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30.
겨울몽
겨울 이불은 대개가 솜이불이었다. 이불을 깔자마자 냉큼 내복 바람에 미끄러져 들어가면 아랫목의 온기보다 이불의 냉기가 먼저 느껴져 이불 안에서 몸을 비비 꼬아 대며 냉기가 가시기를 몇 분가량은 기다려야 했다. 특히 외풍이 심한 방에선 한참 동안 코끝이 냉랭하고 귀도 시려웠는데 이불을 턱 끝까지 잡아당겨 덮고 있으면 그래도 어느새 훈훈한 온기가 마법처럼 퍼져나가 아이들도 어른들도 곤한 잠을 청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태어난 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고 한다. 겨울만 시작되면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내가 태어난 날 인천 앞바다가 얼었다는 얘기를 꺼내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살을 에이던 그날의 그 삭풍의 원인인 양 눈을 흘겨 댔다. 얼마나 추워야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겨울을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