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르네상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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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입니다. 가장 좋은 상태 혹은 가장 많은 사람이 누리고 인기가 많은 시기에 가장 반대의 것이 출현하죠. 산을 올라 정상에서 절정을 누리는 시기는, 반대로 보면 산을 내려가 땅을 바라봐야 하는 시작과 같습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가장 최고에 이른 절정은 또 다른 것의 시작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종교적인 권위와 문화, 법에 대한 통제와 규율이 절정에 달하고 많은 것이 ‘신적인 것’에 향해 있을 때, 반대로 ‘인간’을 바라보자고 시작된 것이 르네상스인 것처럼.

디지털 또한 편리함과 대중성을 띠고 일상화가 됐지만, 디지털 때문에 왜곡되고 상처받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전에 없던 편리함과 전에 없던 상처가 함께 온 것이죠. 그래서 수많은 콘텐츠는 디지털을 떠나 혹은 디지털을 새롭게 사용해, ‘사람’을 찾을 것을 권유합니다.


가장 오래된 ‘소셜 미디어’는 맥주입니다

SNS에는 우리에게 많은 정보와 공유할 수 있는 능력,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트렌드를 이끌고 주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그들을 주목하죠. 뭘 입어야 하는지, 뭘 먹어야 하는지도 인플루언서들에게서 찾으며, SNS 속 세상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합니다.

요즘 밀레니얼들이 혼밥과 혼술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SNS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와 사회적인 환경 변화도 있지만, 혼자 있어도 SNS로 연결돼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실시간 세상과 소통하기에 오히려 실제로 누군가를 만나서 먹고 마시는 일들이 더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밀러 라이트 Followers 캠페인(출처: Miller Lite 공식 유튜브 채널)

밀러 라이트는 이런 세상에 말을 걸고 싶어 합니다. 영상은 똑같은 옷을 입은 수많은 무리를 피해 도망가는 세 명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맹목적으로 같은 옷을 입고 누군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따르는 그들. 팔로워들입니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셋은 달리기도 하고 막다른 길로 피하기도하며, 필사적으로 팔로워들을 따돌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쉽진 않아 보입니다. 바에 이르자 도망가던 남자는 팔로워들에게 신고 있던 스니커즈를 던져줍니다. 그들이 스니커즈에 집중하고 있을 때, 여유롭게 바 안으로 들어가죠. 그곳엔 ‘밀러 타임’을 즐기고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영상은 ‘수많은 팔로워보다 소수의 진짜 친구가 낫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맥주야말로 ‘오리지널 소셜 미디어’라며 밀러타임을 갖기를 권하죠. 맥주의 시초가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매개체였으니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밀러 라이트의 언팔로우 캠페인(출처: 밀러 라이트 공식 홈페이지)

재미있는 건 밀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 ‘Unfollow’캠페인을 진행한 것인데요. 밀러 라이트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언팔로우하라고 권했습니다. 2주간의 SNS 휴지기를 가지면서요. 어떤 것도 포스팅하지 않는 거죠. 브랜드를 언팔로우한 후 캡처해서 www.unfollowmillerlite.com에서 알려주는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공짜 맥주를 받을 수 있는 행사도 겸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시기지만, 오히려 자신들을 언팔로우하라고 하는 밀러 라이트. 그래서 캠페인은 더욱 힘이 세 보입니다.

밀러 라이트는 그들의 오래된 메시지인 ‘It's Miller Time'을 디지털 세대들에게 새롭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맥주 본래의 역할을 되찾고, 소비자들은 함께 즐기는 시간을 제대로 갖자는 거죠. 영상 콘텐츠에서 시작해 실제 SNS 언팔로우 캠페인을 더해 이야기의 크기를 키운 밀러. 밀러 타임은 다시 새로워졌습니다.


‘리얼’을 더 리얼하게 즐기세요

HP는 미국의 컴퓨터와 노트북 브랜드입니다. 스마트폰보다는 덜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SNS 세상으로 연결하죠. HP 또한 그들에게 진짜 ‘리얼’을 얘기합니다.


▲ HP ‘Get Real’ 캠페인(출처: HP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은 수많은 대화로 이어집니다. 귀여운 아기의 모습, 남자의 일상, 식당에서의 만남, 웃는 모습. 모두 SNS에서의 대화입니다. 식당에서는 먹기 전에 먼저 인증샷을 찍고, 남녀는 함께 있지만 각자 스마트폰을 하면서 ‘웃기다’는 뜻의 lol을 답하지만 실제 얼굴은 무표정입니다. 쉽게 앱으로 몸매를 보정해서 인형 같은 비인간적인 비율을 만들고, 사랑한다는 메시지엔 좋아요 아이콘을 날립니다. 이게 모두 진짜 대화인가, HP는 끊임없이 묻습니다. 진짜를 만나는 방법을 잊은 건 아닌지도 묻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진짜’를 만나자고 합니다.

HP는 ‘기술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걸 방해해서는 안 되며, 테크는 사람을 연결해야 하며, 우리가 단절됐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실제 세상에서의 연결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남미에서 대표 소다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다양한 공감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스프라이트. 이번에는 Z세대의 수많은 고민을 다뤘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는 한참 고민이 많은 청소년기이자 사회 초년생입니다. 특히 외모와 이성 등 다양한 고민이 많을 때죠. 스프라이트는 이들의 고민을 위로하기로 했습니다.


▲ Sprite - "You're not alone" 캠페인(출처: santobuenosaires 유튜브 채널)

스프라이트는 구글과 협업해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을 뽑았습니다. 통계로 얻어낸 그들의 실제 고민을 모아 영상에 담아냈죠. 여전히 모태솔로인 게 고민인 21살, 남자지만 여성이 되고 싶은 청소년,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19살, 탈모가 생긴 18살, 평평한 가슴을 가진 17살,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21살, ... 자신들의 다양한 고민을 고백합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은 그들의 고민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작은 답을 얻습니다. 자신도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는 수많은 반응이 쏟아지는 거죠. 혼자만의 고민이 아님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위안을 얻습니다. 스프라이트는 세상엔 같은 고민을 가진 ‘수많은 우리가 존재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reddit에서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Sprite digital banners - "You're not alone'" 캠페인(출처: santobuenosaires 유튜브 채널)

그리고 답을 보여주는 두 번째 영상인 디지털 배너 광고를 공개합니다. 실제로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겁니다. 평평한 가슴을 지닌 여성은 6,678,646명이나 있으며, 밖에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당신뿐 아니라 29,968,569명도 똑같다고 보여줍니다. 당신은 이렇게 혼자가 아니니, 생기를 갖자고 얘기합니다. 혼자만의 무거운 고민을 누구나 갖고 있는 가벼운 고민으로 만듭니다.

스프라이트는 실제로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reddit에 포럼을 열었습니다. 미국의 대규모 커뮤니티 사이트로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리면 댓글을 달며,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reddit. 스프라이트의 디지털 배너 광고를 누르면 reddit의 해당 포럼으로 자동 연결되어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공허한 메시지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을 수많은 또 다른 고민과 연결해줌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극복의 힘이 되길 바라는 캠페인입니다.

SNS가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와 포샵한 듯 길쭉하고 아름다운 몸매와 얼굴만 선호한다면 스프라이트는 SNS로 인해 더욱 왜곡되는 다양성이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듯합니다. SNS의 부작용을 다시 순기능으로 돌리기 위한 캠페인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아름다워지는 디지털

인플루언서는 말 그대로 영향력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입는 옷, 자주 들르는 샵, 먹는 음식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도 하고 홍보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모두가 화려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고 날씬해 보입니다. 그래서 화려하지 못하고 여유롭지 못한 삶을 반대로 아름답지 못하게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사는 캠페인을 진행한 코카콜라 비타민워터(출처: 코카콜라 비타민워터 공식 트위터)

디지털의 파급력은 누구나 쉽게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누구나 행복한 디지털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너무 중독돼서 실제 생활의 가치를 잊어버렸거나, 너무 익숙해져서 SNS의 화려한 모습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많은 브랜드가 ‘삶의 즐거움’을 찾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나이키는 이미 SNS에서 묶여 있지 말고 ‘달리라’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지난해 코카콜라 비타민워터는 일 년간 스마트폰 없이 사는 데 성공하면 십만 불을 상금으로 주는 콘테스트를 열었습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스마트폰 없는 바를 광고에 담으며, 맥주의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즐기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죠.

이제 디지털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누구에게나 행복한 디지털이 될 수 있는지, 수많은 브랜드들의 공감이 필요한 때입니다. 디지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 디지털 밖에서 전할 수 있는 의미도 찾아야 하죠. 디지털의 뒤에도 오프라인의 뒤에도 존재하는 건 ‘사람’이니까요. 디지털 마케팅은 디지털 밖에서의 세상을 다루는 일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