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ky in Media – “미국인들도 양주를 마신다.”, 드라마 <MAD MEN>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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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洋酒)”

여러분은 ‘양주’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 위스키나 코냑, 보드카, 데킬라 등을 떠올리실 텐데요. 또는 위스키를 마시는 작은 양주잔(a.k.a 샷잔)이나 얼음을 넣어 마시는 온더락잔도 떠오르실 겁니다.

 

▲양주의 사전적 정의(이미지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양주라는 말은 ‘서양에서 들여온 술’, 혹은 ‘서양식 양조법으로 만든 술’로 국어사전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맥주, 와인을 양주라고 하진 않습니다. 이 또한 서양의 술인데 말이죠. 그럼 서양에서 들여온 술은 맥주도 있고, 와인도 있는데 왜 우리는 주로 위스키, 코냑, 보드카 같은 독한 술을 주로 양주(洋酒)라 부를까요?

저 나름의 생각과 추측으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마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양주와 맥주, 와인 등은 조선시대 개화기 때 서양인들이 조선에 들어오면서 함께 들어왔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하지만 먼 나라인 조선까지 올 때, 그리고 도착 후 이를 보관하여 즐기기에 맥주나 와인 같은 발효주보다는 위스키, 코냑 같은 증류주가 용이하여 이러한 고도주(高度酒)들이 더 많이 유입된 것 같은데요. 조선에 들어온 서양사람들이 주로 마시는 술이 그런 고도주고 이를 본 조선사람들은 양주(洋酒)라고 부르기 시작하여 그 말이 계속 사용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19세기 말 외국인이 찍은 위스키를 마시는 양반 사진(이미지 출처: 브런치 마시즘)

어쨌든 양주(洋酒)라는 용어는 지금까지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양주라는 말은 단순히 서양에서 온 술, 서양식 제조법으로 만든 술이라는 의미에 또 다른 개념이 덧붙여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고급(Premium, Luxury)”이라는 개념 말이죠.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양주 한 병 먹자~”라는 말은 곧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평소에 흔히 먹는 술이 아닌) 좀 더 비싸고 고급술을 마시자”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어느 시대이든, 어느 나라/지역이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먼 곳에 가야만 구할 수 있거나 혹은 먼 곳에서 들어온 것들은 늘 희소가치가 더해집니다. 그만큼 가격도 더 비싸죠. 그러다 보니 대체로 수입품에 대한 선망성은 시대를 넘어, 지역을 넘는 공통 코드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제품/브랜드(aspirational brand)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에서 나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죠.

자, 그럼 우리야 그렇다 칩시다. 아래 미국 드라마 MAD MEN의 한 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늘 즐겨 마시는 위스키가 있습니다. 

 

▲ 미국 드라마 MAD MEN의 대표 Wallpaper와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위스키(이미지 출처: AMC)

자세히 살펴보면 위스키 라벨에 “Canadian Club”이라 쓰여 있습니다. 유명한 미드 MAD MEN은 특히 광고회사를 다루고 있어 광고업과 연관된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드라마는 196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Madison Avenue)에 있는 한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MAD MEN’이라는 말은 이 지역(Madison Ave.)에 밀집되어 있는 광고회사에 다니는 광고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드라마 주인공인 돈 드레이퍼(Don Draper)가 나오는 장면에는 담배와 함께 위스키가 늘 등장합니다. 이때 그의 주변에는 Canadian Club 또는 Crown Royal Rye라는 캐나다 위스키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MAD MEN 주인공이 즐겨 마시던 Crown Royal, Canadian Club 위스키 (이미지 출처: Crown Royal 홈페이지, Hollywood Branded 홈페이지)

당시 미국인들에게도 캐나다 위스키는 일종의 ‘양주’였습니다. 옥수수를 주재료로 만든 버번 위스키와 달리 호밀(Rye)을 주재료로 만든 캐나다 위스키는 미국인들에게 뭔가 특별했나 봅니다. 이 때문인지 광고회사 대표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뭔가 스마트하고 당시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물로 묘사하기 위해 미국 위스키가 아닌 캐나다 위스키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한 캐나다 위스키들이 엄청나게 많이 팔렸다고 하네요.

캐나다 위스키에 대하여 조금 더 이야기하고 마무리할까 합니다. 캐나다 위스키(Canadian Whisky)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호밀(Rye)을 주로 사용하여 만듭니다. 통상 캐나다 위스키를 라이(Rye) 위스키라고도 하죠. 단, 미국의 라이 위스키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최초 위스키 재료인 곡물의 비율(Mash Bill)에서 비율이 높은(최소 51% 이상) 곡물에 따라 Bourbon Whiskey이냐 Rye Whiskey이냐 Wheat Whiskey이냐로 구분 짓지만, 캐나다 위스키에서 Rye Whiskey는 Rye로 만든 위스키와 Corn으로 만든 위스키를 각각 숙성시킨 후에 병입 전에 블랜딩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캐나다 위스키의 특징으로 ‘e’를 중간에 안 씁니다. ‘Whisky’라고 표기하죠. 제가 쓴 글 중에 ‘Whisky or Whiskey-영화 킹스맨2’에서도 설명해 드렸는데요. 스코틀랜드는 Whisky로, 아일랜드와 미국은 Whiskey라 표기합니다. 캐나다는 미국과 인접해 있는 국가이지만 스코틀랜드처럼 Whisky로 ‘e’를 넣지 않고 표기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번 글은 “양주(洋酒)”라는 단어에서 시작해 보았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우리 말로 ‘의사소통’이라 합니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방이 올바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반대로 나 또한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사용하는 ‘단어(word)’에 대한 이해 이상의 ‘맥락(Context)’ 기반의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어 디지털 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현상이 더해져 더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럴수록 가끔은 아날로그적 방식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아내에게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메신저를 통해서가 아닌 장미 한 송이라도 사가는 건 어떨까요? 사랑한다는 한마디의 말보다 그 마음이 몇백 배 더 크게 전달될 테니까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