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2 : STRATEGYSTUDY - 쇼핑의 과학 - 매장 내에서의 심리와 선택행동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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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STUDY
쇼핑의 과학
- 매장 내에서의 심리와 선택행동


구매 의사결정에 대한 일반적인 가정은 먼저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통합함으로써 해당 제품에 대한 신념 및 태도를 갖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구매행동은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며, 의사결정 시점에서의 상황적 요소에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된다. 즉 매장에서의 구매행동을 관찰해 보면 많은 소비자들이 비계획적인 구매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계획적인 구매가 상황적, 맥락적 요소에 의해 유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매장 내에서의 소비자, 즉 쇼퍼들의 비계획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검토해 보고, 이를 활용한 구매촉진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구매 시점에서 쇼퍼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적 단서(요소)들은 적지 않지만, 이들을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살펴보자. 첫째, 매장 내에서 소비자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판매원(점원), 둘째, 쇼핑이 이루어지는 매장의 특성, 셋째, 제품 및 대안의 제시 방식 등이다.

 

1) 쇼퍼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판매원
구매 시점에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판매원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쇼퍼(매장 내에서의 소비자)와 만나는 가장 중요한 접점이 바로 매장 내 판매원이다. 이들은 쇼퍼에게 하나의 정보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제품에 관해 전하는 정보의 신빙성에도 영향을 미친다(정보원의 매력과 공신력 효과).
또한 그들은 제품 정보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해 주기도 한다. 예컨대 판매원은 쇼퍼에게 다른 구매자들이 행하고 있는 바를 알려줌으로써 특정 제품의 구매를 유발하거나 태도를 바꾸게 할 수도 있다. 즉 특정 제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선택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단서를 제시함으로써 쇼퍼들의 구매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사회적 단서의 효과, 사회적 규범의 영향).
또한 매력적이지만 불완전한 정보를 제시해 동의를 얻은 다음 완전한 정보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쇼퍼의 구매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Low-Ball Technique이라는 미끼 전략). 즉 쇼퍼들을 낮은 가격 등으로 유인해 거래에 관여시킨 이후에, 수락하면 완전한 거래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판매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치알디니(Cialdini, 1978)의 연구에 따르면 처음부터 오전 7시에 실험참가를 요청한 경우보다, 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주지 않고 실험참가 의향을 물은 다음 이에 응하면 오전 7시라는 구체적 정보를 제시했을 때 행동(순응)이 두 배 이상 더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자동차 세일즈 상황에서, 본래 기본사양의 낮은 가격만을 제시해 구매 동의를 얻은 이후 옵션가를 제시하는 것이 더 많은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매장의 분위기 및 환경적 특성
매장 내부의 환경적 요인들을 적절히 활용해 쇼퍼의 선택을 유도할 수도 있다. 즉 매장의 배치나 쇼퍼의 동선, 그리고 매장 분위기가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계산대 부근, 에스컬레이터 부근 등과 같이 사람들이 집중되기 쉬운 장소,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장소는 구매기회가 많을 것이다. 특히 슈퍼마켓에서의 계산대 부근은 여러 가지 효용이 높은 곳으로, 생필품들을 놓아두면 쉽게 구매를 발생시킨다. 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놓아두는 것도 효과적이다(어린이들을 동반한 쇼퍼의 경우 계산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린이들이 사달라고 조르기 쉬운데, 주위사람들이 많아서 야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처음 지갑을 열기가 어렵지만, 일단 구매를 시작하게 되면 다른 구매가 쉽게 된다는 원리(구매 모멘텀 효과) 때문에 계산대 부근에서의 값비싸지 않은 제품들은 쉽게 장바구니에 넣게 된다.
사람들의 습관을 관찰해 소비자가 움직이기 편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구매촉진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의 통행습관이나 도로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선을 두는 방향 등이 매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른쪽 편향을 보이며, 왼쪽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으로 시선을 두는 경향이 있다.
다음으로, 매장의 배치나 실내온도 등도 구매와 관련이 있다. 한여름에 음료매장에서 온도를 18〜20도에 맞추게 되면 더위에 지친 쇼퍼에게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것과 동시에, 매장 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단축시켜 고객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쿠션과 편안함을 줄인 딱딱한 의자를 배치하는 커피숍 역시 고객의 체재시간과 회전율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또한 매장의 분위기와 그로 인해 유발되는 감정을 통해 구매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매장에 흐르는 음악은 쇼퍼의 감성을 자극해 구매욕구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음악의 템포에 따라 사람들의 움직임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검증한 밀리먼(Milliman,1982)의 연구에 따르면 느린 템포의 음악이 나오는 경우에 사람들은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고 무의식적으로 걷는 속도가 느려지기때문에 매장에 머무르는 체류시간이 더 길어진다. 반대로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려주면 그만큼 쇼핑의 속도가 빨라지게 됨을 밝혔다.
이는 매장의 특성에 따라서도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생필품 혹은 저가의 제품을 파는 할인마트나 음식점의 경우 템포가 빠른 음악을 틀어놓았을 때 구매와 소비 속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물건을 빨리 고르게 되고, 회전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음악의 템포가 빨라지면 이를 듣는 사람의 감정이 흥분되고 충동적인 심리가 유발돼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가의 물건을 판매하는 백화점의 경우 느린 음악에서 더 구매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느린 템포의 음악이 나올 때 사람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천천히 오래 보게 되며, 매장을 더 고급스럽게 인지하고 제품의 품질을 높게 지각하기 때문이다.
매장의 냄새나 향기도 소비자의 정서를 자극해 구매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기는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사용자의 이미지를 느끼게 할 수 있으며, 선호하는 향기는 기분을 좋게 하여 긍정적인 생각과 행복한 추억·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선호하는 특정 향기가 존재하는 매장에서 쇼퍼의 체류시간도 길어지고 구매가 촉진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3) 제품 및 대안 제시 방법
매장 내에서 유발된 감정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단서에 의해서도 쇼퍼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제품 간 차이를 지각하지 못하는 경우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꼬리표(Tag)에 붙어있는 감정 단서에 의존한 선택(Affective Heuristic에 의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에 감정의 꼬리표(Affective Tag)가 붙게 되면 심리적인 만족감으로 인해 원래 내재된 가치보다 그 대상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예컨대 동일한 가격의 커피인데 한 제품에는 ‘커피’, 다른 한 제품에는 ‘고급커피’라고 이름 붙여져 있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고급커피를 선택하게 된다. 커피의 질이 다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더라도, 이왕이면 고급커피라고 표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감정 휴리스틱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제품에 ‘뉴(New)’ 혹은 ‘프리미엄(Premium)’이라는 단서가 제시됐을 때, 실제적인 품질의 차이가 없더라도 주관적인 가치지각에 영향을 주어 더 큰 심리적 만족감을 갖게 되므로 쇼퍼의 선택을 유도하기 쉽다.
감정이나 심리적인 만족감은 가격제시 방법을 통해 획득될 수 있다. 버거(Burger, 1986)의 연구에 따르면 케이크와 쿠키 2개가 합쳐서 75달러에 판매한다고 말한 조건보다, 75달러인 케이크를 사면 쿠키2개를 덤으로 제공한다고 판매한 조건에서 더 많이 선택됐다(That’s not all technique이라는 전략). 최종 지불액은 동일할지라도 다른 제품을 덤으로 제공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며 성공적인 구매를 했다는 만족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매장에서 제시되는 선택 대안의 수에 따라 소비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시점에 비교되는 다른 선택 대안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소비자의 판단은 달라지는 것이다.
즉 하나의 선택 대안으로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와,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선택 대안이 존재할 경우에 초점을 맞추는 정보의 속성과 최종적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히시(Hsee, 1999)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가하기 어려운 속성인 경우에는 복수로 대안이 제시될 때 (Joint Evaluation: JE) 선택이 높아지며, 평가하기 쉬운 속성의 경우에는 단독으로 대안에 제시될 때(Separate Evaluation: SE) 선택이 높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자사의 제품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소비자에게 평가하기 어려운 속성인지, 평가하기 쉬운 속성인지에 따라 매장에서 단독으로 판매대를 구성해 독립적으로 평가하게 할 것인지, 혹은 타 제품과 비교상황을 유도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제품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수가 많을수록 더 좋은 결정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선택 대안이 많으면 선택에 과부하가 걸려 선택을 보류하거나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를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라고 하는데, 선택권이 많을수록 선택의 불확실성이나 모호성을 느껴 선택을 연기하거나 가장 익숙한 행로를 따르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로 고급 식료품점에서 실험을 했는데, 테이블 하나를 놓고 수입잼 무료시식 코너를 마련하고 어떤 날에는 6가지 종류의 잼이 진열하고, 다른 날에는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했다. 물론 6가지보다 24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 훨씬 더 많은 고객이 몰려와서 시식을 하지만, 24가지 잼을 진열한 경우보다 6가지 잼을 진열한 경우 잼을 구입할 확률이 10배 가량 높아졌다.
즉 선택권이 늘어나게 되면 늘어난 선택 대안 자체가 우리의 결정을 마비시켜 선택을 연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kinjei@cau.ac.kr


중앙대 심리학과 졸업. 일본 동경대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석사/박사 학위 취득. LG애드 마케팅 R&D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1999년부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 광고학회·사회심리학회 편집위원장, 소비자광고심리학회 회장 등 역임. <광고심리학> <인간행동과 심리학> 등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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