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8 : 역사속의 커뮤니케이션 - 새로운 것처럼 보일 뿐, 알고 보면 예견된 것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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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속의 커뮤니케이션
새로운 것처럼 보일 뿐, 알고 보면 예견된 것

공간: ‘커피하우스’ ‘문학공증(Literary Public)’

인간은 본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는 존재로 태어났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연대성을 가지게 되며 의사소통을 하고 문명을 발전시키고 이어가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고대로부터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는 흔적은 인간이 커뮤니케이션과는 분리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커뮤니케이션의 흔적은 근대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18세기 영국에서는 ‘커피하우스’(Coffee House)라는 것이 있었다. 이곳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은 신문을 읽으며 토론을 즐기곤 했다. 말 그대로 일종의 토론장이었던 셈이다. 반면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프랑스에서는 ‘살롱’(Salon)이 존재했다. 영국의 커피하우스가 무료이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면, 프랑스의 살롱은 유료이면서 엘리트 위주로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또 독일에서는‘탁상사(Tischgesellschaft)'가 존재했었는데, 토론과 의견을 공유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18세기의 이른바 ‘문학공증(Literary Public)’은 정보의 자유교환과 비판적이고 공개적인 논쟁을 통해 공론권을 형성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조명받기도 했었다. 결국 인간이 커뮤니케이션적인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는 인터넷이 발생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영국의 커피하우스                                                            프랑스의 살롱

통신: 세계화 3.0 vs 개인화
이 과정을 거쳐 인간은 교통과 통신을 발전시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보다 넓은 세계가 존재하며, 이 세계의 무대 안에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즉 세계화가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어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요즘 시대를 세계화 3.0 시대라고 정의한다. 세계화 1.0 시대는 1492년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부터 1800년 전후까지를 말한다. 국가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서 국가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식민지로 만들던 시절이었다.
세계화 2.0 시대는 1800년 전후부터 2000년까지로 다국적 기업이 출현하고 그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 지사를 파견하고, 세계 경제가 하나의 경제권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던 시절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원수가 전 세계에 흩어진 국민들에게 일제히 이메일을 전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의 총수라면 전 세계에 흩어진 임직원들에게 같은 이메일을 한 순간에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 3.0 단계는? 주목할 만한 점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화 과정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세계화는 역으로 개인화 과정을 촉발시킨 요인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세계화로 인해 개인화가 촉발되었다고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다.


Emile Durkheim                                      뒤르켐 저 <The Division of Labor in   Steven Lukes저 <Emile Durkheim 전기>
                                                           Society>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온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우리에게는 늘 새로운 것처럼 보여져온 것이 사실이다.

연대성: 예견된 사회

사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 즉 세계화 3.0과 개인화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는 이미 과거에서부터 정의 내려지고, 예상된 사회의 모습이었다. 뒤르켐이 말한 기계적 연대성과 유기적 연대성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기계적 연대성은 과거 농경사회에서나 살펴볼 수 있는 혈연과 지연이 중요한 시대를 말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교육자인 뒤르켐(E. Durkheim)은 이러한 관계를 ‘기계적 연대성(mechanical solidarity)’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농경사회가 막을 내리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도시를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인구의 집중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더 이상 기계적 연대성에 근거한 혈연 혹은 지연 중심의 사회란 의미가 없었다.
이때 뒤르켐은 새로운 이론을 내놓는다. 바로 ‘유기적 연대성(Organic Solidarity)’이다. 유기적 연대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유기적 연대성을 갖춘 사회만이 궁극적으로 인간이 추구하게 될 사회 모델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뒤르켐의 생각대로라면 기계적 연대성을 대체하고 유기적 연대성이 대안이 되어야 하지만, 산업혁명에서 발전하는 사회의 모습은 기계적 연대성도 아니면서, 유기적 연대성을 갖춘 사회도 아니게 된 것이다.
이 중간 단계를 바로 ‘대중사회’라고 부른다. 개인의 개성은 파괴되어 있고, 오로지 대중문화에 의해서 제약과 통제를 받는 것이 바로 대중사회의 모습이라고 했다. 물론 대중사회에서는 매스미디어만이 의미가 있다. 얼마나 빠르게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뒤르켐이 대중사회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했다는 점이다. 대중사회는 기계적 연대성에서 유기적 연대성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의 역할을 할 뿐이지 그것이 궁극적인 모델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기억해 보면 요즘에는 대중사회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이것은 뒤르켐의 말대로 이미 대중사회가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온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우리에게는 늘 새로운 것처럼 보여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회의 궁극적인 모습은 미리 예견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과거에서부터의 커뮤니케이션도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다.



이동우
북세미나닷컴 대표 |  ceo@bookseminar.com

한림대 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저널리즘 전공. 한국경제신문 출판국, 한국일보 백상경제연구원 등을 거쳐 지식서비스 전문회사 북세미나닷컴 대표로 있다. 동아일보 DBR 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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