가진 선입견과 반대입니다. 버진 애틀랜틱은 승무원들도 모두 개성을 존중받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가졌다는 점과 다양한 승객을 존중하는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슬로건인 “세상을 다르게 보세요.(See the world differently)"에 딱 맞는 내용이죠. 글로리아 게이너가 노래하는 “I am what I am"은 그들의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해줍니다.

 

 

영국 항공 또한 사람들의 다양성에 집중합니다. 입국 카드에 여행 목적을 기입할 때 보통 두 가지로 나뉩니다. 비즈니스인지 휴가인지. 영국항공은 여기에 다양한 여행 이유를 기입해 세 가지 항목으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남자 친구와 헤어져서, 누군가는 그야말로 비행모드가 필요해서, 누군가는 올해는 지금까지로 충분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프랑스 남자와 로맨스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고 개인적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500개의 소재로 만들어져 프린트와 디지털, 아웃도어 등에서 소비자를 만나게 되죠. 그리고 32개의 20초 영상으로 담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디지털 소재의 경우, 날씨와 위치와 현재의 이슈들을 반영해 소재를 띄운다고 합니다.

 

British Airways | A British Original / 출처: ADdictive 유튜브

 

영국 항공은 모든 사람들이 가진 독창적인 여행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고, 비행기보다는 사람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승객들뿐 아니라 비행기를 정비하고 조종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의 이유까지 담습니다. 그들이 여행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며, 모든 여행은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실천하는 하이네켄

 

브랜드의 콘텐츠는 때론 콘텐츠로만 끝나기에 공허할 때도 있습니다. 현실과 다른 이상만 좇을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반면 하이네켄은 실천하는 캠페인을 보여줍니다.

 

요즘 많은 바(bar)들이 직원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직업을 찾는 데 바에서의 경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에 하이네켄은 ‘바에서 일하는 경험’에 가치를 더했습니다. 바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하이네켄 본사에 지원할 땐 우대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바는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직접 고객을 응대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건설적인 비평을 할 수 있는 곳이며, 적극적으로 듣는 훈련을 하고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합니다. 하이네켄은 다른 회사들도 이 점을 고려해 직원들을 뽑기를 권장합니다.

 

Heineken | Bar Experience / 출처: Publicis Italy 유튜브

 

팬데믹부터 바를 돕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 온 하이네켄. 그들은 말로만 떠드는 캠페인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캠페인을 보여줍니다. 직접 실천하는 브랜드만큼 믿을 수 있고, 함께하고 싶고, 강하게 기억되는 브랜드는 없겠죠.

 

방향은 일관되게, 방법은 공감되게

 

유난히 소비자와 이야기를 잘 나누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이케아는 줄곧 이라는 공간의 따뜻함을 이야기하고, 도브는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존 루이스는 크리스마스 광고로 세상의 따뜻함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힘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 일관성 있게 전하는 데 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같되, 말을 건네는 방법은 늘 공감할 수 있도록 쉽고 재치 있게, 혹은 리얼하게 건네는 거죠.

 

10월에 선보인 이케아 광고는 새로운 집의 낯섦을 보여줍니다. 집 안의 모든 것이 새로 들어온 집주인을 환영하지 않는 모습이죠. 하지만 하나 둘, 자신들의 소품으로 공간을 꾸미고 온기를 불어넣자 집안의 모든 것들도 사람을 반기기 시작합니다. 모든 집은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소품으로 꾸미고 살아가면서 따뜻해진다는 만고 불면의 진리를 재미있게 담았습니다. “The Wonderful Everyday”를 담는 즐거운 이야기입니다.

 

It won't feel like home 'til it feels like you #WonderfulEveryday / 출처: IKEA UK 공식 유튜브

 

이야기의 방향은 브랜드의 철학이 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은 브랜드의 태도가 됩니다. 철학은 누구나 포용할 수 있는 큰 방향으로, 태도는 지금 가장 필요한 자세로. 이야기를 나누는 데도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방법으로 전하는 데 있겠죠. 그게 공감의 시작이니까요.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2.11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