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브랜드의 자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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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지만 가장 따뜻한 날, 크리스마스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오랜 기간 준비한 크리스마스를 소비자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높은 이자, 경기 침체로 따뜻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가격 메리트를 전하기로 한 브랜드도 있고, 변함없이 자기만의 스토리를 전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할인 쿠폰과 적립금을 주었던 브랜드는 잊히겠지만, 스토리를 전한 브랜드는 계속 공감을 이어가겠지요. 다만 올해 어떤 전략이 실제 판매에 주효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세계 많은 이들이 지갑을 닫고 있으니까요.

다만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분과 이어져 있냐는 것이겠죠. 화려한 것보다는 소소한 선물을 준비하는 오늘의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프로모션 정보를 주는 것도,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한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브랜드의 몫입니다. 그들은 각자, 그들이 생각한 이야기를 소비자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스토리보다는 프로모션으로

 

More Gifts, More Savings / 출처: Kohl’s 공식 유튜브

 

미국의 백화점 체인, Kohl’s(콜스)2020년 팬데믹을 맞아 찡한 우정을 전한 바 있습니다. 어린 소녀와 이웃에 사는 할머니는 락다운으로 집에 갇혔죠. 하지만 스케치북에 글을 써서, 창문을 통해 서로 소통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에 걸렸는지 창가에 나타나지 않는 할머니를 매일 기다리는 소녀. 크리스마스 아침, 마침내 할머니는 돌아왔고 소녀는 할머니와 따뜻한 미소를 나눴죠. Kohl’s가 전한 팬데믹의 크리스마스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우정보다는 좋은 가격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전히 기분 좋은 분위기지만, 스토리는 없습니다. “More Gifts, More Savings”라는 메시지를 들고 왔습니다. 심플한 배경에 선물을 든 사람들. 좋은 가격으로 좋은 선물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할인 쿠폰까지 준비했습니다. 스토리가 주는 공감보다는 꼭 필요한 ‘가격’을 크리스마스 콘텐츠로 준비했습니다.

이밖에도 월마트, 타깃도 소비자들이 필요로 할 실질적인 편의성과 정보에 집중했습니다. 불경기엔 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기쁨이 되니까요.

 

환상보다는 현실로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생각나는 브랜드, 영국 백화점 John Lewis(존 루이스). 늘 따뜻한 이야기로 크리스마스를 채워주죠. 펭귄과 꼬마의 우정, 어린 소녀와 외로운 달나라의 할아버지 이야기... 언제나 환상적인 동화로 따뜻함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동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보다 현실에 있으면 좋을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The Beginner | John Lewis & Partners | Christmas Ad 2022 / 출처: John Lewis 유튜브

 

어울리지 않게 스케이트보드를 연습하는 중년의 남성. 늦게 배우는 스포츠가 쉬울 리 없습니다. 운동 신경도 체력도 따라주질 않죠. 넘어지고 다치고 부딪히고... 하지만 왜인지 남자는 끊임없이 연습합니다. 조금씩 실력을 쌓아가죠.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그의 집에 찾아옵니다. 스케이트 보드를 안고 서 있는 소녀. 소녀는 중년 남성이 위탁하기로 한, 가정이 필요한 아이였습니다. 조금 주눅이 든 소녀는 낯선 눈으로 중년 남성의 부부를 바라봅니다. 남자는 자신도 스케이트 보드를 탄다며 아이에게 말을 걸죠. 낯선 곳, 낯선 사람이 어려울 아이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스케이트를 배웠던 겁니다. 공통점을 통해서 아이와 소통하고 싶었던 거죠.

John Lewis는 위탁 가정을 잇는 단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도 하고, 위탁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이 당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올 크리스마스에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조금 다른’ 형태의’ 가족에게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랍니다. 불경기일수록 어려운 건 소외된 사람들이니까요.

 

지금을 채울 작은 행복으로

 

식료품 매장 체인, Aldi는 이번에도 그들의 캐릭터 ‘Kevin the carrot’을 등장시킵니다. 월드컵 시즌과 맞물린 홀리데이. 이 시기에 걸맞게 위트 있는 패러디를 준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영화로 대표적인 “홈 얼론”을 패러디해 집에 홀로 남게 된 케빈을 담았죠. 영화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아 더욱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Feast of Football / 출처: AldiUK 유튜브

 

티저 영상에선 유명 축구 선수의 이름과 비슷한 채소들과 축구를 하느라 파리행 비행기를 놓치죠. 가족 여행을 떠나는 중이었지만요. 비행기가 뜨자 아내는 케빈을 놓고 왔음을 깨닫습니다. 홈 얼론의 엄마처럼 케빈~”을 외치며 티저 영상은 끝이 납니다. 그리고 본편에선 집에서 홀로 파티를 즐기는 케빈을 보여줍니다. 물론 홈 얼론의 케빈처럼 침입자에 맞서 함정을 준비하고, 골탕을 먹이죠. 반면 케빈의 아이들은 공항에 설치된 기부함에 용돈을 기부하며, 기분 좋게 파리로 향했죠. 마침내 케빈은 집으로 돌아온 가족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해피엔딩을 맞습니다.

 

Aldi Christmas Advert 2022 / 출처: AldiUK 유튜브

 

영상은 틱톡 챌린지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kevinthecarrot을 입력하고 각자의 케빈 영상을 올리는 겁니다.

굳이 파리에 가지 않아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가족. Aldi는 작은 행복을 위트 있게 담아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도 멈추지 않도록

 

늘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으로 크리스마스를 전했던 오스트리아의 Erste 은행. 매해 크리스마스 때마다 외로운 고슴도치 이야기부터 날지 못하는 꿀벌의 이야기,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believeinyourself라는 메시지를 달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도부터는 환경에 대한 얘기로 방향을 돌렸고, #believeintomorrow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해나가는 아빠의 얘기를 담았었죠. 그리고 올해는 ‘에너지 위기’를 만난 마을을 콘텐츠에 담았습니다.

 

Erste Christmas Ad 2022: #believeinchristmas / 출처: Erste Group 유튜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 악당은 이 모습이 싫어 마을의 수도를 끊고, 전깃줄을 끊습니다. 사람들은 난방도 못 틀고, 크리스마스 전구도 켜지 못하죠. 추운 어둠에 잠긴 마을, 만족하던 악당의 눈에 들어온 건 작은 불빛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양초에 불을 켜고 따뜻한 양말을 선물하며 트리가 있는 광장으로 모여든 거죠. 비록 에너지가 부족한 마을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어준 겁니다. 에너지 위기를 악당의 방해로 묘사한 절묘한 스토리가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멋지게 탄생했습니다. Erste 은행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세상이 동화가 되려면 지금의 위기를 돌아봐야 하기에.

 

모두를 위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같은 선물을 더 저렴하게 구하는 기쁨도, 더 건강한 환경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것도, 가족들이 모여 소소한 기쁨을 나누는 것도. 크리스마스에 맞는 행복입니다. 중요한 건 ‘좋은 날’은 모두에게 ‘좋은 날’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소외된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동화로부터 멀어지죠.

 

 

미국  LA의 대행사, Mojo Supermarket은 모두가 행복하지 못한 월드컵에 집중했습니다. 카타르의 스타디움을 짓기 위해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은 악조건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15,000명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에 대행사는 웸블리 스타디움에 위치한 FIFA 사무실에 프로젝션을 쏘았습니다. ‘Fifa proud sponsors of The Slavery Cup'이라고. 동시에 뉴욕에 있는 UN 빌딩과 런던의 쇼디처 거리에도 프로젝션을 쏴서 행인들이 볼 수 있게 했죠. 지나는 사람들에겐 여권을 나눠줬습니다. 그 여권엔 노동하다 숨진 11명 노동자의 이름과 얼굴,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월드컵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경기장을 지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소외되고 잊히고 있습니다. 대행사는 그래서 월드컵이 아니라 'Salvery Cup'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도 Mojo Supermarket이 담은 월드컵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브랜드는 늘 해피엔딩을 담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해피엔딩을 위한 브랜드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는 좋은 선물을 주고받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모두가 좋은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좋은 날이지만, 좋은 날이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며.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2.12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