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브랜드 각인을 위해, 럭셔리 브랜드가 만드는 미식 경험 공간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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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 및 콘셉트 스토어가 ‘경험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의 대표적 소비자 체험 카테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가격과 관계없이 ‘나에게 가치 있는 소비 경험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의 취향에 맞춘 경험 공간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이미 인지도 면에서는 독보적 위치에 있는 럭셔리 브랜드들도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장기적 관점의 브랜드 활동의 일환으로 고객 경험 공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인지도 확보보다는 팬덤 확대에 포커싱을 맞춘 럭셔리 브랜드들의 공간 기획을 살펴보면, 특히 ‘미식 경험’에 주목하여, 브랜드 경험을 기획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보이는데요. 럭셔리 브랜드의 F&B 진출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스펙트럼 확대와 더불어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가격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브랜드 팬층 확보에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오감 중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미식에 대한 만족할 만한 경험은 그만큼 강렬한 기억을 만들어 긍정적이고 호감 있는 브랜드 각인을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누구나 알만 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F&B를 결합해 만든 고객 경험 공간에 대해 공유드립니다.

 

1. 단 한 번만 체험할 수 있는 미식 경험, 루이 비통 팝업 레스토랑

 

먼저 소개해 드릴 사례는 이번 가을 가장 이슈가 된 경험 공간 중 하나인 루이 비통 팝업 레스토랑입니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최초로 진행한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Pierre Sang at Louis Vuitton)’을 통해, 이미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루이 비통에서 두 번째 팝업 레스토랑으로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Alain Passard at Louis Vuitton)’을 가을 시즌에 맞춰 9월 중순부터 이번 10월 말까지 약 한 달 반 가량 성공적으로 운영하였는데요.

팝업 이벤트에 접목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었던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이라는 콘텐츠를 이용하여, 브랜드 정체성도 유지하면서 색다른 경험으로 이미지 각인까지 유도한 루이 비통의 전략은 오픈과 동시에 예약 마감이라는 성적만큼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채식 요리로 유명한 쉐프 알랭 파사르와 손잡고 자연주의 콘셉트의 정원 테마와 요리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브랜드 경험으로 구성 / 출처: 루이 비통 공식 페이지

 

모두의 관심 속에서 오픈한 이번 팝업 레스토랑은 프랑스 탑 셰프와의 컬래버레이션부터 루이 비통의 아이코닉 아이템을 활용한 인테리어 및 곳곳에 비치된 가구 및 소품 등의 라이프스타일 제품들까지 ‘새로운 차원의 다이닝 경험’이라는 콘셉트를 충실히 구현한 느낌이었는데요. 두 번의 팝업 레스토랑이 열린 장소 또한 루이 비통 플래그쉽 스토어인 루이 비통 메종에서 여러 문화 및 미술 전시를 여는 문화 공간인 4층의 루이 비통 에스파스를 활용하였답니다. 이전에 루이 비통 에스파스를 방문해 전시를 관람해본 경험이 있는 고객이라면, 같은 공간이 멋진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 모습에도 감탄을 느끼게 합니다. 

 

루이 비통의 브랜드 철학인 ‘여행 예술’을 담은 가구 콜렉션 ‘오브제 노마드’가 곳곳에 놓여져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는 알랭파사르 at 루이 비통 팝업 레스토랑 내부 전경. 무려 1억원이 넘는 캄파냐 형제의 벌보체어(좌)에서 사진을 찍고 인화해갈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
제품을 만들고 남은 가죽을 활용해 만든 냅킨 홀더와 프랑스 프리미엄 테이블웨어 브랜드 메종 프라질과 협업한 식재료를 그려서 만든 식기와 정원사 콘셉트로 초록 유니폼을 착장한 스태프 등 친환경의 자연주의 공간 테마를 세심하게 구현하고자 노력

 

루이 비통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가 주목받은 이유는, 요리 자체를 하나의 예술로 평가받는 파인 다이닝을 끌어들여, 브랜드의 럭셔리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본품보다는 상대적으로는 낮은 가격대(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식대)로 브랜드 팬층을 넓히고자 했다는 점인데요. 한정판 제품에 열광하는 MZ부터 탑 셰프의 파인 다이닝을 국내에서 접하고 싶어 하는 하이엔드 소비자까지, 모두에게 매력적인 ‘브랜드가 제공하는, 단 한 번만 체험할 수 있는 미식 경험’을 구현했습니다.

 

1만3천8백99개의 루이 비통 모노그램 플라워로 장식된 천장 장식과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품이 어우러져 브랜드 미학을 팝업 레스토랑 전체에 녹여 놓았던 첫 번째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 / 출처: 루이 비통 공식 페이지

 

2. 브랜드가 만드는 미식 경험의 A to Z,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앞서 소개드린 루이 비통이 단기 팝업의 형태였다면, 구찌에서 운영하는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Gucci Osteria Seoul)은 상시로 운영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구찌와 세계적인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협업해 만든 이탈리안 컨템퍼러리 레스토랑으로, 2018년 이탈리아 피렌체 1호점을 시작으로, 2020년 미국 LA, 2021년 일본 도쿄에 이어 올해 봄 '구찌 가옥' 플래그십 스토어 6층에 전 세계 네 번째로 오픈하였습니다.

상시로 운영하기는 하지만, 트렌드를 이끄는 힙한 명품의 이미지로 거듭난 구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여전히 예약이 어렵기로 유명한 곳인데요. 구찌 오스테리아는 ‘요리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세계적인 셰프 마시모 보투라가 전 세계에 있는 구찌 오스테리아 4개 지점의 모든 메뉴를 관리하며, 각 지역에 있는 지점별로 그 나라의 특색을 반영한 메뉴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요리를 선보이는 마시모 보투라 셰프가 서울 지점을 위해 한국적 재료들로 창의적으로 만든 요리들이 구찌 식기에 담긴 모습은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경험이라는 평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화려한 공간에서 풍부한 미식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 출처: 구찌오스테리아 공식 페이지

 

인테리어는 1호점인 피렌체점을 차용하여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과 구찌의 미학적 요소를 결합한 모습을 추구했으며, 구찌의 시그니처 컬러 그린과 브라운으로 인테리어와 테이블웨어, 소품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브랜딩 하였습니다.

마케팅 잘하는 브랜드답게, 구찌는 레스토랑 정식 오픈 전 인플루언서와 관계자 등 초대 인원에게 먼저 메뉴를 선보이는 사전 행사를 통해 기대감을 증폭시켰는데요. SNS를 통해 전파되는 화려한 공간 속 아름다운 음식은 구찌 레스토랑이 오픈하자마자 단시간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되는 결과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메인 다이닝룸은 화려한 피코크 그린 컬러의 벨벳 의자와 에보니 컬러로 꾸며져 있으며, 전 세계 구찌 오스테리아의 시그니처 인테리어인 별 모양 심벌도 천장 조명, 공간 바닥의 타일 등
한국의 계절에서 영감받은 ‘서울 가든’, 떡볶이를 뇨끼로 결합한 ‘아펜니노 산맥으로 여행’ 등 전통 이탈리아 다이닝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로 구찌가 제안하는 미식 경험을 완성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손길에서 MZ의 상징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는 평을 받는 구찌는 창의성과 의외성으로 명품 업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행보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새로움을 시도하면서도 브랜드의 레거시와 정체성을 유지하는 다양한 활동들로 늘 화제의 중심이 되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타 국가의 문화와 정서를 브랜드 나름으로 해석하여 반영한 현지화 전략은 구찌의 팬덤을 늘리는 구심점이 되고 있는데요. 한국 문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는 플래그쉽 구찌 가옥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문화가 함께 접목된 메뉴들로 완성한 창의적인 미식 경험은 소비자로 하여금 구찌가 지향하는 브랜드 철학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브랜드 스토리와 함께하는 티 타임, 크리스찬 디올의 디올 카페 & 지미추 추 카페

 

올봄 오픈과 동시에 성수동 대표 핫 플로 떠오른 디올 성수. 팝업인 듯 팝업이 아닌 듯, 콘셉트 스토어를 지향하는 이곳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외관부터 인스타그래머블을 좋아하는 MZ의 인증샷 명소가 된 부티끄 공간까지 크리스찬 디올의 브랜드 스토리를 느낄 수 있는 세심한 공간 구성으로 단숨에 성수의 유명 스팟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청담의 하우스 오브 디올에 있는 디올 카페 또한 디올 성수에 맞는 감성으로 구성하여 브랜드 오감 경험을 완성하고 있는데요.

최근 럭셔리 브랜드의 F&B 진출이 더욱 활발하지만, 디올은 이미 2015년부터 청담 플래그쉽 스토어에 디저트 카페를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럭셔리 브랜드 미식 경험의 선두 주자 격이라고 할 수 있죠.

 

파리에 있는 30 몽테인의 연상시키는 디올 성수 내외부. 메탈릭 메쉬와 유리로 만들어진 파사드가 자연광 아래에서 화려함으로 눈길을 사로 잡고, 크리스찬 디올이 생전 사랑했던 꽃으로 꾸며져 있는 정원은 디올 성수의 대표적인 포토스팟

 

하우스 오브 디올의 루프탑에 위치한 디올 카페가 디올의 우아한 곡선을 살린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느낌의 프렌치 디저트 카페라면, 디올 성수에서 만나는 디올 카페는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디지털 정원과 아날로그 정원의 사이에서 색다른 공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인데요. 크리스찬 디올이 어린 시절을 보낸 그랑빌 저택과 디올이 가장 사랑했다는 꽃인 장미를 활용해 영원한 아름다움을 구현했다는 미디어아트 작품과 실제 꽃과 나무, 햇살이 느껴지는 아날로그 정원의 만남을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어,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디올의 브랜드 스토리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미디어 정원과 디올의 상징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테이블 웨어와 소품들로 꾸며진 디올 카페
전용 앱으로만 예약 가능한 디올 성수. 앱으로 경험하는 AR 체험 후 가능한 예약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부터 브랜드 경험을 시작

 

루이 비통이나 구찌에서 운영하는 파인 다이닝에 비해, 간단한 디저트와 음료를 서빙하는 카페는 좀 더 손쉽게 브랜드 문화를 식 경험과 결합시킬 수 있기에 최근 운영되는 브랜드 팝업스토어에서 카페를 접목한 형태를 더 많이 만나 볼 수 있는데요. 지난주에 오픈한 지미추의 추 카페도 유사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여성들의 워너비 슈즈 브랜드 지미추에서 런던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아시아에는 첫 번째로 오픈한 추 카페(Choo Café Seoul)는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카페이자 콘셉트 스토어로 지미추의 시그니처 컬러 푸시아를 전체적으로 적용한 과감한 내외부로 또 다른 인스타 성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답니다.

 

시그니처 컬러 푸시아를 강조한 화려한 미관의 '추 카페 서울', 유명 파티쉐 저스틴리와 협업하여 메뉴와 음료를 브랜드 테이블 웨어와 함께 제공 / 출처: 지미추 공식 페이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입지 공고화와 장기적 관점의 찐 팬 확보하기

 

사실 미식 경험을 매장에 접목시키는 체험 설계는 브랜드 각인에 효과적인 만큼,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를 받기에도 쉬운 영역인데요. 그렇기에 콘셉트 기획부터 실행까지 단계별로 촘촘하게 브랜드의 노하우가 총집합되어야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이미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기에, 성공한 브랜드일수록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럭셔리 브랜드들은 타깃 확장과 브랜드 성장을 위한 브랜드 활동의 일환으로 F&B 결합을 기획합니다. 고가의 제품이라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제품에 한정되지 않고 라이프 전반을 아우르는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데에 효과적이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인증과 기록을 좋아하는 현세대의 놀이문화에도 이 만한 콘텐츠는 없을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장시간 공간에 머물며 진행되는 식음 경험은 브랜드가 가진 히스토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기에도 최적의 아이템이죠.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명품 브랜드의 업종을 뛰어넘는 F&B 협업은 지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상의 제품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제공하는 섬세하고 화려한 미식 체험을 통해, 브랜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거 같습니다.😊


박혜린의 공간 이야기 2022.11

Posted by HSAD