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12 : Special edition - LG패션-마에스트로 -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새로운 마에스트로' 만들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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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환 I 대리 (기획1팀)

IMF를 겪으면서 패션업계는 숱한 브랜드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많은 인원이 떠나는 힘든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는데, LG패션도 예외는 아니었다. 브랜드 정비와 사업부 개편 등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거듭 태어난 LG패션은 향후 영업활동을 위한 마케팅전략 마련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LG패션의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마에스트로가 숙제로 떨어졌다.

마에스트로가 캐릭터 정장?

마에스트로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지난 수년간 마에스트로 광고비로만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그 결과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브랜드 최초상기도는 그렇다 하더라도 보조인지도조차 60%를 간신히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마에스트로를 개성적인 신사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신사복에서 느끼는 가치는 편안하고 품위 있으며 단정해 보이는(약간은 고리타분할 정도인) 것인데, 마에스트로의 이미지는 다소 튀어 보이고 젊어 보이는 브랜드로, 마치 캐릭터 정장에서나 나올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에스트로는 매출 측면이나 생산 방식에서 분명히 볼륨브랜드(주: 가장 대중적인 지지 기반을 갖는 브랜드를 지칭)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마에스트로가 지향하는 마케팅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마에스트로가 갖고 있는 이미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고 그것도 나름대로의 장점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에스트로 경쟁군(群)에서의 개성이란, 인지도 및 이미지 결여에서 파생되는 유익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도대체 원인이 뭘까?

지금까지의 LG패션 사사(社史)에 가장 큰 획을 그었던 일은 아마도 반도패션에서 LG패션으로 사명을 바꾼 일일 것이다.
특히 TV광고로 전개된 LG패션 ‘Fashion Korea’캠페인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이미지의 회사로 강력하게 인식되었지만, 이와 같은 기업 PR성격의 광고에 주력하다보니 개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또, 90년대 초반 갤럭시, 로가디스 그리고 캠브리지가 대대적인 광고 활동을 전개할 때 마에스트로는 전혀 광고를 하지 않았던 것도 한 원인이었다.

경쟁사는 소비자가 아직 신사복에 대한 인식이 굳어지기 전에 적극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펼쳐 인식의 사다리를 전부 차지해 버린 것이다. 낮은 인지도를 낳은 원인 중 또 하나는 일관된 컨셉트가 없었다는 점이다.
갤럭시가 92년부터 ‘사랑스런 남편, 자상한 아빠’ 등을 소재로 광고 컨셉트를 개발하였고, 로가디스는 ‘편안한 정장’이라는 브랜드 슬로건 및 광고 컨셉트를 유지하고 있던 반면 마에스트로는 컨셉트의 빈번한 교체(‘92: 신사복의 명예, ‘93: 남자를 편안하게 ‘94: 인간의 체온을 담아 ‘96-97 남자느낌, ‘98: 꿈을 잃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고유이미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마에스트로는 타깃이 생각하기에 나와는 어울리지 않고, 그런 낯설음으로 인해 막연히 개성적이고 감각적인 신사복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볼륨브랜드로서의 마에스트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선은 볼륨브랜드군(群)에서 마에스트로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으뜸 과제로 선정되었다. 갤럭시와 로가디스가 갖지 못하는 마에스트로만의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신사복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은 잘 생긴 모델이 멋지게 옷을 입고 그럴듯한 포즈로 브랜드를 선택하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에스트로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앞에 언급한 것과 같은 기존 광고가 갖는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방향에서 전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IMF 이후 타깃층의 의식 변화(평생직장 → 평생직업)도 고려 대상에 포함하였다. 이에 우리는 3가지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첫 번째는 패션지향적인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소비자와 밀착할 수 있는 컨셉트여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경쟁사의 기존 크리에이티브 전개와는 차별화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 타깃인 30∼40대의 정서와 잘 어울려야 한다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타깃은 ‘386’, 그들은 누구?

그냥 30대∼40대 남자로 두루뭉실하게 전개했던 지난 광고들을 반성하며, 형상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습으로의 타깃을 그려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에스트로 타깃은 ‘386세대’로 대표되는 30대 중후반층으로 선정하였다.
이들은 가장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세속적인 성공의 족쇄에 발목이 잡혀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만 끌려가지는 않으며, 퇴근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갈 줄 아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 즉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그런 모습이 우리 타깃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타깃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가장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그네들이 직장인이든 사업을 하는 사람이든 그토록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네들은 힘들고 어려울 때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질문들을 해보며 우리가 얻어낸 결론은 바로 ‘가족’이었다.
IMF를 지나면서 예전의 ‘잘 나가는 아빠’상이 변했고 타깃의 가치관도 바뀌었다. 이에 지금의 아버지들은 직장보다는 가족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다. 즉, 가족의 행복과 편안한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행복해 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일 것이라는 데 우리의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정리된 컨셉트가 바로 ‘가족을 소중히 하는 남자- LG패션 신사복 마에스트로’였다.


전철에서 비행기? 자동차에서 새마을호!

‘가족을 소중히 하는 남자’라는 기본 컨셉트를 크리에이티브로 표현하기 위해, 우선 가족을 소중히 한다는 것에 대한 해석을 통해 ‘가족을 소중히 한다 → 우리 가족의 행복 → ‘행복정장’으로 크리에이티브 컨셉트를 추출하였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이 시대의 가장이 가족을 통해 느끼는 행복함을 표현하는 스토리 보드 작업이 이어졌다. 정말 무수히 많은 안들이 부서져 나가고 새로운 안이 만들어지기를 수십 차례, 모진 산고 끝에 마침내 최종 선택된 안이 ‘곰인형편’이었다.
그런데 이 안도 최종 선택 직전 그 배경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처음 제시한 안의 배경이 지하철이었는데, 광고주 임원진 회의에서 “그래도 마에스트로가 좀 비싼 옷인데 지하철은 너무...”라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비행기.
하지만 그것은 우리 컨셉트와 안 어울리기 때문에 포기, 그 다음 대안은 자동차... 그러나 대형차는 안 되고 중형차도 컨셉트와 썩 잘 어울리지는 않고... 역시 수많은 아이템 중 최종 결정된 배경이 바로 ‘새마을호’ 기차였다.
이후 신사복 광고에서의 모델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소유한 박신양을 모델로 캐스팅하였고, 새마을호 열차 중 한 양(輛)을 통째로 빌려 부산까지 가면서 촬영한 마에스트로 ‘곰인형’ 편은 시사회에서도 큰 문제없이 통과되어 마침내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광고 1>.

절반의 성공, 2탄의 탄생...

공중파를 통해 올 4월부터 첫 선을 보인 ‘곰인형편’은 주변 사람들의 호평에 힘입어 순항을 계속했다.
처음 월 3억원선에서 집행되던 물량도 여름을 지나면서 7억원대까지 증액되었다.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는 것은 올 8월에 실시한 광고효과조사를 통해 나타난 수치들의 변화이다.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최초상기도가 2.3%에서 4.7%로 약 2배정도 증가하였고(그래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보조인지도도 80%대로 올라섰다. 아직 튀어 보이는 신사복으로 생각하는 점은 줄지 않았으나, ‘무난해 보이고 좋은 느낌을 주며 내가 잘 아는 브랜드’라는 지표에서는 개선되는 효과를 보았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평도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좋다, 색다른 느낌의 신사복광고라서 재미있다, 모델이 광고이미지와 잘 맞는다’ 등 좋은 평도 많았으나 ‘너무 잔잔하다, 신사복 광고인줄 몰랐다, 모델이 좀 약하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 제작된 2번째 CF는 이런 점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기본 컨셉트를 흔들지 않는 안으로 새롭게 제작되었다.
특히 옷과의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광고를 소비자들의 시선에 좀더 붙잡아 둘 수 있는 에피소드로 스토리를 만들었다<광고 2>. 사람들은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어찌보면 인생보다는 브랜드에 그 비유가 더 적절히 맞는 듯하다. 어떤 목표점을 정해 두고 꾸준히 한눈 팔지 않고 달리는 브랜드만이 정말 그 브랜드만의 고유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에스트로는 이제 한 2Km지점 정도를 통과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은 선두 그룹에 속해 있지만 남은 40Km의 레이스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위를 할 지 2위를 할 지 탈락을 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너무 오버페이스를 해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달리면 선두그룹에서 탈락하고, 작전에 따라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꾸준히 달려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