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8 : Media Trend - 2007 ESOMAR 참관기1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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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Trend-2007 ESOMAR 참관기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Media Measurement, ‘TROI’
 
이상훈 | 미디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hoonuf@lgad.co.kr

멀티미디어 캠페인 통합 효과 측정에 대한 갈망

‘360도 전방위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어느덧 흔한 컨셉트가 되어버렸다. 그저 TV광고와 신문광고만 집행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보장되었던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다양한 미디어가 공존하는 ‘멀티 & 퍼스널 미디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미디어 터치 포인트(Touch Points)를 쫓아다녀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IMC 전략 혹은 360도 전방위 마케팅 전략이 정답인 것처럼 열심히 제안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전략의 통합적인 효과를 데이터를 통해 증명해 보이려는 노력은 아주 미미하다. 멀티미디어 캠페인에 있어서 각각의 미디어들은 어떤 역할을 하였고, 전체 캠페인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었을까? 다양한 미디어와 변화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과연 어떤 미디어를 터치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미디어 간의 효과를 통합해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갈망을 가슴에 가득 담고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개최된 ‘2007년 ESOMAR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유럽 마케팅조사협회인 ESOMAR에서는 매년 WM3 (Worldwide Multi Media Measurement)라는 미디어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WM3는 세계 각지의 미디어 트렌드,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패턴 변화, 그리고 멀티미디어 효과 측정 등을 주제로 마케팅 조사자와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연구결과 및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올해에도 미디어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가 발표되었다. 그 중 Single Source Data를 활용한 멀티미디어 캠페인의 통합적 효과 측정 방법이 가장 큰 이슈였는데, 특히 영국의 조사회사인 MESH Planning과 Ogilvy Advertising이 발표한 ‘TROI’라는 프로젝트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TROI는 Touchpoints Return on Investment의 약어로, 이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각 미디어 터치 포인트에 대한 투자 대비 효과를 측정하는 툴이다. TROI는 TV에서부터 구전(Word of Mouth)까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모든 터치 포인트를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각각의 터치 포인트가 캠페인 전체 효과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TROI의 핵심 아이디어는 바로 모바일 SMS(Short Message Service)를 모니터링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즉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패널로부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 받는다. 이러한 TROI와 자주 비교되는 또 다른 멀티미디어 효과 측정 프로젝트인 IPA 터치 포인트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에 PDA를 활용했으며, P&G를 비롯한 광고주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있는 Project Apollo는 PPM(Portable People Meter)이라는 자체 제작 모니터기기를 사용한 바 있다. 이에 반해 TROI는 생활필수품인 휴대폰을 모니터링 툴로 활용함으로써 조사비용을 절감하면서, 실시간 데이터 수집에 있어 더욱 실용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조사 모델을 제시했다.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데이터 수집

TROI 어프로치의 데이터 수집 과정은 사전 설문조사, 실시간 트래킹조사, 사후 설문조사 등의 세 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 사전 설문조사(Pre Questionnaire)
우선, 기존 트래킹스터디와 비슷한 방법으로 설문조사가 이루어진다. 브랜드 인지도, 광고 인지도, Product Usage 등 브랜드와 광고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가 조사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트래킹조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2단계: 실시간 트래킹 조사(Real Time Tracking)
이 부분이 TROI를 여타의 일반적인 조사들과 차별시켜주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사전 설문조사를 완성한 패널은 각자 자신들의 일상생활로 돌아가 조사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조사 대상 브랜드에 관련해 아주 미미한 것이라도 보고 들은 바가 있다면, 이를 SM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또 패널은 온라인 다이어리에 접속해 그들이 보냈던 SMS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기술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한 해당 브랜드 관련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한다. 이렇게 실시간 트래킹조사를 통해 누적된 데이터는 FGI보다도 더욱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3단계: 사후 설문조사(Post Questionnaire)
마지막 단계로 패널은 사후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패널은 자신들이 보냈던 문자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검토하게 된다. 각각의 터치 포인트가 각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혹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는지를 기록하고, 가장 눈에 띄었던 터치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또 구전 혹은 브랜드 구매와 같이 직접적으로 행동을 유발시킨 터치 포인트는 없었는지에 대해 기술한다.
그리고 캠페인 전후의 브랜드나 광고 인지도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사전 설문조사에서 질문했던 일반적인 질문들이 재조사되는데, 이렇게 누적된 데이터들은 내부 모델에 의해 브랜드평가지표를 산출하거나 ROI를 추정하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그림 1>.



TROI Output 이미지: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데이터의 조화

TROI는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해 멀티미디어 캠페인 효과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정량적 데이터를 통해 각각의 터치 포인트가 전체 도달률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그림2>는 실제 집행했던 캠페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도달률로서, 터치 포인트 간의 중복 도달률과 각 터치 포인트의 순 도달률을 보여주고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국내 미디어 조사는 주로 단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물을 산출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터치 포인트의 타깃 도달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만약 이러한 노출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TROI는 정성적인 데이터를 활용, 정량적인 데이터의 함정을 보완하고 있다. 실시간 트래킹조사와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누적된 데이터를 근거로 각각의 터치 포인트가 긍정적이었는지 혹은 부정적이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고, 가장 임팩트가 높았던 터치 포인트 요인을 도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이 직접 구매로 연결되었는지도 추적이 가능하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TROI는 사전/사후 설문조사를 통해 캠페인 전후 브랜드 이미지, 선호도, 판매량을 비교해 캠페인 성과를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 터치 포인트별 요소 분석을 통해 개별 터치 포인트가 캠페인 성과에 각각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도 트래킹이 가능하다<그림 3>. 한마디로 TROI는 멀티미디어 캠페인을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캠페인의 성공 요인 혹은 실패요인도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툴이라 할 수 있다.

이성과 감성이 겸비된 미디어플래닝

TROI를 접하면서 크게 느낀 점이 있다. 지금까지 미디어플래닝은 주로 정량적 데이터를 근거로 수립되어 왔다. TV광고를 집행하면 적은 돈으로 많은 GRP를 얻는 것이 최선이었고, 잡지광고나 옥외광고를 통해서는 타깃 도달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TROI는 이러한 전통적인 미디어플래닝 방식이 큰 오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림 3>을 살펴보면, 브랜드 B는 브랜드 C나 D보다 정량적인 노출량 면에서 우위를 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이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야기하고 말았다. 이런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미디어 집행을 중지하고 캠페인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미디어 효과는 정량적인 우위만을 추구했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티브 및 인게이지먼트와 같은 정성적인 측면도 고려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TROI처럼 이성과 감성이 겸비된 보다 실용적인 툴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SOMAR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교훈은 미국 및 유럽 주요국들은 Single Source Data를 통해서 통합적 미디어 효과측정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Single Source Data는 일단 조사비용이 많이 들고, 만족할 만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통합 미디어 효과 측정을 가능케 하고, 소비자 행동의 인과관계를 추적해 낼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실무자들은 인내를 가지고 Single Source Data를 축적해 나가고 있고,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캠페인 통합 미디어 효과 측정 모델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광고업계는 이러한 사후평가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계획은 치밀하지만 일단 광고가 집행되고 나면 이에 대한 사후 조사 과정은 아예 생략되거나 간소화한 채 바로 다음 캠페인을 준비하곤 하는 것이다. 마치 수험생이 시험을 보고 나서 성적 확인도 안 하고, 바로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셈이다. 만약 시험성적을 확인했다면 자신의 취약 과목을 파악할 수 있고, 그 과목에 시간을 더 투자함으로써 다음 시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캠페인 사후 조사를 통해 집행했던 미디어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 캠페인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바일과 인터넷 강국으로서 TROI와 같은 어프로치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국내 실무자들은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 조사에는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좀더 원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의지와 결단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아무런 소득도 없이 수년 동안 Single Source Data를 축척해 나가고, 캠페인 통합 효과 측청 툴을 개발하는 데 그렇게 많은 금액을 투자할 리는 없다는
점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