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7.
쉰여덟 번째 가을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연다. 차가운 공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 들어오며 잠이 덜 깬 눈꺼풀에 일격을 가한다. ‘세월 참 빠르지. 요놈아!’ 시간의 비웃음에 또 한 번 무력해진다. 아침저녁 찬 바람이 분지도 꽤 됐다. 계절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곳은 코다. 훌쩍 훌쩍, 오른쪽 어깨 근처 풍문혈을 통해 바람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콧물이 극성을 부리며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가 시작된다. 지난밤에도 콧물 때문에 전전반측하다 새벽녘에야 잠깐 눈을 붙였다. 농담 삼아 나중에 자연사하게 되면 아마 이 무렵-백로 즈음-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만큼 언제부턴가 환절기는 힘들다. 이 즈음엔 부고장도 많이 날아온다. 계절의 변화를 몸이 이기지 못한 분들이 많다는 얘기다. 의학적으로 맞는 얘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