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6 : Brand Architecture & Extension - 브랜드 계층구조와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체계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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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계층구조와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체계화
  이 진 용 | 서울산업대 경영학과 교수
   baleejy@duck.snut.ac.kr

 
 
 

1. 들어가는 말
브랜드 포트폴리오란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브랜드를 말하는데, 대개의 경우 그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대단히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브랜드의 종류 또한 ‘LG’와 같은 기업 브랜드, 그리고 아트비전·X-Canvas·디오스·쁘레오·벨라지오·통돌이·동글이 등과 같이 특정 제품에 사용하는 개별 브랜드 등 다양한 형태가 사용되는 가운데, ‘LG 아트비전’처럼 하나의 제품에 기업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합형 브랜드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방치하면 지나치게 산만해져서 각각의 역할이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을 수행하는 데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이해를 위한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체계화하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2. 브랜드 계층구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여 체계화해야 하는가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브랜드 계층구조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브랜드는 크게 기업 브랜드·패밀리 브랜드·개별 브랜드·브랜드 수식어 등 브랜드 계층구조 4가지 중의 하나에 포함된다. 이 중 기업 브랜드는 단일 기업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LG·삼성·S K·현대 등 기업군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다음, 패밀리 브랜드는 두 개 이상의 제품군에서 사용하거나 몇 개의 개별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것을 말하며, 개별 브랜드는 단일 제품군에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한편 브랜드 수식어는 개별 브랜드보다 하위에 존재하면서 제품을 설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표 1> 참조).
GM Chevrolet Lumina Coupe는 기업명 브랜드(GM)·패밀리 브랜드(Chevrolet)·개별 브랜드(Lumina)·수식어(Coupe: 문이 두 개인 스포틱한 분위기의 제품)의 구조로 되어 있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제품에 대하여 브랜드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는 업종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고래밥·자일리톨껌 등과 같은 스낵류나 부엌용품 등의 제품군에서는 개별 브랜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업 브랜드나 패밀리 브랜드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그다지 강조하지는 않는 편이다. 반면에 복사기업체인 Xerox, 물류업체인 FeDEX·UPS 같은 경우는 기업 브랜드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수행하는 사례라 하겠다.
또한 하나의 제품군에 사용되는 개별 브랜드는 그 제품군 내에서 여러 개의 브랜드가 사용되는 경우와 단 하나의 브랜드만 사용되는 경우가 혼재한다. 예를 들어 P&G는 많은 제품군에서 여러 개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비누 시장에서 Ivory (일반 미용 비누), Camay·Olay (미용에 관심이 많은 고객용)·Zest·Old Spice (운동 후 시원한 샤워와 땀냄새 제거를 원하는 고객용) 등의 제품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반면, 치약시장에서는 Crest라는 1개의 개별 브랜드만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이라 해도 그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중점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브랜드에 따라 계층구조상의 브랜드 활용이 달라진다. 그 사례는 자동차업체의 경우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GM의 경우 Buick·Cadillac·Pontiac·Chevrolet 등 여러 개의 패밀리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데, 각각의 패밀리 브랜드는 다시 여러 개의 개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각각의 개별 브랜드는 다시 브랜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등 계층구조상 4단계의 브랜드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나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대체로 패밀리 브랜드를 제외한 3단계의 브랜드를, 그리고 독일 업체인 BMW나 벤츠 등은 기업 브랜드와 브랜드 수식어(예를 들면 BMW Z3·Z8·X5·M5·325i·330i·525i·530i·540i·745i 등)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계층구조를 이해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4가지 계층구조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즉, 초기에는 개별 브랜드로 출시되었지만 나중에 브랜드 확장에 따라 제품군이 확대되면 패밀리 브랜드로 변모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시다는 복합 조미료로 출발하여 그 후 즉석국 등 여러 제품에 활용되는 패밀리 브랜드가 되었으며, 드봉 역시 개별 브랜드로 시작하여 현재는 패밀리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BMW는 브랜드 수식어를 개별 브랜드로 사용하는 사례라 할 수 있는데, 특히 Z3·Z8·M5·X5 등은 과거 745 등의 뒤 두 자리 숫자가 엔진사이즈를 나타내던 것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여 개별 브랜드의 성격을 강하게 가미하고 있다.

3.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분석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바로 브랜드 조직도를 작성하는 것인데, 이는 기업에서 취급하고 있는 제품을 분류하여 조직도로 그려 넣는 것을 말한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가진 BMW의 브랜드 조직도를 통해 이를 이해해보자(<그림> 참조). BMW는 세단형 일반 승용차를 3·5·7 시리즈로 구분하여, 앞의 첫 자리 숫자는 브랜드의 수준을 의미하고 뒤의 두 자리는 엔진 사이즈를 나타내고 있다. 즉, ‘325’는 3 시리즈에 속하는 엔진 사이즈 2500cc 인 승용차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M·Z·X 시리즈를 추가하였는데 과거와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M은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성능을 강조하면서 비교적 젊은 분위기의 투 도어 방식이나 덮개형 오픈 카 방식을 주종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Z 시리즈는 스포티하며 날렵한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으며, X 시리즈는 레저형 4륜 구동차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여러 브랜드의 계층구조와 브랜드 사용 범위, 동일 브랜드 내의 변종 등을 요약해 보면 기업의 브랜드 전략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특정 기업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분석, 평가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다시 BMW 의 예를 들어 보자. 먼저 330i는 525i에 비해 엔진 사이즈는 크지만, 330i는 염가형의 범주에 속하며, 525i는 중간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가격도 525i가 미국 시장에서 2천 달러 정도 더 비싸다. 다만 Z 시리즈의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Z3는 3만 달러 수준의 승용차로서 스포츠카로 분류하고 있지 않은 반면, Z8은 13만 달러 이상의 정통 스포츠카로 분류되는 것이다. 물론 외관은 두 모델이 모두 스포츠카처럼 생겼으나 성능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런 경우 Z8을 Z 시리즈의 대중형 모델인 Z3 판매를 위한 이미지 구축용 제품으로 활용한다면 모르겠지만 Z8이 가진 스포츠카로서의 차별점을 부각하지는 못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웹 사이트에서는 Z 시리즈를 한데 묶어 놓고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웹 사이트에서는 두 개의 브랜드를 별도로 독립시켜 놓는 혼란을 보이는 가운데 Z 시리즈를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막연한 카테고리로 묶어 놓고 있다.

4. 주력 브랜드의 유형과 결정
브랜드 계층구조상의 여러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더라도 기업에 따라 강조하는 브랜드에는 차이가 있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브랜드 자산을 집중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주력 브랜드(dominant brand)를 선정할 필요가 있으며,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구매의사 결정을 그 주력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 브랜드를 사용하는 FeDEX나 UPS처럼 브랜드 계층구조상 한 개의 브랜드를 주로 사용하는 기업은 특별히 주력 브랜드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업명과 개별 브랜드를 함께 사용(예를 들면 LG 플래트론·LG 아트비전 등)하는 등 계층구조상 여러 브랜드를 동시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때 담당자의 욕심처럼 사용하는 모든 브랜드가 각각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여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은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브랜드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여러 브랜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력 브랜드는 1~2개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주력 브랜드의 유형을 살펴보자(<표 2> 참조).
먼저, 기업 브랜드 혹은 패밀리 브랜드를 주력 브랜드로 브랜드 자산을 주로 축적하고 개별 브랜드는 제품을 설명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유형이 있다. 그 사례는 가전제품 분야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그동안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에서는 수많은 TV·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을 내놓았는데, 현재 광고를 하고 있는 디오스·지펠 등 몇 가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실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TV나 냉장고의 브랜드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소비자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이들 개별 브랜드들이 제품의 기능적 특성을 전달하는 역할은 수행했으나 브랜드로서는 별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대개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서 기업 브랜드가 주된 역할을 담당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와 반대되는 유형은 기업 브랜드 혹은 패밀리 브랜드가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 개별 브랜드를 주력 브랜드로 구축하는 방법인데, 이는 음료·화장품·생활용품 등의 제품군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태 갈아만든 배·롯데 사각사각 배·옥시 물먹는 하마 등의 제품의 경우 해태·롯데·옥시라는 기업 브랜드 혹은 패밀리 브랜드보다는 갈아만든·사각사각·물먹는 하마 등의 개별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라끄베르 화장품도 드봉이라는 패밀리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으나 구매 선택에는 라끄베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우전자가 가전제품업계에서 비교적 약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이의 보완을 위해 공기방울 세탁기에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인 점, 그리고 전체적인 이미지는 좋지만 대형 냉장고에서 기업 브랜드가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디오스와 지펠이 기업 브랜드보다는 개별 브랜드에 마케팅 활동을 집중하고 있는 점도 유사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유형은 기업 브랜드 혹은 패밀리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를 모두 주력 브랜드로서 그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이미 기업 브랜드 등 공동 브랜드가 잘 구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개별 브랜드에 장기적으로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한 후에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달리 말하면 이미 시장의 선두 그룹에 있지 않은 기업 브랜드 혹은 패밀리 브랜드로는 효과적인 적용이 매우 어려운 방법인 것이다. SONY가 최첨단 이미지를 가진 기업 브랜드를 기반으로 VAIO·Play Station·Trinitron 등의 개별 브랜드에도 장기간 상당한 정성을 기울여 강력한 브랜드로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 그리고 현대 쏘나타가 기업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서 효율적인 브랜드 구축에 나서고 있는 점 등은 이러한 유형의 한 사례라 하겠다.

5.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체계화를 위한 요건
각 기업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조직도를 구성해보면 대체로 놀라울 정도로 산만하며 지나치게 자주 바뀌고 각 브랜드의 목표가 매우 애매한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체계화되고 기업의 브랜드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한가?
먼저, 각각의 브랜드가 전달하는 이미지와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같은 제품군 내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사용하는 복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거나 또는 제품군마다 각기 다른 브랜드를 사용할 때에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차별적 이미지와 의미가 무엇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 가장 간단한 기준은 목표 세분시장이 각각 명확한 차별점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예를 들어 보자. 수년 전 동시에 시장에 출시된 OB 라거와 넥스라는 맥주는 목표 고객에 거의 차이가 없는 막연한 것이었다. 이에 비하여 P&G는 대중용·미용 중심·탈취 효과 등 중요하고 명확하게 차이가 있는 3개의 세분시장을 대상으로 5개의 브랜드를 출시하였다. 그 중 Olay·Old Spice 등은 기존의 Camay·Zest와 중복되는 제품이라 할 수 있지만, 각각의 두 제품간에 이미지 차이가 큰 것으로서 소비자들에게 이미 사랑받고 있던 브랜드를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두 가지 사례는 차별화가 명확하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 도입은 마케팅 비용을 분산,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다음은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 계획과 투자의 필요성이다. 한때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를 지나치게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상황이거나, 소비자들에게 기존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차별화된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잘 구축된 기존 브랜드를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에 투자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안이 못 된다. 즉, 브랜드의 효과는 이미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높은 인지도와 좋은 이미지에서 나오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간혹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식의 관점이 브랜드의 장기적인 투자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곤 한다.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기술의 중형 승용차 엔진을 개발하고 쏘나타라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심한 적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새로 개발한 엔진이므로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제품과 브랜드를 구별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화장품 업체인 태평양은 과거에 메인 모델이 오현경·이영애·김지호로 바뀔 때마다 브랜드 역시 순정·마몽드·라네즈 등으로 계속 바뀌고는 했는데, 최근 라네즈를 상당 기간 유지·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관리를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관리의 체계화를 위한 마지막 조건으로 각각의 브랜드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한때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어 상당한 이익을 창출는 동시에 탁월한 기술력의 이미지를 전달한 SONY 워크맨은 이익 창출과 이미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획기적인 브랜드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브랜드들이 이익 창출과 이미지 구축 중 어느 한 가지도 실현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명확한 목표조차 설정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막강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SONY의 오디오 전문기업 AIWA 인수는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