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8 : M세대 리포트 -"함께 들을까요? 음악도 광고도 나와 함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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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들을까요? 음악도 광고도 나와 함께...”
 이 상 철 I 지식경영팀
 peterpan@lgad.lg.co.kr
자취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개통했을 때의 일이다. 사은품으로 화상통신 카메라를 받았는데, 채팅을 즐겨 하지는 않지만 화상통신이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 한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다. 그런데, 이런 신기한 것이 있나! 당연한 거지만 사람들의 얼굴이 진짜로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신기한 건 음악이 나온다는 것! 게다가 낭랑한 목소리의 아리따운 여자 진행자가 가만히 듣기만 해도 기분이 즐거워지는 깜찍한 멘트까지 날려준다.
그동안 채팅 사이트가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여기서는 어느 방이나 방장이 CJ(Cyber Jockey)를 겸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그 CJ의 고정팬들이고, 그 미모의 CJ에게 음악을 신청하거나 혹은 청취자들끼리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 수작(?)을 부리느라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 나이 또래는 10대 혹은 20대 초반이니, 내가 최연장자이다. 단지 한가지 이상한 것은 접속만 하면 얼마 안있어 나만 그 방에서 자동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내 컴퓨터의 인터넷 접속 상태가 안 좋은가보다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나는 연령제한(?)으로 ‘강퇴’당한 거였다. 이런 수모는 난생 처음이었다.
정서적 문화공간으로 폭 넓게 실재
비록 인터넷 공간이긴 하지만 DJ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음악방송’이 현재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세이클럽(www.sayclub.co.kr)’에서 개인음악방송을 청취하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2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또 다른 방송의 인기 CJ는 고정팬이 3,000명을 웃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채팅 사이트 중 30% 가량은 개인음악방송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결같이 네티즌으로 붐비고 있을 정도이다. 조금 다른 형태이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유명한 렛츠뮤직의 ‘배칠수의 음악텐트’ 고정 청취자가 수만 명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필자는 개인음악방송에서 M세대의 특징인 ‘마니아 문화’를 읽을 수 있다. 나이키 운동화를 두 켤레 사서 한 켤레는 장식용으로 보관하거나, 신제품이라면 먼저 구입해서 사용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얼리어댑터(www.earlyadopter.co.kr)’의 특성이 개인음악방송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고정 청취자들은 CJ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지며 CJ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전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20대의 한 CJ도 이러한 팬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라이브로 발라드를 불러 준다.
개인음악방송에서의 M세대는 단순히 10대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개인음악방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30대 중반이며, 40대 또한 이에 못지않다. 40대 중반의 아저씨, 아줌마들도 이곳에서만큼은 20년 전의 청춘으로 되돌아가 수십 명의 고정 청취자를 이끄는 젊은 오빠, 언니가 된다. 40대의 연령층에게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을 공유할 수 있고 가벼운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는 이러한 정서적인 문화 공간을 개인음악방송 이외에 다른 어느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가꾸어 나가는 이들의 삶은 분명 M세대의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채널로서의 다양한 가능성
하루는 개인음악방송을 청취하던 중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꽤 인기 있는 CJ의 방송 중간에 느닷없이 ‘새우깡’ CM송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CM송을 들었을 때, 나는 한동안 멍해 있었다. ‘아니 이건 광고주가 공식적으로 광고를 하는 건가? 아니면 진짜 라디오 방송처럼 보이기 위해서 CJ가 이용한 것인가?’ ‘실제로 개인음악방송을 광고 채널로 이용한다면 과연 그 효과는?’ 이는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가볍게 흘려 보낼 수 없는 대상인 것이다.
개인음악방송은 라디오 방송과 달리 방송 진행의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안정적으로 방송을 운영하기 위한 협찬 광고의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청취자들의 채팅 내용 사이사이에 텍스트로 혹은 배너와 같은 이미지 광고를 보여줄 수도 있고, 진행자가 직접 제품을 육성으로 홍보할 수도 있다.
“본 방송은 LG전자 싸이언 협찬입니다”라는 멘트를 청취자들의 거부감 없이 얼마든지 날려 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역시 오렌지주스는 썬키스트 NFC가 제일 맛있어요”와 같은 식으로 실제 광고가 아닌 CJ의 개인적인 견해인 듯한 모양새의 광고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개인음악방송에서는 마치 실제 방송인 것과 같은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CJ가 라디오 광고를 녹음하여 방송에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라디오 방송과는 달리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CJ의 방송을 선택하는 개인음악방송의 청취자들에게 CJ가 직접 육성으로 전달해 주는 광고의 효과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개인음악방송은 청취자와 진행자와의 실시간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매체이므로 이 외에도 다양한 광고 형식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음악방송이 마케팅 채널로서 주목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은 개인음악방송을 운영하고 청취하는 이용자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개인음악방송의 주 청취자는 10대가 아니라 20대와 30대이며, 40대 이상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녀의 성비 또한 거의 대등하거나 오히려 여성이 더 많다. 이렇듯 개인음악방송의 주 이용층이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의 여성이며, 그들의 대부분이 직장인 혹은 주부라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들의 인터넷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인터넷 활용 수준이 정보검색이나 게임과 같이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활용 수준에만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에서의 삶과 연관된 온라인 커뮤니티로 활용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검색엔진 사이트의 검색 키워드 상위에 ‘섹스’, ‘게임’ 못지않게 ‘십자수’, ‘시(詩)’, ‘강아지’, ‘옷입히기’ 등이 1년 넘게 꾸준히 랭크되고 있다는 사실은 20~30대 여성의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국내 인터넷의 성숙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밖에도 개인음악방송은 연령대별 타깃팅이 가능하다. 20대를 위한 광고는 20대에게만, 40대를 위한 광고는 40대에게만 집중하여 집행할 수 있으므로 라디오 광고에 비해 불필요한 광고 예산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용자층이 아직은 라디오 광고에 못 미치겠지만, 현재 개인음악방송의 이용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모 대기업에서는 개인음악방송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인기 CJ들을 모집하여 광고 채널로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서적 문화공간으로서, 열린 가능성을 가진 마케팅 채널로서 인터넷 개인음악방송의 미래를 주목해 본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